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별한 가입 이유 없는 가정주부의 다수 보험계약 체결 무효"

약 3억 원 상당의 보험금 수령

글 : 임용수 변호사


​별다른 수입이 없는 가정주부가 10여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매달 87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면, 순수하게 생명·신체의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또 보험계약이 무효인 이상 이 주부가 입원비 등의 명목으로 타갔던 2400여만 원의 보험금을 보험사에게 모두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소개하고,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미래에셋생명보험이 주부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미래에셋생명과 이 씨 사이에 체결된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씨는 미래에셋생명에게 2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1)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

​이미 질병보험의 성격을 띤 2개의 보험에 가입해 있던 이 씨는 2009년 1월부터 8월까지 불과 7개월 사이에 미래에셋생명 등 8개 보험사로 분산해 입원비 또는 간병비 보장을 특약으로 하는 총 9개의 보장성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이 씨는 2009년 7월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허리척추뼈 및 기타 추간판 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입원을 하기 시작한 이후 증상과 병명을 바꾸어 가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입원급여금 내지 간병비 보험금 청구를 통해 2016년 10월까지 사이에 미래에셋생명을 포함한 보험사들로부터 약 3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미래에셋생명은 2016년 1월 "이 씨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그동안 무효인 보험계약을 근거로 지급받은 보험금 2400여만 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입원급여금 내지 간병비 보험금 청구

김상근 판사는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 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해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며 「이 같은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단기간 내에 입원급여금 또는 간병비 보장을 특약으로 선택한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뒤 증상과 병명을 바꿔가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미래에셋생명을 포함한 보험사들로부터 모두 3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수령했다」며 「가정주부로서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이 씨가 동종의 보장성 보험에 다수 가입할 만한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 씨의 직업이나 재산 상태 등에 비춰보면 이 씨가 납부하는 보험료는 과다한 금액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씨의 이 같은 보험 가입을 순수하게 생명·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보험사고를 가장하거나 혹은 상해 및 질병의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가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는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보험계약자의 직업 및 재산 상태, 다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전·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그와 같은 목적을 추인할 수 있다.2)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보험계약임이 인정되면, 그 보험계약은 무효가 되고 그렇게 되면 보험수익자는 타갔던 보험금을 보험사에게 부당이득금으로 돌려줘야 할 의무가 생긴다.

과거에 흥미롭고 이례적인 판결들이 있었다.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가 자신의 수입에 비춰 지나치게 많은 금액의 월 보험료를 납부하고 서너 건도 아니고 수십 건의 인보험(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을 들어놓은 경우에 관한 사례다.



월평균소득 250만 원 가량인 보험계약자가 53건의 보험상품에 가입해 매달 500만 원의 보험료를 냈고 보험금 총액이 약 50억 원 정도였는데, 보험계약의 숫자가 많고 보험금이 다액이며 보험사고 발생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사유만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3)

또 월평균소득 150만 원이고 주로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에 대한 보장성이 강한 38건의 보험상품에 가입해 매달 250만 원의 보험료를 내던 보험가입자가 어두운 저녁에 정차한 버스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해 운행하다가 마주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한 뒤 보험금을 청구했던 사건에서, '대부분 보험기간 내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만기까지 납입된 보험료를 환급받거나 연금형식으로 지급받는 연금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우므로 해당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원심을 수긍)한 사례도 있다.4)​▶2018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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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8년 4월 22일
  • 1차 수정일: 2019년 5월 10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법 2018. 4. 10. 선고 2016가단5019490 판결. 이 판결에 대해 이씨가 항소를 제기해서 사건이 현재 항소심에 계속 중이다.
2)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73237 판결,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4다234827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다33311 판결.
4)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0다20250, 2000다202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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