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전동휠 출퇴근 사실 통지의무 위반하면 사고 나도 보험금 못 받아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체결 후에 전동휠로 출퇴근하게 된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면, 전동휠을 타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알려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을 받고 싶은 분들은 현재 가지고 계신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일체를 반드시 지참하고 사무실을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정 모씨의 유족들이 DB손해보험(주)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 2019다221154)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유족들이 승소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DB손해보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DB손해보험과 사이에 4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던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이던 정 씨는 2017년 4월경 전동휠을 타고 자택으로 퇴근하던 길에, 뒤따라오던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정 씨의 유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DB손해보험 측은 "이륜차를 운행하고 있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아 약관상 '계약 후 알릴 의무(통지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전동휠은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자동차이고 이를 타고 있다는 사실은 보험사에 알려야 할 중요한 사항인데 알릴 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최대 시속 16km의 전동휠을 통상적인 의미의 이륜자동차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유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DB손해보험이 4억여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1) 전동휠의 최고속도가 시속 16km에 불과하고 구조상 오토바이나 스쿠터보다는 넘어질 위험이 적은 데다, 신종 교통수단이라 정 씨가 이용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2)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전동휠을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받아야 하고, 인도가 아닌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며 "따라서 전동휠의 속도나 구조와 무관하게 운전할 때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 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이륜자동차 운전 여부를 질문받았고 지인들로부터 전동휠을 탈 때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기도 한 만큼, 사고 발생 위험이 커져 보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보험사가 약관상의 통지의무를 설명하면서 이륜자동차의 의미와 종류까지 일일이 설명하거나, 전동휠이 포함된다는 점까지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험사가 설명의무도 충분히 이행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유족들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의 약관에는 자동차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에 정한 승용차동차, 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이륜자동차 및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제2조에서 정한 덤프트럭, 타이어식 기중기, 콘크리트믹서트럭, 트럭적재식 콘크리트펌프, 트럭적재식 아스팔트살포기, 타이어식 굴삭기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정적으로 열거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전동휠은 승용차동차, 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또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제2조에서 정한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음은 규정상 명백합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에서는 전동휠이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이 문제됐습니다.

퍼스널 모빌리티3)의 일종인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의 경우 도로교통법이나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흔히 문제됩니다.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와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자동차 등'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1호). 여기서 원동기장치 자전거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이륜자동차 가운데 배기량 125시시 이하의 이륜자동차 및 배기량 50시시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를 말하므로, 대부분의 전동휠 내지 전동킥보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정격출력 0.59킬로와트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 즉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해당합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 따라서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의 운전자는 차도로 다녀야 하며 자전거 도로나 인도에서 운행할 수 없습니다.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 가능한 제2종 운전면허인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 합니다. 하급심 판결 중에도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이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자동차에 해당하므로 차도로 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4) 그런데 이번 사례에서의 전동휠은 정격출력이 1.2kW(킬로와트)이었으므로, 현행 도로교통법상의 원동기장치 자전거의 출력범위(0.5kW 미만)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에는 해당하지 않고, 이륜자동차로 분류됩니다.5) 


반면 자동차관리법은 이륜자동차를 "총배기량 또는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돼 있는 자동차"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상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이륜자동차(DB손해보험 약관상의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풀이됩니다.

2020년 선고된 서울남부지법 판결도 만취 상태에서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타다 보행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40대 남성에 대한 음주운전 등 사건에서 "전동 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은 자동차로서 의무보험 가입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의무보험 미가입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사회적 평균인 관점에서 전동킥보드가 의무 가입 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극히 미약하다"며 "의무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검찰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을 적용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사안의 2심(원심)은 전동휠이 1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와 유사한 구조로 돼 있는 그 정격출력의 크기에 따라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전동휠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받아야 하고, 인도가 아닌 차도로 통행해야 하므로 전동휠의 속도나 구조와 관계없이 이를 운전함에 있어서는 사고 발생의 위험이 상당한 정도로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실제 정 씨가 사고를 당해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으므로 정 씨가 전동휠을 사용함으로 말미암아 사고 발생의 위험은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됐다고 봄이 옳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안에서는 DB손해보험의 설명의무 이행 여부도 문제가 됐는데,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즉시 보험사에 알려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금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기재가 있었고, 피보험자는 고지의무 및 위반 효과 등 보험가입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설명을 받고 이해했다는 취지로 '확인'란에 표기를 한 점 등을 근거로 DB손해보험이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보험사들의 현행 약관 중 '계약 후 알릴 의무' 조항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우편, 전화, 방문 등의 방법으로 지체없이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계약 체결 후에 이륜차를 운행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계약 후 알릴 의무(상법상 통지의무) 위반에 해당돼 계약이 해지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보험가입자는 계약 후 알릴 의무뿐 아니라 계약 전 알릴 의무(상법상 고지의무)도 부담합니다. 이들 의무와 관련해 보험사가 이륜자동차 혹은 원동기장치 자전거의 운전 여부를 알릴 의무가 있는 중요한 사항으로 규정하거나 질문할 경우에는 이륜자동차 등에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도 포함된다는 취지의 문구를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에 금융감독원도 표준약관을 개선하면서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이륜자동차(전동휠)'와 같은 방식으로 고지사항을 안내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 사례의 2심 판결에 대해서는 판결의 주요 내용을 이전에 『법원, "전동휠 출퇴근 통지의무 위반, 보험금 못 받아" 판결』에서 전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법원, "전동휠 출퇴근 통지의무 위반, 보험금 못 받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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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20년 4월 10일

1) 서울중앙지법 2018. 5. 17. 선고 2017가합555186 판결.
2) 서울고법 2019. 2. 22. 선고 2018나2029885 판결.
3) 전동 스쿠터, 전동 킥보드, 전동 휠, 전기 자전거, 초소형 전기차 등과 같이 전기를 동력으로 이용하며 1~2인이 탑승하는 개념의 소형 개인 이동 수단을 말합니다.
4) 서울중앙지법 2019. 2. 14. 선고 2018나50286 판결.
5) 도로교통법상 이륜자동차란 '총배기량 또는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자동차'를 말합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 가목의 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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