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선박 탑승 중 선장, 바다에 추락 익사 했어도 상해보험금 줘라

글 : 임용수


선장이 만취 상태에서 선박에 오르던 중 바다로 추락해 익사했더라도 보험사가 선박승무원 등의 선박 탑승 중 사고에 대해서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는 내용의 약관을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이번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법 자문(의견서)이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 또는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부산지법 제5-1 민사부(재판장 성익경 부장판사)는 임 모 씨 유족이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롯데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임 씨는 2018년 4월 경남 사천시 신항에 계류 중이던 255톤급 예인선 선박에서 내렸습니다. 임 씨는 근처 식당과 노래방에서 술을 마신 후 늦은 밤 다시 선박에 탑승하다가 선박과 부두 사이로 추락해 바다에 빠져 숨졌습니다. 

유족은 롯데손해보험에게 임 씨에 대한 시체검안서(사망의 종류는 외인사, 사망의 원인은 익사)를 첨부해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의 사고조사 요청을 받은 손해사정회사는 조사를 마친 뒤 2018년 6월 롯데손해보험에게 "임 씨의 익사 사고가 직무상 선박 탑승 당시 발생한 사고인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험계약 당시 무역사무원으로 직업급수 1급으로 가입됐으나 익사 사고 발생 당시는 항해사로서 직업급수 3급으로 변경됐다"는 취지가 포함된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은 익사 사고가 선박승무원인 임 씨의 직무상 선박 탑승 중 발생한 것으로서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관 면책조항(선원 면책조항)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임 씨의 유족은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임 씨의 아내인 가 모 씨는 2008년 12월 롯데손해보험과 상해사망 휴유장해 시 3000만 원을 보장하는 내용의 보험에 가입하면서 임 씨의 직업을 무역사무원으로 고지했습니다. 임 씨는 보험계약 당시 무역사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14년 1월부터 항해사로 근무했고, 2015년 5월 선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험계약 당시 가 씨가 가입한 상해사망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상해로 생긴 손해를 보상하지만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선원 면책조항은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약관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데, 보험계약 당시 롯데손해보험 또는 보험모집인이 가 씨에게 선원 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롯데손해보험은 선원 면책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롯데손해보험은 관련 사건에서 2018년 10월 준비서면의 제출로써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롯데손해보험이 이미 2018년 6월 손해사정 보고서를 받아서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롯데손해보험의 해지권 행사는 1월의 제척기간이 경과된 이후의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며 롯데손해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롯데손해보험은 유족에 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는 임 씨의 실제 직업에 따른 직업급수(선장, 3급)를 기준으로 산정한 보험금 액수를 초과해서는 보험금 지급 채무자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롯데손해보험의 이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의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약정된 보험금 중에서 삭감한 부분에 관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므로 그 해지에 관해서는 상법 제6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지 기간 등에 관한 규정이 여전히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롯데손해보험은 임 씨의 익사 사고에 관한 손해사정 보고서를 제출받은 2018년 6월 임 씨의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을 알았다고 봐야 하고, 롯데손해보험의 보험금 감액(보험계약의 일부 해지) 및 보험료 증액의 의사표시가 담긴 2019년 7월 준비서면이 유족에게 송달된 날은 롯데손해보험이 그런 사정을 안 날로부터 1월이 지난 이후임이 명백하므로, 롯데손해보험의 해지권의 행사 및 증액 청구는 제척기간을 도과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선원 면책조항은 보험금 지급 의무의 존부를 결정하게 하는 사항으로서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롯데손해보험이 보험계약자인 가 씨에게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약관 조항에 해당한다고 풀이되며, 이런 해석은 하급심 판례의 주류적 입장입니다. 이번 부산지법 판결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를 이행해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652조 제1항은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는 지체 없이 보험사에게 통지해야 하고, 이를 해태한 때는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월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 씨는 보험계약 당시 직업급수 1급인 무역사무원이었지만 2014년 1월부터는 직업급수 3급인 항해사로 근무했으므로, 임 씨에게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임 씨 부부는 롯데손해보험에게 상법 제652조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보험 가입자가 통지의무를 위반한 경우라도, 보험사가 해지권 행사 기간이 경과한 후에 해지 통고를 했다면 그 해지 통고는 해지권 소멸 후의 의사표시이므로 그 효력이 없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은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임 씨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301%의 만취 상태에서 선박에 무리하게 승선하다가 익사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서 상법 제659조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는 주장도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상법 규정에 의하면, 상해보험이나 사망보험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과실로 인해 발생했더라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1) 이들 규정은 피보험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고려해 유족의 보호 등 인도적 견지에서 인정되는 특칙으로서 상법 제659조에 우선해 적용되므로, 설령 임 씨의 중과실로 인해 익사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롯데손해보험은 면책될 수 없습니다.

선원 면책조항의 적용 여부와 관련된 주요 사례, 이 조항에 관한 보험법리, 보험전문변호사의 해설과 법률 조언 등을 더 알고 싶은 분들은 판결 업데이트 카테고리에 있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살펴 보세요.


[단독] 잠수정 내연담당관에겐 선원 면책조항 적용 안돼, 보험금 지급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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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12월 23일

1) 상법 제739조, 제732조의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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