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술 취해 사우나 한증막서 수면 중 사망 "상해사고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음주 상태로 사우나 한증막에서 잠들어 사망한 것은 상해로 간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간단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협심증 환자였던 이 모 씨는 지난 2018년 5월 술을 마시고 한 사우나의 한증막에서 잠을 자던 중 다음 날 아침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이 씨의 사인은 '해부학적 불명'이라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이 씨의 자녀들은 이 씨가 약 6여년 전 가입한 현대해상화재보험과의 보험계약 약관에 따라 사망시 수익자 자격으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 씨와 현대해상 간 보험계약에는 이 씨가 상해로 사망했을 경우 5천만 원의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장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유족인 이 씨 자녀들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했습니다. 그가 과거에 앓았던 심혈관계 질환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어 상해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 이 씨의 유족은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명재권 판사는 이 씨의 유족이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은 원고들에게 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명 판사는 먼저 「민사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인용했습니다.

이어 「이 씨가 2015년 가슴 통증이 생긴 이후 2017년부터 그 빈도가 늘어나 불안정성 협심증 진단을 받은 사실, 왼심장동맥 휘돌이가지에서 30% 폐색이 확인됐고 심장근육에서 국소적 섬유화가 관찰된 사실, 진료기록 감정의사가 '내인성 급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밝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감정의사도 '심장질환이 있던 이 씨가 고온과 알코올의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 급성 심장사 기전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소견을 밝혔고, 고온의 환경에서는 심장박동수와 심박출량, 심장의 산소요구량이 증가함에 따라 심장에 병변이 있던 사람에게 갑작스런 심장 기능의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씨가 주취 상태로 고온의 한증막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상해사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습니다.2)

건강한 사람도 고온의 사우나 불가마에서 장시간 수면을 취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높은 만큼 부검을 하지 않아 의학적으로 사망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상해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사고의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면 상해 사고로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한증막의 경우 약 70~80도의 온도에서 운영된다고 하는데, 이 판결의 경우 이 씨의 사망에 심혈관계 질환이 일부 기여했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이 씨가 주취 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사우나 한증막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에 있다고 보고 상해사망으로 인정한 것 같습니다. 

반면 하급심 판결 중에는 고혈압 및 당뇨 진단을 받고 사망에 이르기 전까지 약물 치료와 투약을 계속해왔던 피보험자가 사우나 내 불한증막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9%의 상태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경우,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관상동맥경화증 등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상해사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판결은 부검이 이뤄졌던 사례이지만, 부검이 진행되지 않았던 사건에서 "피보험자의 사망원인이 부검에 의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이상 그가 익수 상태로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목욕탕 안의 온도와 습도로 지구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해 익수 상태에서 익사 등 외적인 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판결이 있습니다. 피보험자의 사망 과정과 평소 건강 상태 등에 비춰볼 때 내인성 질환에 의해 의식을 잃어 지구력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자세한 판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에 있는 『[판결] 사우나 온탕 내 사망, 부검 없었다면 '외부 요인' 사망 추정 어렵다』라는 글을 살펴 보세요.

[판결] 사우나 온탕 내 사망, 부검 없었다면 '외부 요인' 사망 추정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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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7월 4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4. 28. 선고 2018가단5243105 판결.
2)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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