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족 확인서 미제출 이유 단체보험금 지급 거부 못해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단체보험 수익자인 회사가 사망한 직원의 유족에게 보험 내용과 보험금 액수 등을 통지했다면, 보험사는 약관에 규정된 유족 확인서의 미제출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CaseMemo)을 덧붙인다. 소송 의뢰 또는 법률자문(변호사 의견서 작성) 의뢰를 원하거나 변호사와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문의 바란다.

부산지방법원 민사4단독 이병희 판사는 단체보험에 가입한 N회사가 AIA(에이아이에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AIA생명보험은 N회사에게 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배를 옮겨 타던 중 바다에 추락
​건조 선박의 진수, 해상 시운전, 이동 접안 및 이안 등의 사업을 영위하던 N회사는 2016년 9월 회사 소속 직원 34명을 피보험자로 하는 AIA생명의 한 단체보험에 가입하며 보험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보험수익자를 N회사로 지정했다. N회사가 가입한 단체보험 약관에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 시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자가 청구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의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단체보험에 가입한 지 4개월여가 지날 무렵 N회사 소속 직원 중 한 명이 울산의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을 시운전하고 선주에게 인도하는 작업을 한 후 배를 옮겨 타던 중 바다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N회사는 사망한 직원의 유족들에게 'N회사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유족들이 동의한다'는 내용의 유족 동의서의 작성을 요청했지만, 유족들은 'N회사로부터 원하는 보상을 받기 전까지는 동의서를 작성해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N회사는 유족 동의서를 제외하고 모든 서류를 구비해 재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AIA생명보험은 심사 끝에 유족 동의서의 제출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거절 통보를 했다. 약관에서 유족 확인서를 구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N회사의 입장에서는 유족 확인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했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과연 옳은 주장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법원은 AIA생명보험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판단을 내렸다. 이병희 판사는 판결문에서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자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 조항에서 법정상속인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동일한 단체보험에서는 사망 직원(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 회사가 보험에 가입한 사실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사망 직원의 법정상속인이 단체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아는 상황에서 회사와 적절한 보상 합의 등을 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자 및 보험수익자인 회사로 하여금 보험금 청구 전에 반드시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에게 보험 내용과 보험금 액수 등을 통지하도록 하고, 이런 통지를 했다는 점을 증빙하는 차원에서 법정상속인으로부터 확인서를 받도록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망 직원의 법정상속인이 통지를 받았다는 점이 다른 증거에 의해 증명된다면, 보험사인 AIA생명보험은 약관에서 규정한 유족 확인서의 미제출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병희 판사는 나아가 「N회사가 소송 계속 중에 유족들에게 소송고지를 함으로써 보험 내용과 보험금 액수 등을 알린 사실이 인정되므로, AIA생명보험은 N회사에게 단체보험계약이 정한 재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단체상해보험(단체보험 중 보장성보험의 일종입니다)은 기업 임직원, 동업자 단체 소속 구성원 등 피보험자 집단의 각종 상해 관련 위험에 대해 사망·후유장해·입원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1)

고용주2)가 보험계약자이면서 보험수익자 지위를 겸하는 경우, 피보험자인 직원이 사망하더라도 유족은 보험 가입 사실을 알 수 없는 데다가 고용주가 몰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이에 보험업계는 약관 개정을 통해 2005년 7월 1일부터 새로 체결되는 단체상해보험 중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를 경우 고용주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때 별도의 유족 확인서를 첨부해야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하지만 보험회사들이 그 이후에도 여전히 유족 확인서를 제출받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직원의 복리후생제도로 단체상해보험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수요가 보편화되고 있음에도, 직원 사망 시 유족이 보험 혜택에서 소외』됐던 점을 고려해 단체상해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이 경우 피보험자인 직원이 사망 시에 유족은 단체상해보험 가입 사실을 알 수 없고, 보험수익자 지위도 아니어서 가족의 사망 사고에 대해 보험 혜택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었다.3)


이에 금융감독원은 유족의 알권리 차원에서 2016년 8월 3일 보도자료 '단체상해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배포를 통해, 직원이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유족 모르게 지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족 통지 절차를 의무화했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계약자(고용주)가 사망보험금 수령 시 유족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관해 고용주에게 미리 안내하는 내용을 기초서류(사업방법서)에 반영하게 하는 등 고용주에 대한 안내 절차를 강화했다. 예컨대 고용주가 직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때 유족에게 보험계약 내용 및 보험금 지급 절차 등 관련 사실을 통지해 유족이 필요한 조치(보험금 지급 관련 합의 등)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조치했고, 또 고용주가 피보험자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유족이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보험회사에게 설명의무를 부과했다.

​앞서 본 금융감독원의 개선 방안에 비춰 볼 때, 유족 확인서 제출은 피보험자(직원)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고용주가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보험금 지급 요건이 아니다. 그런데 이 약관 규정을 근거로 보험사들은 법정상속인의 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며 마치 법정상속인의 확인서 제출이 보험금의 지급 요건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족(법정상속인) 확인서 제출을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풀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족 확인서의 제출에 갈음해 피보험자의 유족에게 보험 내용과 보험금 액수 등을 통지한 사실이 있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번에 소개한 판결은 이 같은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2019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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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 2019년 3월 18일
  • 1차 수정일 : 2019년 5월 12일(재등록)

1) 금융감독원의 2016년 8월 4일자 보도자료 '단체상해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 중 일부 내용.
2) 여기서 '고용주'란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회사 등의 단체 또는 그 대표자를 말한다.
3) 금융감독원의 2016년 8월 4일자 보도자료 '단체상해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 중 일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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