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물대위



1. 잔존물대위의 의의


가. 상법 제681조는 보험의 목적의 전부가 멸실한 경우 보험금액의 전부를 지급한 보험자는 그 목적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험의 목적에 관한 보험자대위, 즉 잔존물대위라고 한다. 
보험의 목적에 현실전손이 있는 경우 피보험자의 손해를 보상해 준 보험자에게 잔존물에 관한 권리를 법률상 당연히 이전시키는 것을 가리켜 잔존물대위라고 부른다. 

이는 물건보험에서 목적물이 훼손되어 그 본래의 경제적 기능을 전부 상실한 정도에 이르면, 보험자는 그 잔존물의 가액을 평가하지 않고 전손(全損)으로 취급하여 보험금액의 전부를 지급한다. 이때 그 잔존물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를 보험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을 잔존물대위라고 한다. 


예컨대 화재보험에서 건물 잔해(철근, 석재 등), 선박보험에서 난파된 선박, 기계보험에서 파손된 기계, 자동차보험에서 전파된 차체 등 잔존물이 있는 경우 보험금액의 전부를 지급한 보험자가 그 잔존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다. 


나. 이 제도는 보험사고가 발생했거나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피보험자에게 신속한 보험금을 회수하게 함과 동시에 보험의 목적에 관한 권리를 보험자에게 이전시킴으로써 보험계약의 효용을 높이기 위하여 인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보험위부(상법 제710조)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ⅰ) 잔존물대위는 보험의 목적에 대한 현실적인 전손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를 요하지 않고 법률상 당연히 이루어지지만, 보험위부는 보험의 목적이 전부 멸실된 것과 동일시되는 사고(추정전손)가 생긴 경우에 피보험자의 의사표시의 효과에 의하여 보험목적에 대한 권리를 보험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인 점, (ⅱ) 잔존물대위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액 이상으로 잔존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으나, 보험위부는 위부된 목적물의 가액이 피보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액을 초과하더라도 위부된 목적물 전부에 대한 보험자의 소유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서로 다르다.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해상보험의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는데 비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육상보험의 경우에도 잔존물대위를 인정하고 있다.107) 



2. 잔존물대위의 요건


가. 보험목적의 전부멸실


보험의 목적이 보험사고로 전부멸실된 경우에만 잔존물대위가 가능하다. 보험의 목적물의 일부에 대하여 손해가 생김으로써 보험자가 그 손해를 보상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잔존물대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험목적의 일부에 손해가 생긴 분손(分損)의 경우는 실손보상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그 잔존물의 가액을 미리 공제하여 손해가 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부멸실」이란 전손(全損)과 같은 의미로 일반적으로는 보험의 목적이 그 본래의 용법에 의한 경제적 효용의 전부를 잃는 것을 가리키고,108) 반드시 목적물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소멸한 것(물리적 전부멸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잔존물의 일부가 남아 있는 경우에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그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목적물이 전부멸실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109) 


보험 실무상으로는 전손인가 분손인가의 판단이 곤란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손해액이 보험가액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전손으로 간주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컨대 보험가액의 3/4 또는 4/5를 넘는 손해가 있는 때는 이를 전손으로 본다고 약정하는 경우 이러한 약정은 유효하다. 


상법은 선박의 수선비가 선박의 가액의 4분의 3을 초과할 때는 수선 불능으로 보고 있다(상법 제754조 제1항 제2호).


나. 보험금액의 전부 지급


보험자가 보험금액의 전부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것을 요한다. 다만 초과보험인 경우에는 초과부분까지 지급할 필요는 없다.110) 여기서 보험금액의 전부 지급이란 보험자가 해당 보험금액 및 기타의 비용 전부를 지급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보험자가 손해방지비용(상법 제680조 제1항 단서)이나 손해액 산정비용(상법 제676조 제2항)을 부담하는 때는 보험금액과 함께 이들 비용까지 지급한 경우에만 잔존물대위권을 취득한다. 

보험사고로 인한 피보험자의 경제적인 수요를 충족시켜 준 다음에야 보험자가 그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액의 일부만을 지급한 때는 그 지급액에 비례한 피보험자의 권리도 취득할 수 없다.



3. 효과


가. 권리의 당연 이전


잔존물대위의 요건이 구비되면 피보험자의 보험의 목적에 대한 권리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보험자에게 이전된다. 이전되는 권리의 범위는 피보험자가 보험의 목적에 대하여 가지는 피보험이익에 관한 모든 권리이다. 


