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조직병리 검사를 거쳐 임상의가 방광의 측벽 악성 신생물로 진단했더라도 비침범성 유두상 이행세포 암종에 해당하면 방광암으로 진단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전 모 씨는 2002년 10월과 2010년 7월 삼성생명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배우자 양 모 씨로 하고 암 진단 및 수술을 보장하는 내용의 종신보험과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두 보험 약관의 사건 관련 요지는 피보험자(양 씨)의 질병에 대해 조직검사 등을 통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요로의 악성 신생물(분류번호 C64-C67)에 해당한다고 진단 확정을 받거나 수술 받은 경우 암 진단 및 수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두 보험의 피보험자인 양 씨는 2013년 6월 3일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이대목동병원)에 입원했다. 양 씨는 입원 다음날 내시경으로 요도를 경유해 방광 종양을 떼어 내는 수술(경요도적 방광 종괴 절제술)을 받았다.
이대목동병원은 양 씨의 입원 이틀 뒤에 조직병리 검사를 했다. 이대목동병원 소속 의사는 양 씨의 병명을 '방광의 측벽 악성 신생물(한국질병 분류번호 C67.2)' 즉 방광암으로 진단했다.
이 진단을 근거로 양 씨 부부는 삼성생명에게 암 보험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양 씨의 병명이 암이 아닌 상피내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상피내암에 해당하는 보험금만을 지급했다.
이에 양 씨 부부는 조직병리 검사를 거쳐 임상의(치료 담당 의사)가 양 씨의 병명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C67.2"에 해당하는 방광의 측벽 악성 신생물로 진단하고 악성 신생물 제거 수술을 시행했음을 이유로, 삼성생명을 상대로 상피내암이 아닌 암 진단 및 수술 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남 판사는 「보험계약 특성상 '암 보험금이 지급되기 위해서는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에 의한 조직검사 등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암 진단이 확정돼야 하고 양 씨를 치료한 의사가 조직병리 소견을 바탕으로 양 씨의 병명을 "방광의 측벽 악성 신생물(한국질병 분류번호 C67.2)(방광암)"로 진단했으므로, 이 진단이 "암 진단 확정"의 근거 자료가 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임상의가 방광암이라고 진단했다고 하더라도 그 진단의 기초가 된 객관적 검사 결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그런 검사 결과 등에 기초한 진단이 일반적인 의료 기준과 다르다는 객관적인 사정들이 있다면 그 진단 사실만으로는 암으로 진단 확정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대목동병원의 조직 병리 보고서상 양 씨의 수술 부위에서 떼어 낸 조직에 대한 검사 결과 낮은 등급의 유두성 요로상피 종양(PAPILLARY UROTHELIAL CARCINOMA, low grade)으로 기재돼 있고 종양의 주위 조직으로의 침윤 여부는 기재돼 있지 않으며, 양 씨가 종양 제거술 외에 방사선 등 항암 치료를 받지는 않은 점, 양 씨의 방광에 생긴 종양이 임파선·혈관·신경 등 주변 조직에 침윤되지 않은 점,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촉탁 및 사실조회의 결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비뇨기과 의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등 객관적인 사정들에 비춰볼 때, 양 씨의 병명이 방광암으로 진단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바로 아래 링크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최근에 선고된 판결 중에는 이번 판결과는 다르게 '낮은 등급(저등급)의 비침윤성 요로상피암종'이 제자리암이 아니라 방광암(방광의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
[판결] 주치의가 최종 병명을 방광암으로 진단했다면, "제자리암 아니라 방광암 진단비 지급해라"
반면에, 피보험자가 진단받은 저등급의 비침범성 유두상 요로상피암에 대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른 분류번호 중 D09.0(방광)로 분류되는 '상피내의 신생물'(상피내암)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판결이 있고, 또 약관 제자리신생물(D00-D09) 분류표의 '기타 및 상세 불명의 부위의 제자리 암종'으로 제자리암 분류번호 D09로 분류되는 '제자리암종'(제자리암)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판결이 있다.
▶심지어는 피보험자에 대해 경요도 절제술을 시행한 병원 소속 의사가 피보험자의 병명을 '상세불명 방광의 악성 신생물, 질병분류기호: C679'로 한 진단서를 발급했더라도, 진단서가 발급됐다는 사실만으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인 '암으로 진단확정 됐을 때'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한 사례(피보험자의 종양이 '방광의 상피에 국한돼 있는 상피내암이고 질병분류는 D090'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감정촉탁 결과가 있었던 경우)도 있다.2)◀
여기서 상피내암 혹은 제자리암이란 암세포가 상피에는 존재하지만 상피와 기질 사이의 경계를 형성하는 기저막3)까지는 침범이 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방광은 점막층, 점막하층(고유층), 근육층, 방광 주위 지방층으로 분류되는데, TNM 분류법에 따르면, 종양이 점막층에 존재하는 Ta 단계, Tis 단계[상피내암이라고 불리는 단계로 분화도가 나쁜 종양세포로 구성된 방광점막에만 국한된 종양]와 점막층을 통과해 그 이하인 고유층까지 침윤한 T1 단계, 고유층을 넘어 근육층까지 침범한 T2 단계 등으로 분류하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종양이 점막에 국한돼 있는 Ta, Tis 단계를 묶어서 'D09'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방광종양 절제술을 받은 피보험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제5차 개정 이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2008년 1월 1일 시행)에서는 해당 종양이 상피내암종에 해당하지만,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침윤 여부를 따지지 않은 점을 들어 일반암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입장에 따르면 보험 가입 시점이 중요한 것 같다.◀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1월 14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9월 4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이다.
2) 1차 수정일 : 2020년 1월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12. 3. 선고 2018가단254861 판결.
3) 기저막[basement membrane]이란 상피세포, 근육세포, 신경조직 등의 바닥면과 결합조직 사이에 있는 얇은 막으로 경계막이라고도 한다. 즉 상피와 결합조직 사이에 있는 얇은 막을 말한다(아래 이미지 참조). 기저막은 투명판(lamina), 기저판(basal lamina), 섬유세망판(fibrio reticular lamina)의 3개의 미세 구조로 구성돼 있다.
4) 2차 수정일 : 2020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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