[단독](판결) 주부가 생산직 업무로 직업변경 안 알렸어도 보험계약 해지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 주부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플라스틱 사출 생산 업무에 종사하다 후유장해를 입은 경우, 계약 후 알릴 의무에 관한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면 보험사는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가입자의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이 있었더라도 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주시기 바랍니다.

수원지법 민사4-1부[재판장 김광진 부장판사]는 이 모 씨가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흥국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보험사는 60,659,656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던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1)

이 씨는 2017년 10월 모 회사 사업장에서 플라스틱 사출 생산 작업을 했습니다. 한창 작업 중이던 이 씨는 사출기계에 끼인 불량제품을 빼내려다 작동된 기계에 오른쪽 손을 크게 다쳤고 약관상 장해율 55%의 후유장해[110,000,000원=보험가입금액 200,000,000원×55%]를 입었습니다. 

이 씨는 2013년 3월 상해보험을 체결한 흥국화재를 상대로 후유장해율에 따른 보험금 1억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흥국화재는 2018년 6월 "이 씨가 직업변경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직업급수 비례보상을 적용, 이 씨에게 가산금을 제외한 일반상해후유장해보험금으로 49,310,344원만을 지급했습니다. 이 씨가 체결한 보험계약 약관상 '계약 후 알릴 의무' 조항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계약을 맺은 후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게 된 경우 즉시 회사에 알려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흥국화재의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 이 씨는 보험계약 체결 시까지 흥국화재가 이 씨에게 '피보험자의 직업 변경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계약 후 알릴 의무'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설령 이 씨가 중도에 직업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흥국화재는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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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계약 후 알릴 의무'는 보험요율 및 보험금의 변동, 보험계약의 해지 요건 등에 관한 것으로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상법 제652조 제1항이 규정한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를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씨가 '계약 후 알릴 의무' 약관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거나, 별도의 설명을 듣지 않고도 그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흥국화재는 약관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씨에게 약관의 '계약 후 알릴 의무'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설령 이 씨가 보험계약 체결 후 직업이 변경됐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흥국화재가 이를 들어 보험금을 감액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2018년 5월 말 포스팅 등에서도 누차 말한 바와 같이, 판례 중에는 이 판결처럼 직업변경 통지의무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것이 있고, 이와 달리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 판결의 주된 이유는 직업 변경 시 계약 후 알릴 의무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라는 것과 약관 중 계약 후 알릴 의무에 관한 규정들은 상법에 규정된 것을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집 앞마당에 작물 등을 재배하고 농협에 조합원으로 가입도 하고 있었지만 상해보험 계약 당시 직업란에 '전업주부'라고만 기재한 여성에게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있습니다.2) 

반면, 전업주부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채소[단호박] 세척 일을 하다 사망한 경우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보험계약은 유효하므로 보험사는 변경된 직업 등급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습니다.3)

직업변경 통지의무[=계약 후 알릴 의무]에 관한 임용수 변호사의 더 자세한 해설과 법률 조언은 아래 포스팅 글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직업 변경 시의 계약 후 알릴 의무와 관련된 보험법리를 알고 싶은 분들은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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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7월 9일

1) 수원지방법원 2022. 5. 12. 선고 2021나53726 판결[확정].
2) 서울중앙지법 2018가단5084092 판결.
3) 서울중앙지법 2016가단50992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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