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주치의로부터 비침습성 고등급 방광암 진단을 받은 피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송에서 법원이 피보험자의 질병을 제자리암(D09)이 아닌 소액암(C67)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비침습성 고등급 방광암(유두상 요로상피세포암종)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제5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부터는 경계성종양에 해당하는 제자리암종(D09)으로 분류됐다고 하더라도, 주치의 진단과 의학회 의견, 진료기록감정결과 등을 종합해 보험계약이 정하는 소액암(C67)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취지입니다.
창원지법 민사4단독 김성진 부장판사는 이 모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은 이 씨에게 1736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이 씨는 2015년 4월 현대해상과 암진단 담보(2000만 원), 암진단[소액암 제외] 갱신형 담보(2000만 원), 암수술 담보(수술 1회당 200만 원)가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씨는 2022년 9월 병원에서 경요도방광종양절제술(TUR-B)을 받은 뒤, 같은 달 시행된 조직검사에서 '유두상 요로상피세포암, 비침습성, 고등급(Papillary urothelial carcinoma, non-invasive, histologic grade : High grade by WHO/ISUP 2004, Pattern of growth : Noninvasive)'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주치의는 조직검사 결과를 기초로 이 씨의 질환을 방광의 악성 신생물(C679)로 기재한 진단서 및 진료소견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이 씨가 2022년 10월 암진단 보험금 등을 청구했지만, 현대해상은 이 씨의 질병이 형태학적 분류 M8130/2, 질병분류코드 D09의 제자리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일반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2023년 2월에는 제자리암 보험금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통보했습니다. 결국 이 씨는 이에 따라 제자리암 관련 보험금으로 463만여 원만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자신의 질병이 소액암이나 제자리암이 아닌 일반암에 해당한다며 암진단과 암수술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현대해상은 이 씨의 질병이 형태분류 코드 M8130/2(D09)인 제자리암에 해당하므로, 이 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김성진 부장판사는 암 진단이 전문의사에 의해 내려지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진료한 결과 얻게 된 주치의의 진단은 의학적 자료에 근거한 만큼 존중돼야 하며, 주치의의 C679 진단에 일반적인 의료기준에 미흡하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은 없다고 봤습니다.
의학회 의견도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관련 의학회는 비침범성 유두상 요로상피세포암종 고등급의 경우 침범성 유두상피세포암종과 비슷한 빈도로 진행되므로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주기적인 검사와 예방적 치료가 요구되며, 비침범성이라도 고등급에 해당하면 C67 코드를 부여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서 이 씨의 종양은 M8130/2(D09)로 분류되더라도 제자리암과는 별개의 질병이라는 소견을 제시했습니다.
김성진 부장판사는 제자리암과 달리 비침범성 암이 앞으로 침윤성 또는 진행성 방광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30~40%에 육박해 D09 코드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 간에 논란이 많다는 감정 소견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특히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때는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는 어느 정도의 침윤이 있어야 종양에 '침범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암으로 분류하는지, 어느 정도의 진행 가능성이 있어야 암으로 분류하는지 등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씨의 종양을 보험계약에서 정한 소액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암진단 보험금 2000만 원, 암수술 보험금 200만원의 합계금 2200만원의 지급 책임이 있으므로, 현대해상은 이 씨에게 나머지 보험금 1736만여 원(=2200만 원 – 463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 비침습 방광암은 방광에 생긴 악성종양 세포가 방광벽의 가장 안쪽인 점막층에만 머물러 있고, 그 아래에 있는 두꺼운 근육층까지 침범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악성신생물(C67)로 분류되던 비침습성 방광암이 제5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2008년 1월 1일 시행)부터는 경계성종양에 해당하는 제자리암종(D09)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 사례처럼 고등급(Non-invasive papillary urothelial carconoma, high grade)일 경우 C67코드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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