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축사 여물통에 머리 박고 엎드린 채 사망, 보험금 지급" 판결

축사(畜舍)

글 : 임용수 변호사


피보험자가 야산에 있던 축사 여물통에 머리를 박고 엎드린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경우 상해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이 판결의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변호사의 진진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법 자문(의견서)을 원하거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미리 전화(☎ 02-595-7907)로 예약한 다음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자료 중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모두를 반드시 지참하고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재판장 김정곤 부장판사)는 최근 이 모 씨의 유족이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유족에게 총 3억5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여물통 (manger)

이 씨는 2011년 9월과 2015년 4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 사망하면 일반상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특별약관이 포함된 2건의 상해보험에 가입했고 일반상해사망 시의 가입금액은 각각 1억5천만 원과 2억 원이었습니다.

그는 2017년 8월 어느 날 오전 9시 30분경 보령시에 있는 매형 집에 들러 공구를 빌린 후 근처 야산에 있는 오래된 축사 가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했고, 같은 날 오후 3시경 아내 유 모 씨와 약 36초 동안 통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 후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틀 뒤 오후 4시 30분쯤 철거 현장에 있던 욕조로 만들어진 축사 여물통에 머리를 박고 엎드린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유족은 KB손해보험이 이 씨의 사망을 상해사망으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철거하려고 했던 축사의 함석지붕 내부는 여러 개의 나무로 된 서까래가 있었고 그 중 한 개가 부려져 있었으며, 부러진 곳 위에 있었던 함석지붕이 이 씨가 있는 방향으로 무너져 있었고 그 지붕 윗면에 이 씨의 미끄러진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 씨가 함석지붕에서 곧바로 여물통 안으로 떨어져 머리를 박고 고꾸라졌거나, 벌에 쏘여 발생한 아나필락시스로 인해 극심한 갈증 또는 기도가 붓는 증상 등이 나타나 함석지붕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상태에서 스스로 가까이 있는 여물통으로 가 고여 있던 물을 마시거나 구토를 하려고 하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이 씨에게 특별히 자살을 할 만한 동기나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이 씨의 사체에서도 자살을 시도한 흔적으로 볼 만한 손상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함석지붕 위에서 축사 가건물의 철거 작업을 하던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소송도 여타의 민사분쟁과 마찬가지로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판결의 경우, '이 씨가 오래된 축사 가건물을 철거하다가 벌에 2회 쏘여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가 발생해 축사 여물통에 머리를 박고 엎드린 채 사망했다'는 유족 측의 주장과 관련해 재판부가 '이 씨가 벌에 2회 쏘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 씨의 아내 진술을 신빙성 있는 사실로 인정했고, 그런 사실의 존재를 전제로 벌에 쏘임과 이 씨의 사망 간에 사회적·법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아나필락시스는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을 의미하는데, 벌에 쏘였을 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고 이때 즉각적인 처치를 하지 못하면 쇼크나 호흡 장애 같은 심각한 전신 반응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며, 벌에 쏘임의 발생 간격이 짧을수록 전신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1)

아나필락시스는 또한 특정 수술 과정에서 투여받는 겐타마이신류의 항생제와 트리돌류의 진통제 등과 같은 약물의 부작용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xis reactions)으로 쇼크사(shock death)한 경우를 재해사망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야산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인부가 갑자기 달려든 벌떼에 쏘인 뒤 여러 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정신을 잃고 사망한 경우인데, 담당 재판부는 '벌떼에 쏘인 것'을 중요한 사망 원인(외부 요인)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례에 대해 자세한 판시 내용과 변호사의 해설을 읽고 싶은 분들은 2015. 11. 8. 네이버 블로그에 등록된 CaseMemo 중 "벌떼에 쏘이고 갑작스럽게 사망하면 재해사망"이라는 포스팅 글을 참고하세요.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11월 30일

1) 판결 주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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