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선고·인정사망, 사망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유조선 침몰

[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임용수 변호사 ]

지난 2018년 6월에는 『타노스에 의해 소멸된 사람들, 보험금을 탈 수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실종선고 제도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실종선고나 인정사망이 약관에 규정된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변호사, 사법연수원 28기)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997년 대한항공(KAL) 801편의 괌 추락 사고나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은 이번에 살펴볼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항공기 추락 사고

보험사들의 약관에는 보험기간 중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면서 '사망'에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법원에서 인정한 실종기간이 끝나는 때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와 관공서에서 수해, 화재나 그 밖의 재난을 조사하고 사망한 것을 통보하는 경우(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사망연월일 기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종선고란 생사 불명의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고 있는 사람을 일정한 요건과 절차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원의 선고를 말하고, 인정사망이란 사망의 확증(시체 발견 등)은 없지만 수해, 화재나 그 밖의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 거의 확실한 경우 관공서의 보고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민법은 실종선고를 보통실종선고특별실종선고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약칭: 가족관계등록법)은 인정사망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피보험자 측이 가입한 보험이 생명보험회사의 보험인지, 손해보험회사의 보험인지에 따라 사망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선박 침몰 사고

보통실종(일반실종)은 부재자의 생존을 증명할 수 있는 최후의 시기부터(예컨대 최후 소식이 있었던 때부터)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않은 때 이해관계인1)이나 검사의 청구가 있으면 선고합니다.2) 피보험자가 실종되더라도 법원에서 인정하는 실종기간 5년이 끝나는 때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실종 후 5년간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입해서 보험계약을 유지해야만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실종의 경우 ▶전지에 임한 자의 실종(전쟁실종)은 전쟁이 끝난 때부터, ▶침몰한 선박 중에 있던 자의 실종(선박실종)은 선박이 침몰한 때부터, ▶추락한 항공기 중에 있던 자의 실종(항공기실종)은 항공기가 추락한 때부터, ▶기타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3)을 당한 자의 실종(위난실종)은 위난이 종료한 때부터 1년이 지나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가 있으면 선고합니다.4) 이 경우도 실종기간 1년이 만료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사고 종료일부터 1년간은 보험계약을 유지해야만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정사망에 대해 가족관계등록법 제87조는 수해, 화재나 그 밖의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5) 이를 조사한 관공서는 지체 없이 사망지의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정사망의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사망연월일에 사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 경우도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사망연월일까지는 보험계약을 유지해야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으로는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생명보험과 이에 부가해서 판매하는 재해사망 특약 등이 있고, 손해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상해보험 등이 있습니다. 생명보험에서는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재해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며, 상해보험에서는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여기서는 순수한 의미의 사망 사고(일반사망)에 대해 지급하는 일반 「사망보험금」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 사고에 대해 지급하는 「상해사망보험금이나 재해사망보험금」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실종의 경우 실종선고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일 뿐, 질병에 의한 사망인지 어떤 사고에 의한 사망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도 '사망한 경우'임은 분명하므로 생명보험에서는 사망보험금이 지급됩니다. 생명보험 약관에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로서의 '사망'에 보험기간에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 즉 실종선고에 의한 사망 간주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해보험이나 재해사망 특약과 관련해서는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험사고 시에 지급되는 보험금의 액수나 보험금 지급 책임 유무 등의 견지에서 볼 때 일반사망이 상해사망이나 재해사망에 비해 보험회사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보험회사들은 피보험자의 사망과 관련해 그 원인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고로 보이면 가급적 일반사망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고 또 그런 경우 보험사고의 요건(우연성이나 외래성 등)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보험회사와 보험 가입자 간에 실종선고에 의한 사망 간주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한 경우도 보험회사들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실종선고에 의해 간주되는 사망이 일반사망인지 아니면 상해사망(재해사망)인지, 그리고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주된 쟁점으로 부각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종선고

특별실종이나 인정사망의 경우는 상해보험이든 재해사망 특약이든 사망 인정이 된 경우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 또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재해로 사망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할 수 있어 상해사망보험금이나 재해사망보험금을 받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전쟁실종'의 경우는 손해보험회사의 상해보험 약관상 면책사유(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인 '전쟁'이나 '외국의 무력 행사'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에 해당하므로 상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대한항공 항공기 추락 사고나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전형적인 특별실종에 해당하므로 상해사망보험금이나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습니다.

