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욕조에 빠져 익사 추정 … 재해사망 보험금 줘야"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고령의 노인이 혼자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운 후 욕조에 들어갔다 욕조 물에 잠긴 상태로 숨졌어도 '재해사망'으로 인정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변호사의 진진한 의견이 담긴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법 자문(의뢰서)을 원하거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은 '위치와 연락'에 열거된 보험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반드시 지참하고 방문해 주세요.

수원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강두례 부장판사)는 숨진 김 모 씨(만88세)씨의 유족이 한화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1심 법원의 판단을 취소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2016년 7월 어느 날 밤 11시쯤 자택 욕조에서 뜨거운 물에 온몸이 잠긴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당시 김 씨에게는 익사자에게 나타나는 '비강 내 짙은 포말괴(거품 덩어리)' 등 전형적인 증상이 관찰됐습니다. 

김 씨는 평소 타인의 도움 없이는 목욕을 하지 못했고, '상세불명의 합병증을 동반한 2형 당뇨병, 무릎관절증, 위염' 등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있으나 뇌졸중으로 쓰러지거나 외부에서 활동을 하다가 다친 적은 없었습니다. 또 요추체 압박골절 진단, 경피적척추성형술을 받아 다리 거동은 불편했으나 평소 유모차를 끌고 5~10분 거리의 장소를 왕래할 만큼 다른 신체적 이상은 없었습니다. 출입문은 잠겨 있는 등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은 없었습니다. 

유족은 한화생명에 "욕실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욕조에 머리를 부딪히고 뜨거운 목욕 물이 받아져 있던 욕조로 쓰러져 물에 잠긴 상태로 사망했으므로 재해사망 보험금 5천8백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부검을 하지 않아 직접 사망원인을 알 수 없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버텼고 유족은 결국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혼자 남겨진 상태에서 옷에 대변을 보게 됐고, 혼자 목욕을 하려고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서 씻으려고 하다가 거동이 불편해 중심을 잘 잡지 못하던 중 갑자기 뜨거운 물이 채워져 있는 욕조 안으로 빨려 들어가 익사했거나 욕조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넘어져 익사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김 씨가 다리를 아예 펴지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일어나거나 걷지 못했으며, 변기 등 주위에 다른 사물을 잡아야만 욕실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데, 욕조의 높이가 김 씨의 작은 키(약 147cm)에 비해 매우 높아 김 씨가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욕조를 넘어서 안으로 들어가 목욕을 하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가 평소에 도움 없이는 목욕을 하지 못하다가 혼자 목욕을 하려고 하면서 욕조에 물을 채운 후 욕조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물속으로 넘어졌거나 어떤 경위에 의해 욕조에 들어갔다가 욕조에 물이 가득차있어 미끄러운 욕조를 잡고 스스로 일어나거나 넘어서 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보험계약 약관상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불의의 익수)'로 사망했다」며 「평일일반재해사망보험금 5800만 원에서 이미 지급한 보험금 140만 원 가량을 공제한 5660만 원 상당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김 씨가 욕조에서 나체 상태로 뜨거운 물에 전신이 잠긴 채 사망한 사실은 인정되나, 유족 제출 증거만으로는 김 씨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생명보험사의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재해'란 ① 우발적인 ② 외래의(신체 외부에서 발생한) 사고로서 약관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합니다. 재해는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해보험 상품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보험사고인 '상해'와 용어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개념입니다. 재해의 개념에서 '외래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질병'에 기인한 사고가 재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데 있습니다. 

재해사망이란 재해로 인해 신체에 손상을 입고 숨진 경우를 의미합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는 구별됩니다. 예컨대 불의의 익수 사고 중 질병에 의한 호흡 장해나 삼킴 장해로 인한 사망은 재해에서 제외되는 사고입니다.


이번 판결과 유사한 사고 유형을 다룬 서울고법의 2015년 판결이 하나 더 있습니다.1) 피보험자가 술을 마신 후 욕조에서 뜨거운 물로 반신욕을 하다 갑자기 숨진 경우도 '상해사망'으로 인정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판시 이유는 이번 판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담당 재판부는 "술을 마시고 고온의 목욕탕에서 장시간 방치될 경우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며 심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도 급사 위험성이 증가한다"며 "망인의 사망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 결과"이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자세한 판결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케이스메모 카테고리 중에 있는 "[판결] 음주 후 만취 상태서 반신욕 하다 돌연사 해도 상해사망보험금 줘야"를 살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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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2019년 11월 22일

1) 서울고등법원 2015. 11. 25. 선고 2015나20530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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