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결) 사무장병원 입원했어도 허위 환자 부당이득 반환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사무장병원 운영자와 소속 의사가 환자와 공모해 실손보험금을 편취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환자가 허위 치료를 받아 보험금을 편취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의견서)을 원하는 분들은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한 다음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관련 자료 중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모두를 지참하고 사무실을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중앙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종광 부장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한 사무장병원의 환자였던 송 모 씨와 병원 운영자 최 모 씨, 의사 한 모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송 씨에 대한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송 씨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유죄의 확정판결

송 씨는 케이비손해보험의 실손보험 가입자로, 2014년 10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치료비를 수납했다는 내용의 진료비영수증, 진료비상세내역서 등을 병원 운영자 최 모 씨 등으로부터 발급받았습니다. 그 후 진료비영수증과 진료비상세내역서 등을 첨부해 케이비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했고 16차례에 걸쳐 보험금 합계 3700여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그 후 최 씨와 한 씨는 보험사들을 속여 실손보험금을 교부받을 수 있도록 환자들과 공모했다는 이유로 사기, 의료법위반, 사기방조로 형사 기소돼, 최 씨는 징역 3년 6월을 선고 받았고, 한 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최 씨와 한 씨가 '보험사들을 속여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 환자들이 물리치료 등 처치를 받지 않았음에도 허위의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보험사들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범죄사실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토대로 송 씨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했다고 보고 송 씨에게 3040여만 원을 돌려달라고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선고한 2심 판결문에서 "관련 형사사건의 기록에 의하더라도 송 씨가 운영자 최 씨, 의사 한 씨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공모해 허위의 치료를 받아 보험금을 편취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 한 씨와 최 씨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송 씨에 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한 사실이 없고, 송 씨 역시 관련 형사사건에서 조사되거나 입건되지 않은 채 형사판결서에 공모자로서만 기재돼 있는 점, 송 씨는 실제로 질병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는바 케이비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송 씨의 허위 치료 내역이나 허위 치료로 인한 송 씨의 부당이득 액수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케이비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나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송 씨가 한 씨, 최 씨와 공모해 허위 치료를 받아 보험금을 편취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1심도 '송 씨가 한 씨, 최 씨와 공모해 허위 치료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지난달 23일 2심(항소심) 패소 후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의사 등이 아닌 자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1) 소위 '사무장병원'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자격이 없는 사무장 등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병원이나 의원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의료법 조항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 행위에 대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 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하고 있습니다.2)

이런 강행법규에 위반해 이뤄진 약정의 효력(가령 의료인과 비의료인 간의 내부적 계약의 효력)과 강행법규를 위반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피해자에 대한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지급 의무나 보험금 지급 의무의 효력은 서로 구별됩니다.

자동차보험계약의 보험자(보험사 등)는 교통사고로 인해 생긴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해 교통사고 환자 등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 이를 위해 자동차보험의 가입자 등에게 교통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 그 피해자가 보험사 등에게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보험금 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중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은 피해자의 선택에 따라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3)


의료기관의 보험사 등에 대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청구는 피해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보험사 등에 대해 갖는 직접청구권에 근거, 그 인정 범위 내에서 법률상 특별히 인정되는 것이고, 의료기관에 대해 그 청구액 상당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실제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가 발생해 그에 따른 진료가 이뤄진 이상 피해자에게라도 반드시 지급돼야 할 성질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설령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개설한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를 갖춘 의료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진료가 이뤄지고 보험사 등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한 것이라면 보험사 등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 실손보험 내지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인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수익자만이 보험사 등에 대해 보험금 청구권을 보유합니다. 일반 환자로서는 어떤 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된 사무장병원인지 여부를 알 수 없음에도 사무장병원에서 받은 치료 등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면, 보험 가입자로서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보험 가입자 측에 지나치게 불리합니다.4)

반면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으로서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로부터 그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험수익자의 청구에 응해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줌으로써 단순히 그 보험금 청구 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해 줍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돼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해당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사 등의 보험금 지급 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닙니다.

만약 실손의료보험의 피보험자가 의료법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치료 등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면제받는다면 이는 결국 면책사유에 해당하고, 면책사유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그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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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19년 12월 15일

1)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87조 제2항 제2호 참조.
2) 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도7217 판결 등 참조.
3)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2조 제2항.
4)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1. 13. 선고 2018가합525168 판결 참조.
5) 동지: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4893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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