1999년 6월 15일(제1차)과 2002년 6월 29일(제2차), 이렇게 2차례에 걸쳐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서 대한민국 해군과 북한 경비정 간에 발생했던 해상 전투인 연평해전의 경우는 국지전이기는 하지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중의 하나인 전쟁에 해당하므로 연평해전 과정에서 전사한 피보험자의 유족에게는 상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 천안함 침몰 사고의 경우는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면책을 부정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입니다. 따라서 군사분계선 이북의 북한 땅도 대한민국의 영토(미수복 영토)에 속하며, 북한은 대한민국 법(국가보안법 등)과 판례상으로도 국가(외국)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국가단체에 불과할 뿐이므로 천안함 폭침을 면책사유인 『'외국'의 무력 행사』라고 풀이할 수 없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한때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했어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사고조사 결과)이라는 일방적 공격 행위에 의한 침몰 피해를 약관상의 '전쟁' 혹은 교전 단체 사이의 '전쟁'이라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천안함 침몰 사고로 실종된 군인의 유족과 보험사 간의 실제 보험 분쟁에서는 면책 약관이 적용되지 않고 상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면책을 긍정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침몰 당시 상태를 1953년 7월 27일 22:00 이후 '정전협정'이 계속 유지 중인 경우로 보면, 천안함 침몰 사고는 전쟁을 잠시 멈춘 휴전 상태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국지 전쟁이라 할 수 있으므로, 면책 약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여기서는 선박승무원 등의 탑승 중(선박승무원 등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사고로서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별론으로 합니다.]


보통실종의 경우는 항공기 추락이나 선박 침몰 등의 사고 또는 수해, 화재 등의 재난으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증명할 자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입증의 문제가 생깁니다.

약관 규정의 문언 해석상 보통실종선고를 받아 사망 사실이 인정되기만 하면 그 원인에 대한 입증 없더라도 보험사가 무조건적으로 '재해'나 '상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어렵고 또 약관 규정이 "재해나 상해로 인한 실종선고(사망 인정)를 받았을 것"이라는 요건에 대한 보험 가입자 측의 입증책임 부담을 전환 또는 면제시켜 준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6) 오히려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혹은 재해 사고로 생사가 분명하지 않게 되고 결국 실종선고까지 받게 되면 상해사망보험금이나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보험회사들은 보통실종선고에 의한 사망 간주만으로는 상해사망이나 재해사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5년간의 생사 불명을 이유로 보통실종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실종으로 실종선고를 받아 사망 간주됐다는 사실까지 증명하지 못한다면 피보험자에 대한 실종선고는 약관에서 정한 상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 또는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THE 수준 높고 좋은 글
🔘 보험 전문변호사 = 임용수 변호사
  • 최초 등록일: 2019년 2월 9일
  • 1차 수정일: 2019년 4월 29일(재등록 및 글 추가)

1) 부재자에 대해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은  그 실종선고로 인해 일정한 권리를 얻고 의무를 면하는 등의 신분상 또는 재산상의 이해관계를 갖는 자를 말합니다.
2) 민법 제27조 제1항.
3)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이란 화재·홍수·지진·산사태·눈사태·폭풍·화산 폭발 등과 같이 일반적, 객관적으로 사람의 생명에 명백한 위험을 야기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외부적 사태 또는 상황을 말합니다. 위난을 당한 사람의 사망이 강하게 추정될 만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4) 민법 제27조 제2항.
5)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선박으로 귀선하다가 바다에 실족해 행방불명된 피보험자의 유족이 '피보험자가 일을 하고 회식하고 들어가다가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는 내용의 사망 사실을 증명하는 사망증명서를 첨부하고 사망 일시와 사망 장소를 정해서 사망 신고를 했고, 사망 신고 당일에 신고가 수리돼 피보험자(망인)의 기본증명서에 사망연월일이 기재됐던 사건에서, 보험금 청구서에 실종선고심판서가 첨부돼야 한다는 보험사의 요구에 따라 피보험자의 유족이 실종선고심판청구를 했지만, 부산지방법원은 '망인은 가족관계등록부인 기본증명서상의 사망일시경 사망한것으로 추정되고, 망인의 실종 경위, 실종 이후의 사정 등을 종합하면 망인에 대한 사망 신고는 실체관계에도 부합한다'면서 실종선고심판청구를 기각했습니다.
6)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11. 13. 선고 2015나33582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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