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산 사고 보험 제외 약관, 설명 없었다면 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출산 후 급성질환으로 숨진 산모 유족에게 임신이나 출산(제왕절개 포함) 사고 면책사유를 근거로 무조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 자문(의견서), 보험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공지] 법률상담 시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에 열거된 관련 서류들을 꼭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세요.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2단독 정현설 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숨진 산모의 유족인 김 모 씨 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가) 보험계약 당시 출산(제왕절개 포함)에 의한 상해는 보험금 지급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을 다하지 않았다면 보험금 1억 4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 씨 아내는 2012년 2월 자신을 피보험자로 현대해상과 '보험기간 중 상해로 사망시 보험금 1억 4000만원을 지급하되 출산(제왕절개 포함) 등을 원인으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김 씨 아내는 2015년 8월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자녀를 낳은 이후 호흡곤란 증상 등을 보이다가 혈복강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습니다.

남편 김 씨는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약관에 적힌 면책사유에 해당된다'며 지급을 거절당했습니다. 현대해상 측은 "상해보험계약 약관 중 '피보험자의 출산(제왕절개 포함), 산후기, 외과적 수술 또는 그 밖의 의료처치'에 의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며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판사는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의 발생에 관해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 같은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를 먼저 인용했습니다.1)


그러면서 「부검의가 혈복강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인을 추정하면서 다른 장기의 손상이 없었으므로 의료진의 조치 외에 다른 요인에 대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고, 제왕절개 수술 이전에 김 씨 아내에게 혈복강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를 초래할 만한 질환이나 내적 요인이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김 씨 아내의 사망 사고는 의료상의 과실에 의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판사는 또 「김 씨 아내의 사망 사고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증가된 위험이 현실화됨으로써 발생했으므로 사고 발생에 의료진의 과실이 기여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제왕절개 포함)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2)

이어 「이 면책조항은 보험금 지급 의무의 존부를 결정하게 하는 사항으로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면서도 「보험계약이 전화상담원을 통한 통신판매 방식으로 체결됐는데, 상담원이 김 씨 아내에게 오토바이의 운전 및 탑승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고 고의 사고도 보상하지 않으며, 이외에 기타 보상하지 않는 손해 등은 상품설명서 및 약관을 확인하라고만 설명했을 뿐, 출산 등 면책조항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관에 면책조항이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현대해상이 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현대해상은 출산 등 면책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현대해상은 상해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대법원은 지난 2014년 보험사들의 외과적 수술 등 면책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되는지와 관련해,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개입돼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 사항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금융감독원이 정한 표준약관에 포함돼 시행되고 있었다거나 국내 각 보험회사가 표준약관을 인용해 작성한 보험약관에 포함돼 널리 보험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그 사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에 해당해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3) 만약 보험사 측에서 보험계약 당시 그와 같은 면책 약관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를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를 지게 된다는 취지입니다.

2018년에 나왔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도 산모가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술을 받은 후 혈관조영술 소견상 폐쇄동맥으로 추정되는 좌측 내장골동맥의 가지에서 대량의 출혈이 발생, 심폐소생술 및 혈관색전술을 받았으나 중증의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하고 노동능력을 100% 상실한 상태에 있었던 사안에서, 해당 사고가 제왕절개 등을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로서 면책조항(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하나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책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설명의무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외과적 수술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보험사의 보상 범위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 사고에 대해서는 면책 약관이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변호사가 2011년경 지 모 씨 가족의 소송 의뢰를 받아 지 씨를 대리해서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재판을 수행했던 사건(지 씨가 전신 마취 수술 도중 뇌손상 후유장해를 입었던 사안)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 씨가 보험기간 중 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던 중 마취제 과다 사용으로 인한 무호흡증으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전제한 후, "손가락 부상은 메리츠화재가 보상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므로 약관에 의해 그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도 메리츠화재에게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최초 등록일: 2019년 11월 10일

1)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6851 판결 등 참조
2)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78491, 78507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874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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