권리 이전의 시기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가 아니고 보험자가 보험금과 기타의 비용을 전부 지급한 때이다.111) 따라서 피보험자는 보험자로부터 보험금과 비용을 받기 전에는 잔존물을 타인에게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이때 보험자는 
지급할 보험금에서 잔존물의 가액을 공제한 후 나머지 보험금액을 지급하면 된다.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에 잔존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에 대하여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잔존물에 대한 권리가 보험자에게 이전된 경우라도 피보험자는 잔존물을 점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보험자에게 이전된 권리의 행사에 필요한 통지를 해야 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의무를 부담한다.112) 

나. 일부보험의 경우

보험의 목적물에 전손이 생긴 경우에는 일부보험인 경우라도 잔존물대위가 인정된다. 
이 경우 보험금액이 전부 지급되더라도 손해액의 일부만이 전보되는 데 그치므로 보험자는 보험금액의 보험가액에 대한 비율에 따라서만 잔존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된다(상법 제681조 단서). 따라서 보험자와 피보험자는 지분에 의하여 잔존물을 공유하게 된다(공유관계). 예를 들어, 보험가액이 5억 원인 선박을 보험금액 4억 원으로 일부보험에 붙인 경우 전손 후 선박 잔존물에 대한 권리 중에 보험자는 4/5에 대한 권리를, 피보험자는 1/5에 대한 권리를 각각 취득하게 된다.

다. 이전되는 권리


잔존물대위는 보험금액 전부를 지급한 보험자에게 잔존물의 가치를 귀속시키는 것이므로 이전되는 권리를 피보험자의 소유권으로 한정시켜야 할 이유는 없고 경제적 이익이 있는 이상 채권, 용익권 등의 모든 권리도 포함된다. 


라. 잔존물에 대한 의무 부담과 대위권 포기 특약의 효력


보험자가 잔존물의 권리를 취득한 경우에는 그 잔존물에 부수된 의무도 부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선박보험에서 선박이 난파되고 전손이 발생한 경우 잔존물대위에 의해 보험자가 난파선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보험자는 그 난파선이 선박의 항행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우려가 있으면 장해물을 제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40조). 


잔존물에 대한 보험자의 권리 취득은 대개는 보험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언제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잔존물에 대한 의무 부담이 잔존물의 가치를 넘는 경우에는 오히려 대위권의 행사가 보험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잔존물 제거 비용(난파선의 제거 비용)이 난파선의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는 제거 비용이 보험자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담을 면하기 위하여 대체로 보험자는 약관에 대위권 포기를 전제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잔존물을 취득할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그 잔존물은 회사의 소유가 된다」는 조항113)을 두어 잔존물의 소유 및 잔존물에 대한 공법상 또는 사법상의 부담을 피보험자에게 귀속시킴을 원칙으로 하는 특약을 두고 있다.  


이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의 잔존물 취득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잔존물에 대한 모든 권리가 피보험자에게 귀속된다.114) 다만 보험자는 대위권을 포기할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을 피보험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처럼 보험자가 특별히 잔존물을 취득할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이상 잔존물은 피보험자에게 귀속되나, 피보험자는 보험자에게 잔존물 제거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115)


보험자의 잔존물 취득의 의사표시는 피보험자의 권익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보험금 지급 후에는 할 수 없다고 풀이된다.  



보험법 저자🔹임용수 변호사


107) 동지: 최기원, 321면. 
108) 동지: 김성태, 442면; 최기원 321면. 최기원 교수는 「도난보험의 경우에 보험의 목적물이 도난당한 때는 전손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후에 도난당한 목적물을 회수하게 되면 이를 잔존물이라고 할 수 있고 보험자의 잔존물대위가 인정된다」고 한다.
109) 동지: 김성태, 443-444면; 양승규, 240면; 정찬형, 616면. 
110) 동지: 최기원, 322면. 
111) 동지: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1643 판결. 
112) 동지: 양승규, 243면; 김성태, 445면. 
113) 화재보험표준약관 제13조. 
114) 동지: 양승규, 244면; 최기원, 322-323면; 정찬형, 617면; 김성태, 445면. 
115) 잔존물 제거 비용이 보험가입금액을 초과한 경우에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약관에는 잔존물 제거 비용이 손해액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화재보험표준약관 제8조 제1항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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