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해면상 혈관종 동반 뇌내출혈, 뇌출혈 진단 보험금 지급해라


글: 임용수 변호사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뇌출혈 진단을 받은 해면상 혈관종 환자의 진단자금 청구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버티다 패소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해 드리고, 보험 전문변호사로서의 의견을 담은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인천지법 민사6단독 박상수 판사는 조 모 씨가 현대라이프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라이프생명은 조 씨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조 씨는 지난 2014년 7월 현대라이프생명의 질병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은 성인들이 걸리기 쉬운 5대 질병인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말기신부전증 등에 대한 진단자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었습니다.


이 보험은 구체적으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서 정한 뇌출혈을 진단받으면, 피보험자에게 최초 1회에 한해 6000만 원의 진단자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습니다. 뇌출혈 진단은 병력·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뇌전산화 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 뇌혈관조영술, 양전자방출 단층술, 단일광자방출전산화 단층술, 뇌척수액검사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조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서 뇌출혈로 분류되는 질병은 제6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지주막하 출혈(질병분류코드 I60)과 뇌내출혈(I61), 기타 비외상성 머리내 출혈(I62) 등이었습니다.

조 씨는 보험 가입을 유지한지 2년이 지난 2016년 10월, 갑작스럽게 심한 두통을 느끼고 응급차에 실려 가천대 길병원에 갔고, 검사 결과 '(주상병) 상세불명의 뇌내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뇌출혈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병력·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뇌전산화 단층촬영(CT)과 기타 뇌출혈을 판정하기 위한 과학적 검사도 이뤄졌습니다.

CT (뇌전산화 단층 촬영)

이에 조 씨는 현대라이프생명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뇌출혈 진단자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조 씨의 질병이 뇌출혈이 아니라 '해면상 혈관종’에 불과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강력 반발한 조 씨는 현대라이프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을 맡은 박 판사는 먼저 조 씨에 대해 뇌출혈 진단 확정을 내린 가천대 길병원이 아닌,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조 씨의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촉탁을 의뢰했습니다. 촉탁 결과 조 씨가 가천대 길병원에서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을 때의 CT 영상과 그로부터 일주일 후의 CT 영상을 비교했을 때 종양의 크기가 약간 작아진 변화가 있어 뇌출혈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박 판사는 먼저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2004다70420 판결)을 인용했습니다. 

해면상 혈관종과 함께 뇌출혈 진단 가능


이어 「조 씨는 급성 두통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병력이 있고, CT상 뇌출혈에 합당한 소견이 있었다」며 「이에 따르면 조 씨의 경우 해면상 혈관종으로부터 급성 뇌출혈이 있었다고 보이므로, 조 씨에게 부여될 수 있는 진단코드는 Q28.3(대뇌해면기형)뿐만 아니라, I61.8(기타 뇌내출혈)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판사는 조 씨의 상병(傷病)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뇌출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현대라이프생명은 조 씨에게 뇌출혈 진단자금 6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해면상 혈관종(Cavernous Angioma)은 혈관기형의 일종으로, 조직(병리)학적으로는 근육층과 탄력층이 없이 단일 세포층의 모세혈관으로 이뤄진 해면체 모양(벌집 모양)으로 생긴 양성 종양을 뜻합니다. 해면상 혈관종은 해부학적으로 캡슐()에 둘러싸여 있는데, 막 내부에 피가 스며나오는 듯한 출혈을 반복적으로 일으킵니다. 출혈은 막 안에서만 발생하므로 양이 미세하고, 질병의 병태생리도 뇌출혈과는 다르며, 신경학적 증상도 뇌실질내 출혈에 비해 경미합니다. 중추신경계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주로 뇌간부나 두개강 내에서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이지만, 상태가 더 악화되면 뇌출혈과 구토를 동반한 두통,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혈관종 외부에 그로 인한 뇌내출혈 증상이 있는지,  혈관종 내부의 출혈 증상일 경우 이를 뇌내출혈로 진단할 수 있는지 등이 소송상 주로 문제되는데, 병변 내부에 출혈이 동반될 경우 뇌전산화 단층촬영(CT)상으로 고밀도의 음영이 관찰된다면 뇌출혈 진단금 지급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전 판례 중에는 피보험자의 증상에 대해 해면상 혈관종(Cavernous hemangioma)보다는 뇌의 해면상 기형(Cavernous malformation) 파열로 인한 뇌간 부위의 출혈성 병변으로 진단됐다면, 약관에서 정한 뇌간의 뇌내출혈의 확정 진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있습니다.

해면상 혈관종 진단 사실이 있으면, 보험사 측은 해면상 혈관종이 선천성 혈관 기형이라는 이유로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하거나 약관상 선천적 장애에 따른 보험금 지급 제외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선천성 혈관 기형일 경우에는 질병분류코드 Q28.3(대뇌해면기형)에 속하므로1) 약관 [별표] 뇌출혈 분류표상 질병 분류번호 I60~I62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라이프생명은 조 씨의 증상이 뇌출혈이 아니라 해면상 혈관종에 따른 출혈일 뿐이므로,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판결 이후에 나온 하급심 판결 중에 현대라이프생명의 주장과 같은 취지로 판시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치료 담당의사(주치의)가 피보험자의 머리 부분을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 및 컴퓨터단층촬영영상(CT) 등에 따라 "대뇌 혈관의 기타 기형(해면상혈관종, 분류번호 Q28.3)", "뇌간출혈(분류번호 I61.3)"로 최종진단했지만, 해당 법원은 「뇌출혈은 해면상 혈관종에서 발생한 미세출혈이 원인(=뇌출혈은 혈관종의 한 증상)이며, 통상적으로 해면상 혈관종에 기인한 뇌출혈에 대해서는 주진단명인 해면상 혈관종에 해당하는 질병분류코드 이외에 뇌출혈에 해당하는 질병분류코드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요건인 뇌출혈의 진단 확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혈관종

반면,  피보험자의 증상이 뇌내출혈이 아니라 해면상 혈관종(Q28.3, 벌집 모양의 혈관기형)에 해당한다는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 담당 항소심 재판부는 피보험자 측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보험자의 증상이 해면상 혈관종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사들 사이에서 대체로 의견이 일치되지만 나아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분류번호가 I61인 '뇌내출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의사들마다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점,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적용 등을 고려해 '뇌졸중'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해면상 혈관종 내부 출혈의 경우 뇌내출혈을 진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립된 의학적 기준이나 실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보험자가 MRI 결과(자기공명영상)를 토대로 약관에서 정한 전문의로부터 I61의 뇌내출혈 진단 확정을 받았으므로 보험금 지급 요건을 충족했다고 봐야 하며, 그 확정 진단의 당부를 따져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약관의 문언해석에 반할 뿐 아니라 약관규제법 제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반한다(만약 보험사가 해면상 혈관종이 있는 경우, 뇌내출혈 진단의 효력을 부정하려면 약관에 이를 명시해 기재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뇌출혈 진단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8년 5월 21일
  • 1차 수정일: 2018년 10월 21일
  • 2차 수정일: 2019년 12월 9일 (새글 및 수원고법 판결 추가)
  • 3차 수정일: 2020년 1월 11일 (새글 및 서울남부지법 판결 추가,  구글 등록)

1)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Q28.3 대뇌혈관의 기타 기형(Other malformation of cerebral vessels)」에 속하는 '대뇌해면기형[Cerebral cavernous malformation]'은 제6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신설된 한국 고유 병명(한국 고유 코드)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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