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산물 상차 작업 위한 경운기 후진 중 사고, 면책사유인 하역 작업 사고 아니다" 판결

경운기 후진 도중 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

글 : 임용수 변호사


농산물 상차 작업의 편의를 위해 경운기를 후진하던 중 경운기가 진입로 밖으로 이탈하면서 경운기와 전봇대 사이에 몸이 끼여 사망한 사고는 보험약관에서 정한 면책사유의 일종인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농작물을 싣기 위한 준비 단계는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인 하역 작업이 아니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로 [단독] 보도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1:1 똑똑!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서류 등 일체의 자료를 지참하고 상담에 임해 주세요.

대구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는 경운기 운전 중에 불의의 사고로 숨진 김 모 씨의 유족이 DB손해보험(종전 상호: 동부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DB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교통상해사망 보험금 지급 판결 선고

김 씨는 2013년 7월 자신이 교통상해로 사망할 때 보험금을 지급받은 내용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운전자보험의 특별약관에는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2016년 6월 경운기에 트레일러를 장착한 상태로 자신의 참외 경작용 비닐하우스 부근까지 운전해 간 후 참외를 경운기에 싣기 위해 도로에서부터 비닐하우스까지 연결된 내리막 진입로에서 경운기를 후진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경운기 본체 부분 앞바퀴가 진입로 밖으로 이탈하면서 경운기의 보조 손잡이와 전봇대 사이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김 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시간 뒤 숨졌습니다.

운전자보험 약관 면책사유

김 씨의 유족은 DB손해보험에게 교통상해사망 보험금 등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DB손해보험 측은 하역 작업을 하다 일어난 면책 사고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강력 반발한 김 씨의 유족은 DB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DB손해보험은 김 씨가 참외 하역 작업을 위해 밀접한 준비 단계로서 하역이 용이한 비닐하우스 앞까지 경운기를 후진으로 운행하다가 사고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하역 작업을 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다며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나, 김 씨가 농산물 상차 작업의 편의를 위해 경운기를 후진한 사정만으로는 하역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 사법연수원 28기)는 "이 판결은 약관 해석의 일반 원칙에 따라 면책사유의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 해석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앞서 적시한 바와 같이 운전자보험 약관에는 『회사는 그 원인의 직접·간접을 묻지 않고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는 교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역 작업을 하는 동안'의 사전적 의미는 "짐을 싣거나 부리는 일"입니다.

운행 중인 경운기에 탑승(운전을 포함)하고 있을 때 발생한 사고를 운전자 교통상해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다만 하역 작업을 하는 동안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보지 않고 그로 인한 손해는 보상 손해에서 제외한 것은 '하역 작업'에는 교통 기능 수행 중의 사고와는 별개로 고유한 사고 발생 위험이 내재돼 있어 그러한 위험이 현실화된 결과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사고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데 있습니다.

농산물 상·하차 작업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약관상 면책사유인 하역 작업을 하는 동안 발생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참외 반출 작업(비닐하우스에서 진입로까지 참외를 실어내는 작업)에 경운기를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작업 공간으로 볼 여지가 있는 진입로에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경운기 운전자가 아직 경운기를 참외 반출 작업에 제공하지 않았고 단지 참외를 실으려고 경운기를 후진하는 과정에 불과했다면 곧바로 이를 '하역 작업을 하는 동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입니다.2018년 7월 7일


대법원은 비철 금속(구리)의 상차 작업을 마친 후 화물 차량 적재함 위에 올라가 덮개를 씌우는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상해를 입은 사고는 차량에 화물을 적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서 약관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규정한  '하역 작업을 하는 동안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에 해당한다고 해석되고, 이런 해석론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약관 내용에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다고 할 수도 없어 약관 내용을 약관규제법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하게 제한 해석해야 할 여지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최근 판결 중에는 피보험자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지상에서 빌라 4층 쪽으로 이삿짐을 운반하는 작업을 하다가 사다리차에 설치된 일명 바스켓과 사다리차를 연결하는 철제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상해를 입었던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이삿짐을 하역하던 중 바스켓과 연결된 철제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 역시 면책 조항에 따라 면책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도 보험회사가 면책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2019년 6월 26일

또한 암롤트럭의 운전기사인 피보험자가 조성공사 임목처리 과정 중 차량에 박스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장착고리가 빠져 차량 앞부분에 충격이 가해지는 사고로 허리 척수의 완전 손상, 요추 손상에 의한 하반신 마비 등의 피해를 입었던 사안의 경우, 법원은 피보험자가 임목처리 작업 후 임목을 차량에 적재하는 중 발생한 사고로 보이므로 사고가 하역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교통사고 특별약관에 의해 보장되는 보험사고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례의 경우는 앞서 본 판결과는 달리, 보험회사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자에게 교통사고 특별약관을 포함해 보험 및 약관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고 판단했습니다.2020년 11월 15일

이번 판결 소식에 앞서 전해 드린 1심 판결의 주요 내용과 유사 판결 등을 다룬 글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 있는 『[판결] 트레일러 장착된 경운기 운전 중 사망 사고에 "교통상해사망 보험금 지급하라"』라는 글을 살펴 보세요.
  • 최초 등록일: 2018년 7월 7일
  • 최종 수정일: 2020년 11월 15일

1) 1차 수정 : 2019년 6월 26일
2) 2차 수정 : 2020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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