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인한 입원 치료 사실 알리지 않았어도 폐암 진단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보험사가 고지의무자(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와 함께 고지의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불고지 또는 부실고지라는 요건이 필요하고, 이와 더불어 고지의무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존재라는 요건도 필요합니다. 

피보험자(강 모 씨)가 약 1년 4개월 전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하던 중 뇌진탕과 위염, 흉부 타박상, 폐암 의증 등으로 진단 받았던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후에 폐암 진단을 받은 경우, 폐암 진단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보험계약 체결 전에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위반에 해당하지만, 그 고지의무위반과 폐암 진단(보험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며 고지의무자 측1)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인 판결이 나왔습니다.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 항변을 이유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하고 보험사의 항소를 기각한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강 씨는 2022년 1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서 뇌진탕과 위염, 흉부 타박상 등의 진단을 받아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입원 치료 기간 중 받은 흉부CT 검사 결과 '폐암 의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약 한 달 뒤인 2022년 2월 강 씨와 메리츠화재는 피보험자 및 사망 외 수익자를 모두 강 씨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보험계약은 갱신형 암진단비로 2000만 원(최초 1회)을, 16대특정암진단비로 1000만 원(최초 1회)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강 씨는 메리츠화재가 서면으로 제공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의 질문 중 '최근 3년 이내에 질병이나 상해사고로 인해 입원 또는 수술(제왕절개 포함)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입원 5일 내] 대장용종(양성) 완전 제거[2회 이내 + 현재 보유 없음]"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강 씨는 2022년 9월 병원에서 승모판막 폐쇄 부전증, 폐암 등의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2022년 11월 패혈성 쇼크 및 심질환이 악화되며 끝내 숨졌습니다. 이에 강 씨의 공동상속인인 자녀들은 2022년 12월 메리츠화재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암진단비 및 16대특정암진단비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강 씨가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입원했고, 당시 흉부CT 검사 결과 폐 우상엽에서 15m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됐으며, 폐 반흔암 의증 진단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2021년 1월 당시 강 씨의 가슴 부위 통증과 폐암 의증 진단이 폐암과 직접적 인과관계 및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당시 폐암 의증 진단을 받았으므로 경증 상해사고 입원이 아니라 중증 내과 질병 입원이어서 고지의무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강 씨가 교통사고로 인해 2021년 1월 병원에 입원한 것이므로 '질병으로 인한 입원'이라는 질문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고, 입원과 폐암 사이에는 인과관계도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판단】

[1] 1심 판결 : 원고승소

1심은 "2021년 1월 당시 입원이 폐 반흔암 치료 목적이 아니라 증상의 경과를 지켜보는 수준이었고, 암 진단이나 본격적인 치료가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2) 단순한 경과 관찰을 위한 입원이 보험사에 반드시 알려야 할 중요한 질병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1심은 보험약관과 상법 제651조를 근거로, 계약 전 알릴의무는 반복적 치료나 중대한 질환에 한정된다고 해석했습니다. 강 씨의 입원은 이 같은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메리츠화재가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계약자는 의료적 판단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모든 병력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받지 않아야 하며, 고지의무의 범위는 사회통념상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1심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주며, 메리츠화재가 유족에게 암진단비 및 16대특정암진단비로 3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2] 2심 판결 : 메리츠화재 항소기각

메리츠화재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3민사부[재판장 윤재남 부장판사]는 강 씨의 유족이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메리츠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3)

재판부는 강 씨가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 작성일로부터 약 1년 4개월 전인 2021년 1월 3일간 교통사고로 인한 증상을 치료할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메리츠화재에게 입원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강 씨가 메리츠화재에게 최근 3년 이내에 '상해사고로 인해 입원'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강 씨가 입원기간 동안 폐암에 대한 치료를 받지 않았고, 이를 치료할 목적으로 입원한 것도 아니어서 '질병으로 인해 입원'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질병으로 인해 입원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내용의 고지의무위반을 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강 씨가 병원에 입원한 동안 폐암에 대한 치료를 받은 내역이 없고, 당시 담당의사가 강 씨에게 폐암이 의심된다는 설명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도 없다는 점에 비춰 강 씨가 폐암의 존재를 알면서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메리츠화재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어 폐암과 관련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이 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메리츠화재가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약관 및 상법 규정을 적시한 다음,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메리츠화재의 판단은 강 씨가 2021년 1월 폐 반흔암 진단을 받고 이에 대해서도 입원 치료를 받았음을 전제로 하는데, 당시 강 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를 치료할 목적으로 입원한 것이지 폐 반흔암 치료를 위하여 입원한 것이 아니며, 폐 반흔암에 관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며 "그러므로 강 씨가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보험사고(강 씨의 폐암 진단)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메리츠화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강 씨의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메리츠화재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의 의사표시에는 해지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해지권의 근거가 되는 해지사유는 법률의 규정 또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서 정한 사유로 한정돼 있고 해지사유마다 별개의 해지권이 발생하는데, 해지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해지권이 행사를 허용한다면 보험 가입자의 이의제기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는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를 불문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다만 고지의무위반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때는 보험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은 메리츠화재가 "교통사고 후에 강 씨가 진단받은 후유증(뇌진탕, 위염, 구역, 가슴 부위 통증)과 우측 폐상엽의 반흔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고 진단받은 후유증과 폐 반흔암 중 '가슴 부위 통증'과 '폐 반흔암 의증'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 및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다"고만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전제로 강 씨의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보험소송닷컴
  • 최초 등록일 : 2025년 5월 17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를 '강 씨'로, 원고들인 강 씨의 자녀들을 '유족'으로 각각 부릅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 18. 선고 2023가소1322295 판결.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9. 선고 2024나8644 판결.
다음 이전

نموذج الاتصا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