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수정 내연담당관에겐 선원 면책조항 적용 안돼, 보험금 지급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선박승무원 등은 보상받을 수 없는 보험에 가입했던 잠수정 내연담당관이 잠수정 안에서 출항 준비를 하다 내부 폭발사고로 실종, 인근 해상에서 사망한 경우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의견서) 및 보험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반드시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부산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조휴옥 부장판사)는 조 모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화재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4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던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조 씨의 남편이 선박승무원이나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둔 보험을 계약하고 사고를 입었으나, 조 씨의 남편을 선박승무원 등이 아닌 잠수정의 내연담당관으로 보고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조 씨의 남편은 잠수정의 내연담당관으로 한 달에 두세 번, 2~3일 정도 항해 시 잠수정에 승선해 잠수정에 있는 엔진의 운용 및 관리를 하고 벨러스트탱크, 오수탱크 등에 물을 넣고 빼는 등 이를 운용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잠수정이 출항하지 않을 경우 육상 사무실에서 내근을 하며 배의 기본적인 유지 및 보수하는 업무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항해 업무를 하는 사람의 경우 별도의 항해 교육을 이수하도록 돼 있는데, 조 씨의 남편은 항해와 관련된 교육을 이수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내연담당관인 조 씨의 남편은 면책약관에서 명시하고 있는 선박승무원 등에 준하는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조 씨의 남편이 직업급수 3급에 해당하는 전투 병과 이외의 특수 업무를 수행하는 군인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보험계약 체결 당시 잠수정에 승선하는 직업급수 3급에 해당하는 특수병과에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급수 2급의 해군 일반 부사관으로 알림으로써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현대해상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특수병과 군인은 병무, 군종, 헌병, 의무, 수송 따위의 전투 병과 이외의 특수 업무를 수행하는 군인으로 UDT, 특전사, 해병대, SSU, 공수부대 등을 말하는데, 조 씨의 남편은 보험계약 당시 해군 준위로서 잠수정 내연담당관의 보직을 맡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씨의 남편은 2016년 7월 현대해상과 자신이 상해로 사망할 경우 4000만 원을 조 씨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한다고 알렸습니다. 해당 보험은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규정이 있었습니다.

이후 조 씨의 남편은 2016년 8월 중순 잠수정 내연담당관으로 근무하던 중 잠수정에 탑승해 출항 준비를 하다 아침 8시쯤 내부 폭발 사고로 실종됐다가 인근 해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이에 조 씨가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지급을 거부 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관련 특별약관에 이번 판결 사안처럼 『회사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아래 열거된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 3.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이라는 내용의 면책조항('선원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 그런 면책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고객 보호의 측면에서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해석을 해봐도 그 면책 조항의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는 약관 작성자인 보험자(보험회사 등)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해야 합니다.

대법원도 보험약관 문언상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으로 기재돼 있어 그 의미와 범위가 분명하지 않지만,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으로 돼 있다면, 뒤의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도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에 준하거나 적어도 그 일의 내용 내지 그 일에 따른 선박교통사고의 위험도라는 면에서 이와 유사한 직무를 가진 사람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데 선박회사 공무감독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 점이 명백하지 않다면 역시 약관해석의 원칙에 의해 고객인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보험약관이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발생된 손해'를 규정한 경우, 선박회사의 공무(工務)감독은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1)


하급심 판결 중에도 가정주부(家庭主婦)가 어부인 남편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새우잡이 일을 돕다 다친 경우 선원 면책조항의 적용을 부정하고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 가정주부를 어부가 아니라 남편의 일을 돕기 위해 배를 함께 탄 '배우자'로 보험계약자 측에 유리하게 풀이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선박기관 감독관으로 승선해 근무하던 중 선박의 출항 준비를 위해 냉동기 시운전을 하다가 냉동기 3호실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기관실 내부로 누출된 암모니아 가스 때문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런 사고는 선원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지선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음주를 하고 근무지 겸 숙소인 바지선으로 복귀하기 위해 사다리를 이용해 승선하다가 부주의로 바다에 추락해 익사했다면 해상 근무자의 특성(본연의 작업뿐만 아니라 휴식, 작업 준비, 식사 등이 대부분 해상에서 이뤄지는 점) 내지 위험성을 반영한 선원 면책조항의 취지와 사고 당일의 행적 내지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비춰 사망 사고가 면책조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부부가 연안자망어선에 승선해 문어잡이 조업을 하던 중 심야(03:50경)에 아내가 로프줄에 발이 걸려 바다에 빠져 사망한 사건에서도 보험사가 선원 면책조항을 설명했다고 판단되므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는데, 담당 재판부는 선박의 소유 명의와 주된 승선자가 아내이고 사고가 발생한 날 이외에도 심야 또는 새벽에 출항해 조업을 한 날이 적지 않았다면, 아내가 바람을 쐬러 나갈 때나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을 때 드물게 승선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내를 어부 또는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소형 어선/어부

선원 면책조항은 보험금 지급 의무의 존부를 결정하게 하는 사항으로서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보험계약자가 이를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풀이됩니다.2)

판례 중에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로부터 선원 면책조항이 포함된 상품설명서를 제공받아 그 내용을 읽고 확인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설명의무 불이행 주장을 이유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모집인이 단지 위험한 일에 종사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막연히 안내했다거나 선원 면책조항에 대한 이해나 그 설명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선원 면책조항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원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박의 운항 관리에 관해 책임을 지는 '선장'과 선박에서 근무하는 선장이 아닌 '해원'으로 분류됩니다. 선원이 되려는 사람은 해양항만관청으로부터 선원수첩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수록된 국내 선박면허증인 선원수첩 소지자는 2018년 기준으로 9만7,257명입니다. '선원수첩'이란 선원의 승무능력, 자격증명, 근로계약 등의 내용을 수록한 문서를 말합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11월 17일
  • 1차 수정일: 2019년 12월 17일 (글 및 판결 추가)
  • 2차 수정일: 2020년 1월 1일, 1월 6일 (글 및 판결 추가)

1)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65138, 2004다65145 판결 참조.
2) 동지: 울산지방법원 2016. 6. 22. 선고 2015나22281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6. 11. 30. 선고 2015나50221 판결 등 참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