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트레일러 장착된 경운기 운전 중 사망 사고에 "교통상해사망 보험금 지급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농작물 운반을 위해 경운기를 운전하다 경운기와 전봇대 사이에 얼굴이 끼이는 사고로 사망한 경운기 운전자의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민사부(재판장 차경환 부장판사)는 경운기 운전 중 사고로 숨진 김 모 씨의 유족이 동부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동부화재는 교통상해사망 보험금 1억 원과 7년간 매월 말일에 300만 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다.1)

참외농사를 짓던 김 씨는 지난해 6월 오후 5시 50분쯤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자신의 비닐하우스로 참외를 운반하기 위해 트레일러가 달린 경운기를 내리막길에 후진으로 운행하던 중 경운기 앞바퀴가 내리막길 옆 경사로로 빠지면서 경운기의 보조 손잡이와 전봇대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그날 오후 7시쯤 압착에 따른 안면 손상을 원인으로 한 혈흉 등으로 심폐기능이 정지해 사망했고, 유족은 동부화재에 교통상해사망 보험금과 사망유족자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동부화재는 김 씨가 가입한 보험 특별약관 규정 중 '농업기계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에는 기타교통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경운기는 농업기계에 해당하며 김 씨는 사고 당시 수확물의 운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경운기를 작업기계로 사용했으므로 이는 보험금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운전한 경운기가 사고 당시 작업기계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엄밀한 의미에서 '농업기계'에 해당하는 경운기는 엔진과 바퀴 두 개가 달린 앞부분의 본체만을 의미한다」며 「특별약관에서 '기타교통수단'에 농업기계를 포함한 취지는 농업기계라도 사람이나 화물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할 경우 교통수단의 기능을 하기 때문으로 보이고, 이처럼 기타교통수단에 농업기계를 포함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엔진과 바퀴 두 개로 이뤄진 동력 경운기에 트레일러를 장착한 사고 당시 경운기는 작업기계로 사용됐다기보다는 통상적인 교통수단의 기능을 수행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사고 당시 경운기를 작업기계로 사용했다고 본다면, 농작물을 실어 운반하기 위해 트레일러가 연결된 동력 경운기를 운행하는 것을 '작업기계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되고, 이 경우 동력경운기에 연결된 트레일러에 농작물을 실은 상태에서 일반도로를 주행 중 사고가 나더라도 그러한 동력경운기의 운전행위 역시 '작업기계로 사용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도출된다(동부화재도 적재한 농산물을 최종 목적지까지 운반하기 위해 경운기를 일반도로에서 운전하는 것은 교통수단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에 대해 동부화재가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법원인 부산고등법원에서 기각됐다.2)

경운기는 견인에 의한 쟁기 작업, 로터리에 의한 경운 및 쇄토 작업, 트레일러에 의한 운반 작업, 동력전달에 의한 방제, 양수, 탈곡 작업 등 다목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농업기계로서 그 본래 목적이 교통기능의 수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업기능의 수행에 있다. 

하지만 트레일러가 장착된 경우는 일반 자동차와 같이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교통기능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따라서 트레일러를 장착한 경운기가 자동차와 유사하게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이를 교통기능을 주로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 판결 사안과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건설기계나 농업기계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던 중이었는지 여부와 관련해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약관에 "건설기계 및 농업기계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 발생된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기계나 농업기계는 일반 자동차와는 달리 본래 목적이 교통기능의 수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업기능의 수행에 있고, 건설기계나 농업기계의 교통기능은 작업 수행을 보조하기 위한 부수적인 기능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건설기계나 농업기계가 그 본래 용도인 작업기능과는 달리 교통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일반 자동차와 같게 취급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1] 회사 작업장 안에서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이용한 외부 작업을 완료한 후 작업장에서 주차했다가 작업장 안에서 세차하기 위해 물만 싣고 이동하다가 그곳을 걸어가던 타인을 믹서트럭으로 충격해 바닥에 넘어지게 하고 계속 진행하면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는 콘크리트믹서트럭이 작업기계로서 수행하는 콘크리트 혼합 및 타설 작업을 하는 경우와 같이 보험사고 발생의 위험 정도가 큰 경우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금 면책사유(예: 9종 건설기계가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2017년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에도 보험기간 중 자동차 교통사고로 타인을 사망하게 한 경우 타인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교통사고처리지원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영업용)(실손) 특별약관'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건설기계인 덤프트럭을 운전해 공사 현장을 진행하다가 당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타인을 뒷바퀴로 충격했고 그로 인해 그 타인의 사망했던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덤프트럭의 적재함만을 사용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고, 적재함에 화물을 적재해 운송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3) 

