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사우나 온탕 내 사망, 부검 없었다면 '외부 요인' 사망 추정 어렵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사우나 온탕에서 숨진 채 발견됐더라도 사고 당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었다면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황병헌 부장판사는 사망한 남성의 유족1)이 케이비(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2018가단5269657)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진진한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 법률 문제와 관련해 상담을 원하거나 보험 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안 모 씨는 지난해 2월 경기도에 있는 한 사우나 온탕에서 머리를 물에 담근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안 씨를 옮겼지만 안 씨는 사망했습니다.

안 씨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시체검안서에 직접 사인을 '익수(추정)'로, 사망 종류를 '기타 및 불상'이라고 기재했습니다. 검안의는 "익수란 물에 잠겨 구조된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고, 기도의 액체 흡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익수 상태에서 익사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고 "목욕탕 내 온도와 습도에 의해 인체의 일부 기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자구력 상실, 익수, 익사, 사망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하는 것도 무리"라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유족에게 부검을 권유했지만 유족이 이를 원하지 않아 부검 없이 장례가 치러졌습니다. 유족은 이후 케이비손해보험에게 상해를 원인으로 사망했다며 사망보험금 2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안 씨가 사고 전부터 심혈관계 질환 등 내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이 때문에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 등을 근거로 유족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소송을 냈습니다.

황 부장판사는 "안 씨의 사망 원인이 부검에 의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이상 그가 익수 상태로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목욕탕 안의 온도와 습도로 지구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해 익수 상태에서 익사 등 외적 요인에 의해 사망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안 씨의 사망 과정과 평소 건강 상태 등에 비춰볼 때 내인성 질환에 의해 의식을 잃어 지구력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가 목욕탕 안에 빠져 사망한 경우 2008년 4월 이전에는 하급심 법원에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사고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음주 후 찜질방에서 사우나 이용 중 사망한 사고'를 외래의 보험 사고로 인정한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이 나온 이후부터는 피보험자가 목욕탕 안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의식을 잃고 익사한 것으로 외형상 인정될 경우,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고, 최근까지도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판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일례를 들면, 사우나에 가기 전 술을 마셨고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45%였던 피보험자가 사우나 한증막 안에서 잠을 자다 새벽에 사망한 채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는 '부검 소견상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정도의 소견을 보지 못하는바, 변사자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이라는 취지로 기재돼 있는 경우인데, 담당 판사는 피보험자가 주취 상태로 고온의 한증막에서 잤다는 외부적 요인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결국 피보험자의 사망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상해사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2)

 
그런 가운데 이 판결은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에 유족이 보험사에게 사망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과정 중의 하나가 돼야 하고,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에 소개한 판결과는 다른 취지의 판결을 이미 앞에서 일례로 들었는데 그것과 함께 하나 더 소개합니다.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한 번 읽어 보세요.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 없더라도 상해를 직접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 높다면 보험금 줘야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 2019년 10월 1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4일 (판결 추가)

1) 유족(원고)이 안 모씨이지만 여기서는 사망한 남성을 편의상 '안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4. 28. 선고 2018가단524310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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