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회사 그만두라' 사장 말 듣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뇌출혈 사망, 재해사망보험금 줘야

'다시 다툴 경우 회사 그만둬'

글 : 임용수 변호사


사장으로부터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을 듣고 중압감을 느끼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면 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간단한 팁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부(재판장 김행순 부장판사)는 정 모 씨의 유족이 에이아이에이인터내셔널리미티드(AIA생명)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1억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정 씨는 2015년 8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뇌동맥류 파열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정 씨는 사고 당일 오전 직장 동료와 말다툼을 벌이다 사장으로부터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 씨는 평소 회사 동료와 잦은 말다툼을 벌였는데, 사장은 두 사람의 다툼으로 회사 내 분위기가 좋지 않게 되자 '다시 다툴 경우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습니다.

정 씨의 유족은 AIA생명에 "이날 정 씨가 회사 동료와의 말다툼과 이로 인한 사장의 해고 통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스트레스가 뇌혈관에 혈역학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 결국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재해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AIA생명은 "정 씨가 2010년 8월부터 고혈압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왔지만 약 복용을 게을리했다"며 "사고 당일도 사장이 정 씨 등의 말다툼에 화가 나 지나가는 말로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을 뿐 정식으로 해고 통보를 한 바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미한 외부요인에 불과하다"며 거절했습니다. 

정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사람으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때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정 씨의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장에게 각서까지 제출한 정 씨의 입장에서는 '회사를 그만두라'는 사장의 말을 해고 통보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 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세심한 성격으로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회사에 계속 근무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당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됐고 그로 인해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해 뇌동맥류 파열 및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경미한 외부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 씨의 사망은 우발적 외래 사고로서 보험 약관상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은 "정 씨는 2014년 혈압이 높아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도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사장으로부터 회사를 나가라는 말을 듣고서도 동료들과 평소처럼 점심식사를 했다"며 "정 씨가 회사 동료와의 말다툼이나 사장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IA생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은 AIA생명의 상고 포기로 2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재해사망특약 약관에서 재해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인 '외래의 사고'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2)

이 판결은 재해(상해)와 질병(체질적 요인 포함) 혹은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의 경계를 허문 사례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신적 또는 육체적인 스트레스는 외래적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피보험자에게 내재돼 있던 내부적 원인으로 봐야 합니다. 더 이상의 논평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재해(상해)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사 사례를 소개하고 보험법리를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 드린 글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에 있는 『[단독](판결) 법원 '옆집에 도둑 든 것'...우발적 외래 사고 아니다』라는 글을 살펴보세요.

[단독](판결) 법원 '옆집에 도둑 든 것'...우발적 외래 사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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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6월 23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11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5. 선고 2016나55324 판결.
2)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2811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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