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앞마당 텃밭에서 밭농사 하면서 전업주부로 직업 고지했다면, 보험금 못 받는다

텃밭에서의 농작물 재배

글 : 임용수 변호사


집 앞마당 텃밭에서 작물 등을 재배하고 농협에 조합원으로도 가입해 그 자격을 유지하던 여성이 상해보험 가입 당시 직업란에 '전업주부'라고만 기재했다면 보험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계약 당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는 취지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유영일 판사는 진드기에 물려 중증 혈소판 감소증으로 사망한 김 모 씨의 유족(아버지)이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2018가단5084092)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강원도에 살던 김 씨는 2016년 12월 상해사망 특약 등을 부가한 메리츠화재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김 씨는 직업란에 '전업주부'라고 적고 '부업 또는 겸업,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다음 해 6월 텃밭에서 일하던 중 발열·설사 증상이 있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일주일 뒤 중증 혈소판 감소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 당시 김 씨의 몸에서는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있었고 죽은 진드기 2마리가 발견됐습니다.

텃밭에서 재배한 농작물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메리츠화재는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지급을 거절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유족 측은 "집 앞마당 조그만 텃밭에서 영리 목적이 아닌 자가 취식을 목적으로 채소를 기른 것이므로 농작물 재배원이나 농업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퉜습니다.

유 판사는 「청약서상 기재를 요구한 질문은 보험계약상 특약 사항으로 '일반상해사망'에 관해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측정 자료이므로 보험 가입자가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인데, 김 씨는 농사일을 상당히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보이고 직업인으로서 농업인에 해당하거나 최소한 겸업으로 농업을 했는데도 전업주부라고 기재하고 겸업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어 「김 씨는 사고 7년 전은 물론 사고 당일도 거주하던 토지에서 상추, 방울토마토, 케일 등을 재배하고 있었으며, 2009년 강원도 인제군 농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사고 당시까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점을 봤을 때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인정 받아 조합원 자격을 얻은 것으로 보이고, NH농협생명에 '농업인안전보험'도 가입했으며,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큰 밭이었던 데다가 트럭과 밭갈이·수확에 쓰이는 대형 농기구가 있었고 비닐하우스 근처에 적치된 비료 포대 등을 보더라도 김 씨가 상당한 시간 동안 농작물 재배에 종사했고 일정 부분은 대가를 받고 처분하거나 다른 작물과 교환하는 등 업으로 이를 재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유 판사는 김 씨가 채소를 기르다가 진드기에 물린 것이 아니라 키우던 애완견에 붙은 야생 진드기를 떼다가 물려 중증 혈소판 감소증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유족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보험 청약서에 있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질문표)상의 질문 사항에 대해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은 것은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것(불고지)으로 다뤄집니다.

채소를 기르다가 진드기에 물린 것이 아니라 애완견에 붙은 진드기를 떼다가 물려 중증 혈소판 감소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유족 측 주장은,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메리츠화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있더라도 보험금만은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유족이 항소,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재판이 계속 중입니다.1) 따라서 확정되지 않고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해설과 법률 조언을 해드리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나중에 판결이 확정되면 해설과 법률 조언을 추가할 예정입니다.2019년 6월 28일

유족의 항소도 기각됐고, 항소심 판결 그대로 확정됐습니다.2) 항소심 재판부는 「만약 김 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농업인으로 고지했거나, 최소한 겸업이나 부업,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 부분에 농사일을 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면, 메리츠화재는 김 씨가 중증 혈소판 감소증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까지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농사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전업주부에 비해 통상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김 씨에 대한 보험료의 요율 등을 올리는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아울러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람이나 개 등의 포유류가 중증 혈소판 감소증의 원인이 되는 야생진드기의 숙주가 될 수 있기는 하나 그 야생진드기의 1차 서식지는 기본적으로 야외라는 점,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감염병감시과 소속원들이 작성한 중증 혈소판 감소증 환자의 역학적 특성 연구 결과에 의하면 농업 종사자들의 경우 일상적으로 진드기에 노출되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 비해 감염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던 점 등을 종합하면, 김 씨가 반려견을 키웠다는 사실 등만으로는 김 씨가 농업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계약이 유선으로 체결되는 과정에서 농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업란 등에 기재해 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를 다했을 것이므로 이에 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메리츠화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유족 측의 추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직업 및 부업, 겸업 또는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는 보험료의 요율 등을 변화하게 하는 계약상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미 보험계약자들 사이에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메리츠화재가 김 씨에 대해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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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6월 28일
  • 1차 수정일: 2020년 4월 30일 (항소심 판결 추가)

1) 항소심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2019나30739호로 계속 중입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2. 선고 2019나3073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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