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수익자인 회사가 사망한 회사 소속 직원의 배우자와 합의해 법정상속인 확인서를 제출했다면, 보험사는 약관에 규정된 법정상속인 확인서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CaseMemo)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나 법률자문(변호사 의견서 작성)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문의하고 방문해 주세요.]
H회사는 2016년 8월 삼성생명과 사이에 회사 소속 직원인 이 모 씨를 피보험자로, 회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고 피보험자가 재해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 1억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H회사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 시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자가 청구하는 경우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의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명보험에 가입한 지 1년 3개월여가 지날 무렵 이 씨가 화물차를 운전해 H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씨의 유족(배우자 전 모 씨, 아들 이 모 씨)은 2020년에 H회사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냈다. 이후 H회사는 유족과 합의했고, 유족은 H회사에게 업무상 사망보험금 법정상속인 확인서 등을 작성해 주었고 대구지방법원에 제기한 소를 취하했다.
한편 이 씨는 중국 국적이었다가 2015년 4월 귀하 허가를 받았는데, 이 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부모(모두 사망, 국적 중국), 배우자 전 씨(국적 중국) 등이 기재돼 있고, 아들은 중국 국적으로 영주권(F-5)을 받아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었으나, 이 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아들로 등재돼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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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회사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낸 후 2021년 5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를 통해 유족(법정상속인)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보험금 1억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이 씨의 아들이 이 씨의 법정상속인인 아들인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없어 이 씨의 법정상속인이 불분명하므로 유족의 법정상속인 확인서만을 제출하고 있는 H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형준 판사는 판결문에서 「약관에는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경우 법정상속인의 확인서를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전 씨가 이 씨의 배우자임은 관련 공부 기재에 비춰 인정되고, 아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돼 있지는 않으나 이 씨의 자녀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약관 규정은 상속인의 확인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보험금의 지급을 항상 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기보다는, 보험수익자와 상속인 사이의 합의를 촉진하기 위한 주의적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H회사가 이 씨의 배우자인 전 씨와 합의해 상속인의 확인서를 제출한 이상, 일부 상속인의 확인서가 누락돼 있다고 하더라도 삼성생명이 이를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삼성생명은 보험수익자인 H회사에게 보험계약이 정한 재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게 됐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2019년 3월 포스팅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법정상속인 확인서2) 제출은 피보험자(직원)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기업이 유족(법정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보험금 지급 요건이 아니다. 그런데 이 약관 규정을 근거로 보험사들은 법정상속인의 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며 마치 법정상속인의 확인서 제출이 보험금의 지급 요건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유족(법정상속인) 확인서 제출은 보험금 지급 요건이 아니다. 약관에도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자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법정상속인의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약관에서 법정상속인의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은 사망한 근로자(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회사의 보험 가입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정 상속인이 단체보험금이 지급되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회사와 적절한 보상 합의 등을 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자 및 보험수익자인 회사로 하여금 보험금 청구 전에 반드시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에게 보험 내용과 보험금의 액수 등을 통지하도록 하고, 이런 통지를 했다는 점을 증빙하는 차원에서 법정상속인으로부터 확인서를 받도록 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법정상속인의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법정상속인에게 보험 내용과 보험금의 액수 등이 통지됐음이 다른 증거(예컨대 내용증명우편이나 소송고지 등)에 의해 증명된 경우라면, 보험사는 약관에서 규정한 유족 확인서의 미제출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더 자세한 해설과 법률 조언은 "[단독] 유족 확인서 미제출 이유 단체보험금 지급 거부 못해"라는 2019년 3월의 포스팅 게시글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2) 신한라이프 '단체보험금 보험금 수령확인서' 양식(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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