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단기간 여러 개 보장형 보험상품 가입,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 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수십 개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뒤 식도염·위궤양 등으로 수년간 입원을 반복하며 보험금 5억 3000여만 원을 챙긴 주부에 대해 대법원이 그동안 수령했던 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화손해보험이 주부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2019다290129).

1·2심 모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입원 병명과 치료 내역 등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춰 볼 때 입원 횟수와 입원 기간이 상당히 잦고 길다며 이 씨의 직업, 재산, 보험계약 체결 전후의 정황 등을 볼 때 이 씨가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해 우연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장기간 반복적인 입원 치료

특히 이 씨가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한화손해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할 무렵에는 별다른 직업이 없었는데도 경제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고액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 역시 이번 판결 이유에 포함됐습니다. 이 씨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한화손해보험 등 다수 보험사에 가입한 보험 건수는 36건, 월 납입 보험료는 153만 원, 입원으로 받은 보험금은 5억 3000여만 원이었습니다. 

이 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494일 중 230일 동안 입·퇴원을 20번 반복해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보험금 2439만 원을 타 갔습니다. 그러던 중 한화손해보험이 이 씨를 상대로 수령한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입원이 불필요한 식도염, 위궤양 등으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입원 일당 위주로 고액의 보험금을 타 갔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1·2심 재판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한화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2심 재판부는 먼저 "이 씨가 가입한 보험 종류가 연금보험, 암보험, 치아보험, 특정 질병 보험 등 입원 일당이 나오는 보험에 한정된 건 아니므로 이를 보험금 부정 취득의 근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씨가 다른 병원에서 식도 운동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과다한 입원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무효입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에 관해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 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기해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수입 등 경제적 사정에 비춰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해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해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해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 보험료로 납부했다는 사정, 보험계약 시 동종의 다른 보험 가입 사실의 존재와 자기의 직업·수입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고지했다는 사정 또는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보험사고 발생을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했다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을 추인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1)

2016년 선고된 서울고법 판결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인 탈북자가 12개 보험상품에 가입해 85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더라도 보험금 부정 취득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판결이 있습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피보험자가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고 85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을 볼 때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보험계약 별로 입원 보험금 액수가 1만~5만 원에 불과하고, 탈북자로서 대한민국 사회나 경제관념에 능숙하지 못한 사정을 고려하면 가입 경위를 수긍하지 못할 바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반면 2018년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판결 중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주부가 10여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매달 87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했다고 추인할 수 있어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보험전문 변호사의 추가적인 해설과 법률 조언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앞서 이야기한 2018년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다소 이례적이었던 판결들을 케이스 메모로 덧붙인 아래의 『법원, "특별한 가입 이유 없는 가정주부의 다수 보험계약 체결 무효"』라는 글을 살펴보세요.

법원, "특별한 가입 이유 없는 가정주부의 다수 보험계약 체결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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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20년 4월 16일

1)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다69170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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