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법원 '옆집에 도둑 든 것'...우발적 외래 사고 아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옆집에 든 도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겪었을 긴장 및 스트레스가 통상의 수준을 넘어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옆집에 도둑이 든 것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즉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가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판결 내용을 전해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을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김 모 씨가 한화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김 씨는 옆집에 든 도둑을 잡기 위해 뛰어갔다가 돌아오던 중 왼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과 두통을 느낀 뒤 지주막하출혈 등을 진단받고 입원했고 뇌동맥류 결찰술, 혈종제거술 및 감압적 두개골절제술, 두개골 성형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뇌병변 3급 및 언어 3급 장애를 인정받아 장애인복지법상 종합장애등급 2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됐습니다.  


옆집에 든 도둑 추적

김 씨는 옆집에 든 도둑을 잡으려다 뇌출혈을 당했고 이때 옆집에 도둑이 든 것은 보험 약관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장해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한화생명은 재해 발생 사실을 부인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김 씨는 한화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발적인 사고 중 재해분류표의 분류항목에 해당하는 것이 계약상 재해에 해당하는데, 분류항목 중 '옆집에 도둑이 든 것'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씨가 옆집에 도둑이 든 것을 인지하고 도둑을 잡기 위해 뛰어갔다 귀가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긴장 및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이나, 도둑을 잡기 위해 달린 거리가 100m이고 그 과정에서 외상도 전혀 입지 않았다」며 「달리 도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겪었을 긴장 및 스트레스가 통상의 수준을 넘어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옆집에 도둑이 든 것은 김 씨의 체질적 요인에 경미한 외부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으나, 이는 우발적 외래의 사고에서 제외되므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는 보험상품의 약관에서 정한 '재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입니다. 따라서 생명보험 약관상 담보되는 '재해'라는 보험사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보험사고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재해분류표상의 분류항목에도 해당해야 합니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분쟁 대상 사고가 재해분류표상의 분류항목 중 어떤 분류항목 및 분류번호에 해당하는지를 적시하지 않은 채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을 들어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몇 건 있는데, '재해'와 손해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상해보험에서의 '상해'를 동일한 의미로 혼동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재해'와 '상해'가 모두 우발성(우연성+급격성)과 외래성을 요건으로 하는 사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재해의 경우에는 생명보험 약관에 규정된 재해분류표상의 분류항목에도 해당해야만 약관상 담보된다는 점에서 양자가 약관상의 의미까지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예들 들어, 마라톤(Marathon)이나 철인 3종(Ironman triathlon) 경기, 무거운 물체나 중량을 들어 올리는 행위가 주된 원인이 돼 발생한 보험사고는 재해에서 제외되지만, 상해보험에서는 사안에 따라 상해사고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제1급 감염병의 경우는 재해에 해당하지만, 상해보험에서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를 보험사고로 인정한 사례 


하급심 판결 중에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 한 사고를 재해(상해)로 인정한 사례가 몇 건 있습니다.

예컨대, 회사원이 "회사를 그만두라"는 사장의 말에 중압감을 느끼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면 이는 우발적 외래 사고에 해당돼 보험사가 생명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판결이 있습니다.2) 담당 재판부는 피보험자(회사원)가 사망 당일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게 됐고, 그로 인해 피보험자의 혈압이 자연 경과를 넘어 급격하게 상승해 피보험자의 뇌동맥류 파열 및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기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약관상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사람의 언사(words)가 약관 재해분류표상의 어떤 분류항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피보험자 측의 주장·입증이 없었고,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도 없었던 사례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재해(상해) 사고에서 '외래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질병, 스트레스나 가시성 없는 사람의 언사가 재해(상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사고 당시 부상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와 정신이상 증세가 원인이 돼 사망(급사)했다면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보험금(공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판결도 있습니다. 담당 재판부는 "부검 결과 사인이 청장년급사증후군(SMDS·Sudden Manhood Death Syndrome)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사고에 따른 육체적 자극이나 흥분, 분노 등 정신적 자극이 신체 외부에서 가해져 나타난 것으로 보이므로 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 사유인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교통사고라는 외부적 요인과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 간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앞서 본 판결과는 사안의 취지나 내용이 다릅니다.

반면, 스트레스나 과로가 주된 원인이 된 사고의 경우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질환이 악화돼 의식을 잃은 후 사망한 것은 재해분류표상의 제외사항으로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재해분류표에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설명하면서 그 하단에 제외사항으로 '기타 불의의 사고 중 과로로 인한 사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의 개념을 부가 설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별도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대상이 되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판결이 있습니다.3) 이 판결의 판시 내용은 생명보험 약관에 규정된 '재해'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운동 후 쓰러져 사망(급성심장사 추정)한 사고에서도 피보험자 측이 심장 병력이 없는 피보험자의 급성심장사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등 외부 물리적 요소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담당 판사는 "누적된 피로나 스트레스는 외래적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피보험자에게 내재돼 있던 내부적 원인으로 봐야 한다"며 피보험자의 사망을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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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20년 5월 16일

1) 서울남부지법 2019. 11. 28. 선고 2019가합372 판결.
2) 서울중앙지법 2017. 5. 15. 선고 2016나55324 판결.
3) 서울중앙지법 2015. 11. 12. 선고 2013가단5122678 판결.
4) 창원지법 밀양지원 2020. 4. 1. 선고 2019가단1391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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