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단호박 세척 직업 변경 사실 안 알렸던 전업주부 사망, 변경된 직업 등급의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전업주부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단호박 세척 일을 하다 사망한 경우 통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보험계약은 유효하므로 보험사는 변경된 직업 등급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 가입자가 통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계약 전부를 해지할 수는 없고 변경된 직업 등급의 보험금만큼은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 내용을 소개하고, 이와 함께 변호사의 중요 의견을 담은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변호사와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문의해 주세요.

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이경린 판사는 이 모 씨의 유족이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롯데손해보험은 유족에게 43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이 씨는 2015년 12월 영농조합을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해 먼지와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 도중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가 기계 내부 브러쉬 롤에 감기면서 기계 내부로 빨려 들어가 허혈성 뇌손상을 입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에 이 씨의 유족은 롯데손해보험에게 상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롯데손해보험은 "이 씨가 단호박 농사 및 포장 업무를 해왔는데도 이를 숨기고 직업을 전업주부라고 고지했다"며 이 씨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와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한 다음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 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 주장에 대해서는 「이 씨가 보험계약 전부터 단호박 농사를 지었다거나 포장 작업 등을 해왔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단호박 세척기를 이용한 작업은 전기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직업의 위험도는 주부였을 때에 비해 상당히 증대되므로, 이 씨가 단호박 세척 업무 등을 하게 된 것은 계약후 알릴 의무의 대상이고 이 씨가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은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가 단호박 세척 및 납품 일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한 경우 직업급수 2급에 해당하며, 롯데손해보험은 직업 변경 전에 적용된 보험료율에서 직업 변경 후 감액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고지의무2)와 통지의무3)는 서로 구별되는 제도입니다. 고지의무는 보험계약이 성립(체결)될 때까지 지는 의무라는 점에서, 보험계약의 성립 후에 보험사고의 발생이나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가 있는 경우에 지는 통지의무와는 구별됩니다. 

​보험사가 해지의 의사표시를 할 때는 해지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의 의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이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의 의사표시로 전용(轉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손해보험사들의 상해보험 약관에는 "상해보험계약 후 알릴 의무"라는 제목의 조항을 두고 보험증권 등에 기재된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현재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경우, 직업이 없는 자가 취직한 경우, 현재의 직업을 그만둔 경우)에는 우편, 전화, 방문 등의 방법으로 지체 없이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상해보험계약 후 알릴 의무 조항의 제5조'에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 등의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을 경우 '위험이 증가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변경 후 요율)이 '위험이 증가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변경 전 요율)보다 높을 때는 보험사는 그 변경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변경 전 요율의 변경 후 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삭감된 보험금』만 보장됨을 통보하고 이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약관 조항 즉 '상해보험계약 후 알릴 의무 조항의 제5조'는 약관 문구 그대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을 때만 적용되며 '계약 전 알릴 의무' 즉 고지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풀이됩니다.4)2019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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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7월 12일
  • 1차 수정일 : 2019년 3월 13일(글 추가)
  • 2차 수정일 : 2020년 7월 12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17. 선고 2016가단5099267 판결.
2) 
계약 전 알릴의무, 상법 제651조.
3) 계약 후 알릴의무, 상법 제652조 제1항.
4) 어쩌다가 한 번씩 제기되는 주장 중에, 고지의무 위반을 한 경우라도 '상해보험계약 후 알릴 의무 조항의 제5조'가 준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약관 조항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한 때에 적용될 뿐이고, 고지의무 즉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준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만한 합리적 근거는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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