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자동차정비업자가 비좁은 정비소 안의 정비의뢰 차량 정리를 위해 외부 도로를 사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면 차량정비업자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차량정비업자배상책임보험')에서 보장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정비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자동차경정비업을 영위하던 서 모 씨의 정비소 직원이 2022년 7월 정비소에 입고된 레인지로버 이보크 승용차('사고 차량')를 운전해 서울 서초구 부근 이면도로를 진행하던 중 술에 취한 상태로 도로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깔고 지나가는 사고를 일으켰고,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사고를 낸 정비소 직원은 2023년 6월 피해자의 상속인을 피공탁자로 하고 3000만 원을 변제공탁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상속인은 서 씨와 정비소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2024년 11월 변제공탁 금액을 제외하고도 서 씨 및 그의 직원이 공동으로 피해자의 상속인에게 5855만여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 무렵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후 서 씨는 2019년 7월 가입했던 현대해상화재보험(주)('현대해상')에 차량정비업자배상책임 보장 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수원지법 민사19단독 이재민 판사는 서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은 서 씨에게 495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이재민 판사는 특약에 보상하는 손해로 명시된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차량정비업자시설 및 그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의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는 내용을 우선 살펴봤습니다. 이에 따라 이재민 판사는 "서 씨는 정비소의 업무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혀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은 '피보험자가 소유, 점유, 임차, 사용 또는 관리하는 자동차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 약관을 내세우며 서 씨에 의해 배타적으로 통제된 상태였다(사고 차량을 정비소 직원이 단독으로 운전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면책돼야 한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민 판사는 현대해상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약 면책 약관 조항의 취지는 차량정비업자가 정비를 위해 위탁받은 차량이 아니라 차량정비업자 본인 고유의 차량으로 인해 생긴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면책된다는 것"이라며 "사고 차량은 차량 수리를 위해 정비소에 입고된 차량이고, 이를 운전한 것은 정비소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서 씨의 (피해자의 상속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면책 약관 조항이 정하고 있는 배상책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재민 판사는 '사고 당시 정비소 직원은 시험운전, 수탁 및 인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고 차량을 운행하고 있었으므로, 면책 약관 조항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는 현대해상의 두 번째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재민 판사는 "특약 면책 약관 조항의 취지는 차량정비업자가 위탁받은 차량을 차량정비업무와 무관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관해서는 보험사가 면책된다는 것"이라며 공간이 넓지 않고 대로가 아닌 골목길과 연결돼 있는 정비소 안의 차량 정리를 위한 최소한의 방법과 같은 업무상 필요에 따른 운행은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 이 책임보험은 피보험자인 차량정비업자가 소유·사용 또는 관리하는 차량정비업자시설 및 그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2)(정비의 목적으로 차량을 수탁, 시험운전, 인도하는 과정을 포함)의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히거나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려 법률상담의 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입니다.
주요 보장 범위로는 ① 물적 피해 배상: 정비·수리·관리 과정 중 고객의 차량에 손해를 입힌 경우(흠집이나 엔진 파손), 정비 불량 등으로 인한 사고(잘못된 부품 장착, 점검 미흡 등으로 2차 사고 발생)로 인한 손해, ② 인적 피해 배상: 정비 및 시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타인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지진·홍수 등의 천재지변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벌과금 및 징벌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피보험자의 근로자가 피보험자의 업무에 종사 중 입은 신체장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피보험자가 소유, 점유, 임차, 사용 또는 관리하는 자동차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시설의 수리, 개조, 신축 또는 철거공사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이륜자동차의 도난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타이어나 튜브에만 생긴 손해 또는 일부 부분품, 부속품이나 부속기계장치만의 도난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자연마모, 결빙, 기계적 고장이나 전기적 고장으로 차량에 발생한 손해배상책임, ▷차량에 부착한 고정설비가 아닌 차량 내에 놓아둔 물건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시험의 목적이 아닌 시설 밖에서 차량의 운행 중 차량으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차량부품의 수리, 대체 또는 통상적인 수리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차량에 입힌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정비의 목적으로 수탁받은 고객의 차량에 대한 사용손실, 대차료 등 일체의 간접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등은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합니다.
약관 중 면책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보험사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조항이므로 면책사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거나 축소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례의 경우 '피보험자가 소유, 점유, 임차, 사용 또는 관리하는 자동차로 인해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그 면책조항상의 '피보험자가 점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자동차'란 피보험자가 그 물건의 이용으로부터 부수적인 이익을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보험자가 자기 소유의 물건에 준하는 정도로 사용·수익 또는 지배·관리를 하는 관계에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3)
현대해상의 주장처럼 특약상의 면책 약관 조항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 특약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 대부분의 보험사고가 면책됨으로써 보험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몰각할 우려가 있습니다. 면책 약관 조항을 약관 해석의 일반원칙에 따라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한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2) '차량정비업자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의 수행'이란 단순히 정비업무 자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위탁받은 차량에 대한 보관업무까지 포함합니다(같은 취지: 창원지방법원 2021. 1. 28. 선고 2019나62694 판결).
3) 같은 취지: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다3187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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