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뒤 사망, '상해' 사망?...엇갈린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일본뇌염 진단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한 환자의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법원의 엇갈린 판결들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엇갈린 판결들 내용을 간추려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변호사의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이나 보험 법률 자문(의견),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공지] 법률상담 시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에 적시된 관련 서류 일체를 반드시 지참하고 방문 상담 요망}

이들 법원의 주요 판단 내용은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이 상해보험 약관에서 정한 '외래의 사고' 내지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같은 일본뇌염 모기에 물려 사망했지만 한 법원은 약관상 상해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의 보험금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고 다른 법원은 약관상 상해 사고라며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외래 사고이지만 '상해' 아냐"


신체에 손상(상해)을 입었을 때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해보험에 가입한 김 모 씨는 2016년 8월 발열, 경련 등으로 병원에 갔다가 일본뇌염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치료를 받던 중 40일 뒤에 직접사인 폐렴, 선행사인 일본뇌염으로 사망했다.

이에 김 씨의 유족은 '김 씨가 일본뇌염 모기에 물려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김 씨가 특정전염병으로 질병에 해당하는 일본뇌염으로 인해 사망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유족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는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해 광주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남해광 부장판사)는 한화손해보험이 김 씨의 아내와 자녀 2명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김 씨 유족의 항소를 기각하고 "한화손해보험의 상해사망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뇌 부위에 있는 일본뇌염 바이러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은 일단 외부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만, 모기에 물린 것 자체는 어떠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 경미한 피부 점막의 손상에 불과하다」며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 것 자체로 신체에 손상이 발생하지는 않으므로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은 상해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사고인 '상해'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뇌염 바이러스 감염자 중 약 0.4%에서만 증상이 나타날 뿐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 이후 뇌염으로까지 이르게 되는 데에는 신체조건, 체력, 면역력 등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점, 일본뇌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2군 감염병에 해당하는 질병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일본뇌염 모기에 물려 일본뇌염에 이르게 된 것을 두고 '급격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뇌염 모기에 물려 일본뇌염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상해보험의 보험사고인 '상해'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상 김 씨가 '일본뇌염 모기에 물려 일본뇌염에 감염된 결과 사망한 것'을 두고 일반상해사망 특별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상해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판결도 같은 이유로 김 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하고 한화손해보험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뇌염 백신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 외래 사고, 사망과 인과관계 있다"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은 일단 외래 사고이지만 상해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사고인 '상해'가 아니라는 내용의 김 씨에 대한 판결과는 달리 박 모 씨의 아내1)에 대한 판결은 정반대로 결론지어졌다. 상해보험에 가입한 박 씨는 2016년 9월 한 병원에서 뇌척수액 검사 결과 바이러스성 일본뇌염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혼수상태에 있다가 2017년 4월 직접사인 심폐정지, 선행사인 폐렴 및 뇌염증후군으로 사망했다.

박 씨의 유족(남편과 자녀 3명)은 케이비손해보험에게 특별약관에서 정한 상해로 사망했다며 일반상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케이비손해보험은 '일본뇌염이라는 질병으로 사망했을 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는 이유로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박 씨의 유족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박 씨의 재판을 담당한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8단독 김순열 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박 씨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하고 박 씨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 씨의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란에 '병사'라고 기재돼 있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일본뇌염(질병코드 A83.0)이 모기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 뇌염으로 특정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으로 분류돼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림으로써 급격하고도 우연히 발생했고, 이를 직접 원인으로 사망했는바 이런 전염은 박 씨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특별한 매개체인 모기에 물리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씨가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그 사고와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케이비손해보험의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Japanese encephalitis virus)에 감염된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을 경우 혈액 내로 전파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볌(유행성 뇌염)이다.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조류나 일부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사람은 이 모기에 물림으로써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모기(mosquito)는 절지동물에 속하는 파리목이다. 따라서 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절지동물에 의한 물림 또는 쏘임(W57)' 즉 생명보험 약관상 재해 분류 항목에 속한다. 즉 이 모기에 물리는 것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 

하급심 판례는 상해보험 가입자가 같은 절지동물인 야생 진드기에 물려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에 감염돼 사망한 경우 대체로 사고의 외래성을 인정하고 있다. 야생 진드기에 물린 것 자체가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번에 소개한 두 판례는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을 외래 사고 내지 외부적인 요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경우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이 경미한 외부 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일본뇌염 모기에 물린 것과 피보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2)

반면, 2023년 11월 30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게시한 조정결정문에 의하면, 피보험자가 2019년 9월 발열 및 의식저하로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세균수막염, 림프관종 등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던 중 일본뇌염에 대한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2021년 12월 폐렴 및 패혈증 증세로 사망한 사례에서, 분조위는 "뇌염모기를 통해 유입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뇌염으로 진행하는 것은 피보험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순간에 우연히 발생했다고 할 것이어서 사고의 급격성과 우연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며 급격성과 우연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피보험자의 체내에 유입된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뇌염으로 진행한 것은 연령·성별·체질 등 면역력 저하를 야기하는 내재적인 요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피보험자의 일본뇌염 감염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초래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보험자의 일본뇌염 증상은 외래의 사고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약관에서 정한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피보험자가 일본뇌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은 상해중환자실입원일당의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모기에 물린 것이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 있었다는 점에서 모기에 의한 물림 사고와 중환자실 입원이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본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모기에 물렸을 경우에 감염되는 것이지만, 어떤 바이러스가 공기 등을 통해 전파된 자연스러운 것이고 다른 특별한 매개체(절지동물에 의한 물림 등)에 의해 감염됐다는 등 감염 과정에 있어 외래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면, 피보험자의 사망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초래됐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3)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10월 5일
  • 1차 수정일: 2023년 11월 30일(추가)

1) 다음부터 박 모 씨의 아내를 편의상 '박 씨'라고만 부른다.
2) 분쟁 사례 중에는 피보험자가 일본뇌염 3차 예방 접종 후 이상 증상이 발생해 급성 파종성 뇌염, 강직성 사지마비 등 진단과 함께 여러 차례 입원 치료를 했고, 이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예방 접종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결정을 받은 후 1급 장해 진단을 받고 재해장해보험금을 청구했던 사안에서, 피보험자에 대해 여러 희귀질환 검사를 시행했으나 특이한 진단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 등을 고려해 일본뇌염 예방 접종을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3)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6다206550, 2016다206567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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