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 참진드기로 추정되는 벌레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숨진 경우에도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제주지법 민사 20단독 신동웅 부장판사는 숨진 김 모 씨의 유족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1)
김 씨는 2023년 7월 집 안으로 우연히 들어온 길고양이를 안아 올리는 과정에서 참진드기로 추정되는 벌레에 오른쪽 목 부위를 물린 뒤 발열과 오한, 통증의 증상을 보여 입원 치료를 받던 중, 8일 뒤 사망했습니다.
이에 김 씨의 배우자와 자녀 2명 등 유족 3명은 현대해상에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유족 측은 "김 씨는 진드기에 물린 사고 그 자체로 신체에 손상이 발생해 사망한 것이고, 이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이 김 씨의 사망이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이에 반발한 유족들은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동웅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김 씨가 진드기 등에 물리는 외래적 사고 직후 SFTS 증상이 곧바로 발현된 점, 치료를 받던 중 급격히 병세가 악화돼 불과 10일 만에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진드기 물림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결국 김 씨의 사망은 우연한 외래 사고로 인한 신체 상해에 해당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며 『현대해상은 유족들에게 상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동웅 판사는 현대해상이 김 씨의 배우자에게 8600여만 원을, 자녀 2명에게 각각 579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는 2011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감염병으로 SFTS 바이러스에 의한 중증 열성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에 물려서 감염되나, 드물게는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대한 직·간접적인 노출에 따른 사람 간 전파가능성,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SFTS는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병증의 진행 속도가 빠르며 치명률이 약 20%로 다른 감염병보다 높습니다.
신동웅 판사는 김 씨의 의무기록지를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이에 따라 SFTS의 감염 경로를 추단한 다음 진드기 물림 사고와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김 씨가 '2023년 7월 2일 길고양이를 목에 안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오른쪽 목 부위에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없는 벌레에 물려 밴드를 붙였고, 벌레에 물린 당일부터 발열, 근육통, 두통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진술했고, 특히 2023년 7월 7일 피부과 협진 과정에서 담당의사도 '우측 목 부위의 발진을 확인했으며 고양이에 물려 생긴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환부의 모양으로 비춰 중앙에 출혈성 점(central hemorrhagic punctum)이 있어서 진드기 물림(tick bite)이나 절지동물 물림(arthropod bite)에 의한 상처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던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런 치료 경과에 비춰 김 씨는 진드기 등에 물리는 외래적 사고 이후 시간적인 간격 없이 돌발적으로 SFTS의 발병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진드기 등에 물려 SFTS에 감염된 것으로 인정함이 타당하고, 달리 김 씨가 다른 경로로 SFTS에 감염됐음을 추단할 만한 어떤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이번 판결이 선고되기 20일 전에 선고된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판결은 다른 판단을 했습니다.2) "진드기는 바이러스 매개체일 뿐이고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질병을 상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판시 이유였습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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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5. 10. 21. 선고 2025가단3030 판결.
3) 진드기 등의 벌레에 의한 물림 사고라는 감염 경로가 밝혀지는 경우 상해나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번 판결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한 법리나 근거는 본 변호사의 기존 해설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반면 다른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추단할 만한 정황이 보이거나 피보험자가 SFTS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서 SFTS 발병에 이르게 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이때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질병을 상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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