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법원 "의료처치 상해 면책조항은 설명의무 대상에 해당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의료처치로 상해가 발생했을 경우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의료처치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상해보험이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흥국화재해상보험이 보험계약자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약관 설명의무가 면제된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2007년 상해보험에 가입한 이 씨는 2015년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받고 약 9개월간 스테로이드 약물 투약을 받았습니다. 투약 치료를 받던 중 이 씨는 약물 부작용으로 오른쪽 고관절이 괴사하면서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수술 뒤 보험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2017년 5월 왼쪽 고관절에서도 괴사가 발생해 수술을 받은 이 씨는 다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흥국화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씨의 고관절 무혈성 괴사를 야기한 스테로이트 투약이 보험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 중 '피보험자의 외과적 수술 또는 그 밖의 의료처치'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고관절 무혈성 장해의 원인이 된 스테로이드 약물 투약이 약관에 명시된 면책조항 중 '의료처치'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흥국화재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나아가 면책조항의 설명의무에 대해서는 상해보험의 성질상 당연한 경우를 규정한 것인 만큼,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 과정에서 의료과실·부작용·합병증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며 「보험사가 표준약관을 인용·작성한 약관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사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에 해당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원심 판단에는 보험자의 약관 설명의무 대상 및 그 면제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약관에는 의료처치로 인한 상해 발생 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지만, 계약자는 이같은 경우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고, 이런 경우 보험사는 해당 면책조항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지난 2012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에도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개입돼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 사항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금융감독원이 정한 표준약관에 포함돼 시행되고 있었다거나 국내 각 보험회사가 표준약관을 인용해 작성한 보험약관에 포함돼 널리 보험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그 사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에 해당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1)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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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7월 7일

1)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874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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