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결) 해면상혈관종 내의 출혈도 '뇌출혈', 진단 보험금 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뇌 해면상 혈관종 내부의 출혈이더라도 뇌내출혈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뇌졸중 진단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뇌졸중의 일종인 뇌출혈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객관적 기준 없이 약관을 임의로 해석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가 법원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계약 관련 소송이나 보험법 자문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미리 전화를 통해 법률상담 예약을 한 다음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관련 자료 중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모두를 지참하고 저희 사무실을 방문해 주세요.

롯데손해보험은 보험계약자인 박 모 씨를 상대로 뇌졸중 진단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까지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은 일부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자들을 압박해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거나 보험계약을 보험사에게 유리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뇌출혈

수원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임상기 부장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박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박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박 씨는 2007년 10월 피보험자인 자신의 어머니가 보험기간 중 뇌내출혈(분류번호 I61)로 진단 확정된 경우 뇌졸중 진단비로 1000만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특약이 포함된 질병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박 씨의 어머니는 2017년 3월 한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심부뇌내출혈' 진단과 함께 질병 분류번호 I61을 부여받았고 그 뒤로 4개 병원에서 뇌내출혈 및 해면상 혈관종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은 후 롯데손해보험에게 뇌졸중 진단비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롯데손해보험 측은 박 씨 어머니의 진단과 관련해 '그녀의 증상이 뇌내출혈이 아니라 해면상 혈관종에 불과하다'는 주장하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 측이 주장하는 뇌해면상혈관종(Q28.3)은 확장된 혈관에 의해 이뤄진 벌집 모양의 종괴(덩어리)로 발작 증세, 뇌신경 장애, 심한 출혈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중추신경계 혈관 기형의 일종입니다. 롯데손해보험은 혈관종(신생물)에 의한 뇌출혈의 경우는 신생물 계통의 한 증상으로 봐야 한다며 '뇌내출혈' 보다는 뇌 혈관 기형 질병인 해면상 혈관종에 해당하는 'Q28.3' 코드로 진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1심 법원에서 진료기록감정을 했던 감정의는 머리 영상검사 결과만 검토해 머리에 부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박 씨 어머니의 증상은 해면상 혈관종 내부의 출혈에 불과하므로 뇌내출혈로 진단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감정 결과를 회신했고, 1심 법원은 이와 같은 감정결과를 토대로 "설령 일부 의사가 뇌출혈 진단 확정 방법에 따라 뇌출혈을 진단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뇌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에 따른 뇌출혈진단비 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롯데손해보험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수원고등법원 재판부는 관련 사건의 진료기록 감정 촉탁에 따른 감정의 의견 등을 종합해 결국 롯데손해보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감정의는 박 씨의 어머니에 대한 머리 영상검사 결과에서 뇌출혈의 증거가 있는데다가 뇌내출혈 증상으로 치료 받았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해면상 혈관종뿐만 아니라 뇌내출혈로 진단할 수 있다고 회신했습니다. 또한 감정의는 평소에 없던 증상이 발생된 것은 뇌출혈로 인한 증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작은 병변의 뇌출혈은 영상검사만으로는 병변 내 출혈인지 병변 외 출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면상 혈관종 내부 출혈을 뇌내출혈로 볼 것인지에 관해 확립된 의학적 기준이나 실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와 같이 의사들마다 박 씨의 어머니에 대한 머리 영상검사 판독 결과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분류번호 I61인 뇌내출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르게 보는 상황이므로 이는 특약에서 정하는 '뇌졸중'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약관규제법'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머리 영상검사 판독 결과 뇌내출혈에 해당한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으면, 그와 반대되는 의사의 진단이 있다 하더라도, 특약상의 '뇌졸중'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약관상 '뇌졸중'으로 진단 확정됐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의 경우 결론은 대체로 수긍합니다. 다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뇌출혈(분류번호 I61)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동원돼야 할 정도로 그 의미 해석상 불명료한 사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신생물 부위(해면상 혈관종 내부)에 발생한 출혈이 약관상의 뇌출혈에서 제외되는 뇌출혈에 해당하는가라는 문제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신생물 부위(종양 내)에 출혈이 발생한 경우 암의 한 증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생물 부위에 발생한 출혈의 코드는 따로 부여하지 않으며, 만일 출혈로 인해 어떤 질환이 나타났다면 그 질환의 코드를 부가코드로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2014년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코딩 지침서'(Ⅱ-C-2. 신생물 부위에 발생한 출혈)상의 규정 내용에 의할 때, 피보험자의 증상이 신생물 부위에 있는 출혈에 불과할 뿐 뇌출혈의 코드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통계청에서 발간하는 위 '질병코딩지침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2권 지침서에 대한 보조자료로 활용될 수는 있으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와 상충될 때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우선 적용됩니다.1) 위 'Ⅱ-C-2. 신생물 부위에 발생한 출혈' 규정은 제5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딩지침서상의 질병분류를 위한 일반기준 및 2014년도의 위 질병코딩지침서상의 질병분류를 위한 일반기준()과도 상충됩니다.2)


또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코딩지침서'가 발간되기 이전의 보험계약에는 위 질병코딩지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합니다. 위 각 일반기준 원칙에 의할때, '뇌출혈' 증상이 기저질환인 폐암, 뇌종양(또는 주진단 병명)에 항상 동반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타진단으로 코딩할 수 있다고 풀이됩니다.

사실관계 및 쟁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뇌출혈 발생 시 사망할 가능성이 있는 해면상 혈관종의 경우 임상학적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있습니다. 우측 시상 및 대뇌다리에 발생한 해면상 혈관종에 대해 경북대학교병원의 소견서 및 진료확인서상 '운동장애 및 시야, 시력의 부분적 상실이 있으며, 종양이 심부 뇌조직에 위치해 조직검사 시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형태학적, 조직학적 진단이 불가능하며 조직검사를 시행할 경우 합병증과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해면상혈관종의 파열로 인한 뇌출혈 발생 시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이라는 소견에 따라 경북대학교병원으로부터 '임상학적 악성종양'이라는 판단을 받고 암치료보험금을 청구했던 사안인데, 법원은 '피보험자가 진단받은 해면상혈관종은 조직학적으로 악성종양으로 볼 수 없고, 임상학적으로 악성종양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고 또 반복적인 재발이 발생해 수술적 치료 혹은 방사선 혹은 항암치료에도 불응하는 등 예후가 나쁜 경우에 한하는데 피보험자의 경우 비록 종양의 위치가 뇌심부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병변이 진행돼 심각한 뇌신경 장애를 유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감정결과에 따라 피보험자의 해면상혈관종이 조직학적으로나 임상학적으로 악성종양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3)

해면상 혈관종에 기인한 뇌출혈에 대해서 뇌출혈이 진단확정됐다고 인정한 판결이 있고 이를 부인한 판결도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케이스메모(CaseMemo) 카테고리 중 "[판결] 해면상 혈관종 동반 뇌내출혈, 뇌출혈 진단 보험금 지급해라"라는 포스팅 글을 참고하세요.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 2019년 12월 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7월 4일(판결 추가)

1)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56828 판결 등 참조.
2)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코딩지침서상의 해당 부분을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3) 대구지방법원 2020. 5. 8. 선고 2018가단11786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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