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망 때는 질병 사망, 상해보험금 지급 대상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하면 상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은 급격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사는 유족들에게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대구지법 민사11부(재판장 주경태 부장판사)는 코로바19 바이러스 진단을 받은 뒤 숨진 김 모 씨의 아내와 자녀(유족들)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김 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2020년 3월 한 병원에서 사망했는데, 직접사인은 호흡부전, 중간선행사인은 패혈증, 선행사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각각 진단 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는 무증상 감염자도 존재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발열, 권태감, 기침, 호흡 곤란 및 폐렴 등 가벼운 증상부터 무거운 증상까지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이 나타나는데, 특히 고령,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 기저 질환을 가진 환자가 주로 중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장례를 마친 유족들이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자 현대해상은 김 씨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질병에 의해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유족들에게 질병사망보험금으로 3000만 원만을 지급했다. 이에 유족들이 상해사망보험금(3억1천만 원)과 질병사망보험금과의 차액인 2억 8천만 원을 추가적으로 지급해달라며 현대해상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보험사고의 요건 중 '외래의 사고'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우연한 사고'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뜻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씨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입은 다른 병원체들과 마찬가지의 침입 경로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는 일상생활을 하던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다른 특별한 매개체에 의해 감염됐다는 등 감염 과정에 있어 외래성을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 이후 패혈증으로까지 이르게 된 데는 신체 조건, 체력, 면역력 등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가 60세를 넘은 사람으로 당뇨와 고혈압의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김 씨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에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김 씨의 내재적 요인인 기저 질환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악화돼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은 '질병'에 해당하고 보험계약 약관에 따르면 현대해상이 보상하지 않는 손해」라며 「김 씨가 감염병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숨졌으므로 현대해상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번 판시 사례에서 재판부는 김 씨의 선행사인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그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을 SARS-CoV-2로 정했고, 이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질환의 명칭을 Coronavirus disease 2019(약어: COVID-19, 코비드19)로 확정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 타목 '제1급감염병 신종감염병증후군'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및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생긴 침방울(비말, 飛沫)을 통해 전파(droplet infection, droplet transmission)가 되거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오염된 물건을 만진 뒤 눈, 코, 입을 만지면서 전파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말 전파(droplet transmission)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재해추가보험(재해특약)상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에 포함된 적이 있다. 즉 과거 생명보험 약관의 재해분류표는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을 포함하고 있었다.2)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생명보험 약관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해서 곧바로 상해보험 약관에서도 보장 대상이 되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해와 상해가 모두 법리적으로는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지만, 재해의 경우 생명보험 약관 재해분류표상의 분류 항목에 해당하면 약관상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가 되는 반면, 상해의 경우는 상해보험 약관에서 계약의 특성을 반영한 면책사유 등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서로 보호 범위가 다르므로 양자가 약관상의 의미까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 하겠다.3) 

바이러스의 침입에 의한 전염은 상해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일반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거치지 않은 우연한 전염이 있었던 경우 등에는 상해보험 약관상 보호 범위에 속하는 상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유사 사례에서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구 전염병예방법'이 시행 중이었는지 아니면 '감염병예방법'이 시행 중이었는지도 문제될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이 정한 제1급 감염병이 구 전염병예방법이 정한 제1군 전염병과 동일한 개념이거나 이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피보험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진단을 받은 후에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재해사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재해사망에 해당하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과 피보험자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포스팅 글 중에 "[단독]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뒤 사망, '상해' 사망?...엇갈린 판결"이라는 글이 있는데, 이 판결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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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12월 5일
  • 1차 수정일 : 2024년 1월 3일 (글 추가)

1) 확정된 판결이다.
2) 과거 생명보험 약관 재해분류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제1급 감염병에 포함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상 U코드(U00-U99)에 해당하는 질병들[U04. 중증급성호흡증후군(SARS), U19.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을 보장 제외 사항으로 분류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해석상 의문이 있었다. 즉 이 질환 또한 KCD상 분류명을 "코로나바이러스 질환 2019[코로나-19](영문: Coronavirus disease 2019[COVID-19]"로 분류코드를 "U07.1"로 표시하고 있어서 보험사에 따라 재해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런 해석상 문제는 2020년 1월 1일 감염병예방법 개정 법령이 시행되면서 제1급 감염병과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질병(U00-U99)이 상충되게 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개정 전까지의 제1군 전염병(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A형간염)은 KCD상 U코드로 분류되지 않아서 문제가 없었지만, 개정 법령이 시행되면서 관련 규정의 내용이 상충하게 됨에 따라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에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 바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금융감독원은 U코드로 분류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 재해인지 아니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 속하는 것인지와 관련한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생명보험 표준약관 및 표준사업방법서를 개정했다. 2020년 7월 31일 개정된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제1급감염병'인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U07.1), SARS(U04), MERS(U19) 등을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로 규정하면서도, 여전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 속에 "⑥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U00~U99)에 해당하는 질병"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다만 그 아래에 참고표(※) 2.항으로  『위 1.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 ②에 해당하는 감염병은 보험사고 발생 당시 시행 중인 법률을 적용하며, 2.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 ⑥에 해당하더라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습니다.』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3) 임용수 변호사, 보험법 제3판, 재해추가보험(재해특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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