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보험청약서에 피보험자와 보험모집인 이름 기재, 사망보험 유효


글 : 임용수 변호사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보험 청약서의 피보험자란에 타인의 기명 및 서명이 있고 보험 모집인의 이름과 그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면 보험계약 당시 보험 모집인이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 동의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상법 제731조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타인인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타인인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얻지 못하면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도박 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공서 양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 규정입니다.

피보험자인 망인(사고 당시 만 25세)은 2015년 7월 동거 중이었던 남자친구와 약 4시간 동안 캔맥주를 마셨습니다. 망인은 12캔을 마시고 만취해 화장실에 들어가 구토를 하고 온몸에 토사물을 묻힌 채 쓰레기통에 얼굴을 기댄 상태로 변기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발견한 남자친구가 망인의 토사물을 닦어내기 위해 망인의 속옷을 벗기고 샤워기로 몸을 씻긴 후 방으로 끌고 가다가 힘에 부쳐 화장실 문턱에 두고 거실에서 TV를 봤습니다. 

그렇게 2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뒤 남자친구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보니 망인은 화장실 문턱에 걸쳐 반드시 누운 상태로 얼굴은 창백하고 손이 차가워져 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119에 신고했고, 119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망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최한돈 부장판사는 최근 정 모 씨가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엠지손해보험은 정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망인은 신체에 대한 제어력이 떨어질 정도의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 상태에서 자세성 질식사에 의해 사망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상의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엠지손해보험은 사망보험금 수익자인 정 씨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엠지손해보험은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피보험자인 망인의 서면 동의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보험 청약서의 피보험자란에는 망인과 같은 이름의 기명 및 서명이 기재돼 있고, 보험 모집인의 이름과 그 연락처가 기재돼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사실에 비춰보면 보험계약 당시 보험 모집인이 피보험자인 망인을 확인하고 그를 피보험자로 해 보험계약자인 정 씨와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동의를 받아 그 서명을 받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엠지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는 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보험사들은 상해(재해)사고의 요건인 외래의 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을 먼저 제기하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타인인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어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사안의 경우는 뒤의 주장만을 적극적으로 한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민사 분쟁에 있어서의 인과 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 관계이고, 그 인과 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 약관상 '상해(재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을 때'의 의미도 이 같은 견지에서 이해돼야 합니다.2)

이 사안의 경우, 망인에 대한 국과수의 부검 결과 망인의 혈액에서 에틸알코올 농도가 0.342%로 나왔습니다. 이런 알코올 농도에서는 체온이 떨어지고 호흡은 깊고 느려지며 모든 반사와 의식이 소실돼 혼수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의학적으로는 사망 원인이 '형태학적 불명'이지만, 『과도한 음주로 인한 '높은 혈중 알코올 농도' 및 '자세성 질식사'의 가능성』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입니다.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18년 11월 1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3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564 판결 참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