[3] 또한 2019년 선고된 한 하급심 판결도 집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야산의 밭까지 비료를 운반하기 위해 트랙터 전면부에 장착된 운반용 바구니에 비료 15포대를 싣고 트랙터를 운전하던 중 밭 옆 농로에서 좌측 약 20미터 비탈길 아래로 트랙터가 추락해, 다발성 흉부·골반 골절에 의한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에서, 담당 판사는 사고의 발생 장소가 작업 장소인 밭으로 이어지는 농로이기는 하지만 피보험자가 비료를 운반하기 위해 집에서부터 밭까지 트랙터를 운전하던 중 농로를 주행했으므로 교통수단으로써 이를 사용했다고 볼 것이고 트랙터가 농로에서 운행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종료되고 운반용 작업기계의 기능이 개시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기타 교통수단에 해당하는 트랙터에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은 사고에 대해 교통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4)  


​건설기계나 농업기계가 본래 용도인 작업기능만을 전적으로 수행하거나 혹은 작업기능과 함께 교통기능을 수행하더라도 그것이 작업기능에 필수적으로 수반되거나 작업기능의 보조 역할에 그치는 경우에는 이를 작업기계로 사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1] 최근의 판례 중에도 피보험자가 지게차를 조종해서 흄관들이 적재된 트럭으로부터 흄관 1개을 실어나른 후 다시 흄관을 싣기 위해 트럭이 있는 방향으로 후진하던 중 지게차의 뒷바퀴가 논으로 빠지면서 약 2미터 아래로 전복돼 지게차 밑에 깔려 질식 의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사고 발생 당시 지게차가 물건이 적재되지 않은 채 이동 중이었다 하더라도 그 목적은 흄관 하차 작업의 일부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작업기계로 사용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서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

한편, 지게차와 관련된 사고에서 쟁점이 달랐던 사례도 있다. 회사 공장 정문 쪽에서 회사 창고 쪽으로 진입하던 지게차에 의해 충격을 당해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례에서는, (1) 지게차가 '들어올림 장치와 조종석을 가진 것'이므로 그 용도는 '본래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뿐,  지게차가 '부수적으로' 물건을 운반하더라도 본래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것이라 인정할 수는 없고, (2) 지게차가 교통기관과 유사한 기관에 해당하고 사망 사고가 물건의 운반에 사용되고 있는 동안 발생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으나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고가 '도로'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약관 규정이 면책조항이 아니라 '보험사고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사례다.5) 


​[2]  또, 피보험자가 밭을 갈기 위해 경운기를 운전하던 중 하수도 하천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바닥에 깔린 자갈 등에 미끄러져 경운기와 함께 3.6m 아래 하천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 경운기를 작업기계로 사용하던 중 사고를 당했음을 이유로 해당 사고가 보험금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도 있다.

[3] 크러셔(분쇄기) 기계 점검 및 직원 안전 교육 등을 담당하던 피보험자가 회사 작업장에서 크러셔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골재를 싣기 위해 후진하던 25톤 트럭에 충격당해 현장에서 사망한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사고 발생 장소가 일반도로가 아닌 작업장 내인 점, 사고 당시 트럭이 골재를 싣기 위해 후진 중이었던 점, 당시 트럭의 교통 기능은 작업 기능의 보조적 역할에 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트럭이 그 본래 용도인 작업기계로 사용되는 동안에 발생한 것이고 작업  기능과는 별도로 교통 기능만을 수행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사고가 보험계약 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인 교통사고임을 전제로 하는 피보험자 측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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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7년 8월 22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7월 14일(재등록)

1)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17. 6. 29. 선고 2016가합3741 판결.
2) 대구고등법원 2017. 12. 28. 선고 2017나23371 판결.
3) 1차 수정일 : 2019년 3월 6일 글 추가. 
4) 3차 수정일 : 2019년 11월 18일 글 추가.
5) 2차 수정일 : 2019년 4월 11일 글 추가.
6) 4차 수정일 : 2020년 2월 19일 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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