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권 행사의 제척기간 도과 여부는 보험사가 통지의무 위반 내용이 기재된 손해사정서 등을 첨부한 보험금 청구 서류를 받은 때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오토바이의 계속적 사용 사실에 관한 통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해지권의 행사 기간이 지났다면 상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 씨는 삼성화재에 손해사정서를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하며 손해사정서의 내용을 원용했다」며 「그 손해사정서에는 남편 K씨의 직무·직업 변경 내용과 K씨의 사망이 이륜자동차를 이용한 배달 업무 중 발생한 사실이 기재돼 있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사실확인원, 경력증명서, K씨와의 근로계약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사고 및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서류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씨가 제출한 손해사정서의 기재 내용과 첨부된 서류들의 종류, 내용에 비춰 보면, 삼성화재는 적어도 그 같은 서류를 받아 확인함으로써 이륜자동차를 이용한 배달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물론 K씨가 위험 변경 사실에 대한 통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까지 알았다고 봐야 한다[신 씨가 제출한 서류들의 검토에 특별히 많은 시일이 필요해보이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해사정서를 받아보고 1개월이 경과해 신 씨에게 도달한 삼성화재의 해지권 행사는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제척기간이 도과된 후 이뤄진 것으로 무효」라며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삼성화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K씨는 2013년 7월 삼성화재와 사이에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E주식회사에서 자재관리팀 차장으로 근무했는데, 2017년 6월부터 신 씨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제품조립 및 판매, 매장 청소, 원부자재 운반 및 정리(라이더 직무는 배달 업무 포함)' 업무에 종사했다.
그러던 중 K씨가 2018년 1월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업무를 하다 발생한 사고로 사망하자, K씨의 배우자인 신 씨는 2018년 7월 18일 손해사정서 등을 첨부한 사망보험금 청구서를 발송했다. 삼성화재는 신 씨의 보험금 청구서를 2018년 7월 20일 수령했고 2018년 8월 28일에서야 신 씨에게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서를 발송했으며, 그 통지서는 2018년 8월 30일 신 씨에게 도달했다.
삼성화재는 "신 씨의 청구를 받고 손해사정사에게 객관적인 조사·확인을 의뢰해 2018년 8월 24일 조사보고서를 수령했으므로 그 시점에 알게 됐다고 봐야 하고, 조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신 씨에게 해지 통지를 했으므로 보험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신 씨가 "계약해지의 제척기간이 이미 도과했다"며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번 판결의 판시 내용을 읽어보면 신 씨가 제출한 손해사정서 등에 신 씨의 남편 K씨가 오토바이(이륜자동차)를 사용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고 이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어 보이지만, 오토바이의 계속적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삼성화재가 '원고(신 씨)가 제출한 손해사정서 등만으로는 K씨의 계속적 이륜자동차 사용 여부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번 재판부는 삼성화재의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1심이 소액사건이었기 때문에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라는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어 상고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사례는 보험계약자 측이 의뢰한 손해사정인의 보험사고 조사가 보험금 청구에 앞서 이뤄져 보험금 청구 당시에 손해사정서가 첨부됐던 경우다.
반면 통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권 행사의 제척기간 도과 여부가 문제됐던 대부분의 사례는 보험금 청구가 먼저 이뤄지고 손해사정서는 나중에 받아보는 경우다. 즉 보험계약자 측의 보험금 청구서가 접수되면 보험회사는 손해사정인에게 보험사고 조사를 의뢰하고 이후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 조사 기간을 거쳐 손해사정인의 조사보고서(손해사정서)를 수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대부분의 사례에서는 해지권 행사에 있어 제척기간의 기산점인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의 의미에 대해 단순히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믿은 때가 아니라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확정적으로 안 때라고 해석하는 것이 하급심 판례의 주류적 입장이다. 이런 입장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측의 보험금 지급 청구에 따라 보험사고에 관한 조사를 위임한 뒤 중간보고 등의 보고를 받은 날에서야 비로소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보게 된다.
삼성화재는 이 같은 하급심 판례의 주류적 입장에 따라 신 씨가 제출한 손해사정서 등만으로는 K씨의 계속적 이륜자동차 사용 여부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봐야 하고 K씨가 이륜자동차를 사용한다는 사실뿐 아니라 이를 지속적(계속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확인을 한 이후에야 비로소 이륜차 계속 사용 관련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 같다.
▶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마다 판사의 가치관이나 지식, 경험, 배경 여하에 따라 판결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에 관한 변호사의 견해를 비롯해 자세한 보험법리를 알고 싶은 분들은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에 나와 있는 『보험계약 해지권 등의 제한 여부』 중 "4. 제척기간의 경과"라는 부분을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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