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직장 유암종은 악성 신생물(암), 암보험금 지급" 첫 판결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신경내분비 종양이라고 부르는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직장의 악성 신생물 즉 약관에서 정한 암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보험계약자(원고, 상고인)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후에 승소로 이끈 사건이다. 로피플닷컴(LAWPIPL.com)이 판결 내용을 [단독] 보도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케이스메모)을 덧붙인다. 

대법원의 첫 판결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신 모 씨(소송대리인 임용수 변호사)가 삼성생명보험과 신한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

신 씨는 2001년과 1998년에 각각 삼성생명과 신한생명의 질병보험 등에 가입했다. 신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은 '암'이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다음에 적은 질병을 말한다고 하면서, 그 중 하나로 분류번호 'C15-C26'에 해당하는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을 들고 있고, 제4차 개정 이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추가로 분류표에 해당하는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질병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피보험자(보험대상자)의 신체에서 발견된 종양에 대해 암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고, 조직검사 등 병리학적 진단에 의해 암 진단 확정을 받았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며,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임상학적 진단을 암의 증거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

대장내시경 검사

신 씨는 2015년 2월 군산시에 있는 한 외과의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직장에 용종이 발견돼 용종 절제술을 받았는데, 같은 병원 소속 병리 전문의사는 신 씨의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를 한 후 '직장 유암종, 크기 0.4cm × 0.3cm, 절제면에 종양 침범 소견 없다'는 내용의 조직병리검사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후 같은 병원의 임상의사인 주치의는 조직병리검사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신 씨의 최종적인 병명을 '직장의 악성 신생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C20'으로 기재한 진단서를 작성했고, 전북대학교병원의 주치의도 신 씨의 질병에 관해 '악성 신생물(직장의 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번호 C20'으로 진단했다. ​

그러나 재판 도중 제출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에서는, '신 씨의 종양은 직장의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크기는 1cm 미만이고, 분화 정도는 조직학적으로 G1이며, 침윤 정도는 혈관침윤이 없다', '직장 유암종 중 1cm 미만이고 조직학적으로 1등급이며 혈관침윤이 없는 종양은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해야 하는데, 병리학적 소견상 신 씨의 종양은 그 크기와 침범 정도에 비춰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4년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 코딩지침서에 따르면 형태코드 8240/1,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D37.5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이 제시됐다.

병리조직검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병리학회는, 신 씨의 종양과 같이 크기가 1cm 미만이고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국한되며 혈관 침윤이 없는 직장 유암종은 세계보건기구의 2010년 소화기계 종양 분류에서 세분화한 신경내분비 종양 중 L세포 타입 종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으로도 행태코드 '/1'로 분류해 경계성 종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며 「이런 병리학적 분류 체계는 외국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대한병리학회의 2008년과 2012년 논문의 내용과 논문에 포함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병리 전문의사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 합리성을 섣불리 부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한 '암'을 해석하는 것도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러나 두 보험사의 약관은 '암'의 의미에 관해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만을 인용하고 있고,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명시적으로 '충수 이외의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종양의 크기나 침윤 정도 등 구체적인 성질을 구분하지 않고 형태 분류번호 'M8240/3'으로 분류하고,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M8240/1'로 분류한다」며 「따라서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충수가 아닌 직장에서 발생한 유암종은 'M8240/3'에 해당하는 악성 신생물로서, 질병 분류번호 'C20'으로 분류하는 것이 그 분류기준과 용어에 충실한 해석인바,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분류기준과 그 용어에 충실하게, 신 씨의 종양을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인 암으로 보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한 해석의 객관성과 합리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병리조직 검사 보고서에 기초한 임상의사의 진단서 작성

약관상 '암'의 의미 애매한 경우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그러면서 「보험계약의 보험사고 또는 보험금 지급액의 범위와 관련해, 두 보험사의 약관이 규정하는 '암'은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돼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이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제3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소화기관의 악성 신생물'에 해당하고 질병 분류번호 'C20'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신생물의 형태분류에 따르면, 발병 부위와 무관하게 모든 '상세불명의 직장 유암종'은 악성 신생물에 해당하고, 특히 제7차 개정에서는 신 씨의 종양 진단명 'neuroendocrine tumor grade 1'을 형태 분류번호 M8240/3의 표제어로 추가했으므로 신 씨의 종양이 M8240/3에 해당하는 것은 명백하고, 행동양식 분류번호가 '/3'인 이상 그 질병분류번호는 'C20'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

병리전문의사의 검사 보고서를 토대로 주치의가 진단 내렸다면 암 확진

재판부는 나아가 「병리 전문의사의 병리조직검사 결과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임상의사가 병명을 진단서에 기재했다면, 이는 두 보험사의 약관에서 말하는 병리학적 진단으로 '암'의 진단확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앞서 1심과 2심은 모두 보험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지난 2016년 8월 "증거 및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만으로는 신 씨의 질병이 보험약관이 정하는 암 또는 중대한 암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조직병리검사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임상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만으로는 암의 진단확정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신씨의 진단 확정 병명이 두 보험사의 약관에서 규정하는 '암'이나 '중대한 암'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재판의 보험계약자 측 소송대리를 맡았던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직장 유암종을 암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그동안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들을 정리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 해설과 법률 조언 -


이 사건은 저희 사무실이 항소심(2심)부터 소송대리를 맡았던 사건이다. 신 씨는 1심에서 패소하자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한 손해사정사 님의 권유를 받고 저희 사무실을 방문해 소송 의뢰를 했다.

