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4층 높이의 건물 창문에서 추락했다고 고의적 자해 사고로 몰던 보험회사 결국 패소


글 : 임용수 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이 4층 높이의 건물 창문에서 추락했던 중학생의 추락 사고를 '자해'로 몰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려 했던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법원은 현대해상의 고의적 자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입니다.

울산지법 민사1-1부(재판장 신형철 부장판사)는 이 모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현대해상은 이 씨에게 1억72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이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울산 울주군에 거주하고 있던 이 씨는 지난 2016년 11월 현대해상의 한 상해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그렇게 2개월여 기간 동안 보험계약을 유지해 오던 중 이 씨는 2017년 2월 주거지이던 4층 높이의 건물 창문으로 추락해 요추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고, 수술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영구장애가 남는 40%의 후유장해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후유장해 진단을 받은 뒤 '보험기간 중 발생한 추락 사고로 인해 장해를 입었다'며 보험금을 요구했지만, 현대해상은 '이 씨의 고의적 자해로 발생한 사고이므로 면책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현대해상의 구체적 주장에 따르면, 이 씨가 4층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창문으로 뛰어내리다 장해를 입었고 그 같은 높이에서 뛰어내릴 경우 상해를 입을 개연성이 크며, 특히 이 씨가 추락 사고 직전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도 그런 개연성을 암시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확연하게 의견 차이를 보이던 이 씨와 현대해상 양측은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이 씨의 제소로 결국 소송전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보통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해나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를 인용했습니다.

이어  「추락 사고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 씨가 부모가 외출을 허락하지 않자 부모 모르게 친구와 놀러가기 위해 4층 높이의 주거지 자신의 창문으로 뛰어내린 사실, 친구는 이 씨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씨가 뛰어내릴 위치에 소파와 쿠션을 가져다 놓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든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춰 보면, 비록 이 씨가 4층 높이에서 뛰어내릴 경우 상해를 입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는 볼 수 있지만, 부모 몰래 친구들과 놀러가려는 입장에서 장해와 같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4층에서 뛰어내렸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현대해상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현대해상은 이 씨 측에 1심 판결에서 인용한 670여만 원을 비롯해 상해 후유장해보험금과 상해 의료비 그리고 상해 입원일당 등을 더한 합계금 1억82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 내지 자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될 경우, 보험 약관상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에서의 '고의'란 자신의 행위 때문에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상태를 말하고, 여기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됩니다. '미필적 고의'는 피보험자가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예컨대, 건물 4층에서 뛰어내릴 경우 상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예견하면서도, 상해가 발생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뛰어내린 경우입니다. 

상해보험과 관련해 건물 4층에서 창문을 통해 뛰어내릴 경우 떨어져 다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으며, 그 같은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용인한 채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피보험자에게 상해에 대한 고의가 있고, 피보험자가 예상했던 상해보다 중한 상해를 입게 됐다고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담당 재판부는 이 씨가 중학생이었던 사실, 뛰어내릴 위치에 친구가 가져다 놓은 상해 방지용 소파와 쿠션이 있었다는 사실 등에 주안점을 두고 앞서 말한 견해와는 다른 결론을 도출한 것 같습니다.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20년 12월 26일

1) 울산지방법원 2020. 11. 12. 선고 2019나13940 판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