항소심(2심)부터 사건을 수임한 임용수 변호사는 1심에서의 잘못된 일부 주장을 철회하고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을 일부 변경한 후에 주장을 잘 정리하고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면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2심도 보험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약관 조항 가운데 그 의미가 불명확한 점이 있거나 하나의 조항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경우 그러한 조항을 만든 보험사에게 불리하게, 보험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한 교과서적인 판결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주치의(치료 담당의사)가 신 씨의 종양에 대해 병리과 전문의의 조직병리검사 결과 보고서[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NET)} : 카르시노이드{NET(carcinoid)}]를 바탕으로 "직장의 악성 신생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번호 C20"으로 진단했다는 사실과 신 씨의 종양이 신경내분비종양 1등급(카르시노이드 종양)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었던 사안이다. ​

신경내분비 종양이라고 불리고 있는 직장 유암종[類癌腫, 카르시노이드 종양(Carcinoid tumor)]의 경우, 형태 분류번호가 'M8240/3'이면 악성 신생물로 질병 분류번호 C20에 해당하며, 형태 분류번호가 'M8240/1'이면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경계성 종양)'로 질병 분류번호 D37에 해당합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대한민국에서 의무기록 자료 및 사망원인 통계 조사 등 질병이환 및 사망자료를 그 성질의 유사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유형화한 자료다. 이것에는 직장 유암종의 크기, 침윤, 분화도 등의 정보를 구분해 질병 분류번호를 수록하고 있지는 않다.

제5, 6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유암종(carcinoid tumor of uncertain malignant potential)'은 'M8240/1'로, '충수를 제외한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carcinoid tumor (except of appendix M8240/1) NOS]'은 'M8240/3'으로 명명했다. 그런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 당시 근간이 됐던 2000년 개정 종양학 국제질병분류 제3판(ICD-O3)에 따르면,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유암종(M8240/1)'은 그 세부 항목에서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carcinoid tumor NOS, of appendix)'과 '상세불명의 은()친화성 유암종(carcinoid tumor, argentaffin, NOS)'을 명시하고 있다.1) 따라서 제5, 6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르면, 충수에서 발생하지 않고 은()친화성이 아닌 직장 유암종의 경우에는 형태 분류번호가 'M8240/3'인 직장의 악성 신생물(C20)로 분류된다.

저작권 침해 금지

​또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으로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 NET) 1등급(grade 1) 또는 직장의 카르시노이드종양은 M8240/3(악성신생물)에 해당하며, 이런 사실은 통계청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제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신구대조표를 통해 M8240/3에 포함 추가 됐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고,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3권 색인의 831쪽 등에도 기재돼 있다.

신경내분비종양 1등급[NET G1(carcinoid)]또는 직장의 카르시노이드종양은 제3차 및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으로도 M8240/3(악성신생물)에 해당하며, 통계청도 사실조회회신을 통해 확인해주고 있다. ​

통계청에서 발간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질병코딩지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신경내분비종양 1등급(NET G1)의 분류코드 적용과 관련해 보조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다.

2014년 이전의 질병코딩지침에는 NET G1(유암종)에 대한 코드 안내가 없었으나, 2014년 질병코딩지침에서는 NET G1(carcinoid)에 대해 4편의 분류코드인 M8240/1(D37.5) 또는 M8240/3을 부여했다. 그 후 2016년 질병코딩지침은 NET G1(carcinoid)에 대해 M8240/3의 코드를 부여했다. 2012년에 공지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의 암등록지침서에도 NET G1에 대해 M8240/3을 적용한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 그 밖에 M8240/1 코드를 부여하는 기준 추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임용수 변호사의 법률조언 케이스메모

의료법은, "의사가 발행하는 진단서에는 병명 및 통계법 제22조 제1항 전단에 따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질병분류기호를 적고, 병명 기재는 「통계법」 제22조 제1항 전단에 따라 고시된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1항 및 제3항). 또한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의료법 제17조 제1항), 이 규정을 위반하면 형사 처벌을 하고 있다. ​

따라서 병리조직검사만을 시행하고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았던 병리 전문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른 병명과 질병분류기호를 적어 넣도록 돼 있는 진단서를 작성할 수 없다. 형사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보험사가 요구하는 진단서를 작성할 병리 전문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런 의료계의 현실을 고려해, 병리전문의의 병리조직검사 결과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임상의사가 병명을 진단서에 기재했다면, 약관에서 말하는 병리학적 진단으로 '암'의 진단확정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해준 판결이다.

참고로, 『신생물(종양)의 분류코드 부여(Coding) 방법』과 『직장 유암종에 대한 분류코드 적용 단계』를 클릭해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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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8년 7월 25일
  • 1차 수정일: 2019년 5월 1일(재등록)

1) 종양학 국제질병분류 제3판(ICD-O3)은 은친화성 유암종의 기존 형태학적 코드(M8241/1)를 직장 유암종 코드(M8240/1)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ICD-O3는 기존의 M8240/1이었던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carcinoid tumor, NOS, of appendix)'을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카르시노이드종양(carcinoid tumor of uncertain malignant potential)'으로 개정했고,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카르시노이드종양(M8240/1)' 용어 아래에 ①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카르시노이드종양(carcinoid tumor NOS, of appendix), ② 상세불명의 은친화성 카르시노이드종양(carcinoid tumor, argentaffin, NOS)을 같은 코드(M8240/1)로 나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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