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현대해상이 상해가 아닌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이유로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다가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 모 씨1)는 지난 2012년 9월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과 사이에 조 씨 자신이 상해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유족에게 사망보험금 1억7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이후 조 씨 지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뇌경색증, 뇌혈관질환, 편마비, 혈관성 치매, 수면 개시 및 유지장애(불면증) 등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아오던 중 2022년 9월 요양병원 복도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그는 요양병원 의사에 의해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발견 당시를 기록한 병원 간호기록지에 따르면, 조 씨는 발견 당시 이미 의식이 거의 없고 호흡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입안에는 빵조각이 걸려 있었습니다. 요양병원 소속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이 '기도 흡입', 직접사인의 원인으로 '뇌경색증'이 기재돼 있었고, 사망의 종류에는 병사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이에 조 씨의 유족은 현대해상에 상해사망 보험금 1억7000만 원의 지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현대해상 측은 조 씨의 사망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뒤 '조 씨의 사망원인이 상해가 아닌 질병'이라고 주장하며 조 씨의 유족에게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조 씨의 유족은 이런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사고 당시 병원 측 간호기록 등에 조 씨의 사고 원인과 관련해 작은 빵조각이 입안에 남아있어 즉시 손으로 이를 제거하고 흡인을 실시했다는 점이 명백히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측은 합의를 볼 수 없었고, 조 씨의 유족은 현대해상을 상대로 1억7000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약관에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 씨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재판을 맡은 창원지법 민사1단독 심태규 부장판사는 "조 씨가 간식으로 빵을 먹던 중 빵조각이 기도를 막아 호흡을 하지 못하게 돼 심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2)
우선 심태규 부장판사는 조 씨에게 뇌경색 등의 질병이 있었고, 그 질병이 있는 경우 빵조각이 기도로 흡입될 가능성이 질병이 없는 경우보다 증가할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빵조각이 기도를 막아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뇌경색 등 질병의 전형적인 이행 경로에 따라 외부의 우연한 사고와 무관하게 질병으로 인한 증상이 악화돼 나타난 경우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뇌경색 등의 질병이 없는 경우에도 빵을 먹다가 기도를 막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기도를 막아 호흡을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상해에 해당함이 원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진료기록상 조 씨가 간호사로부터 '스스로 식사 시 사례 주의하여 섭취하도록 함'이라는 지도를 받은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이러한 상태에서 조 씨의 기도로 빵조각이 흡입된 것은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해 기도가 막히는 신체의 손상인 상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호흡정지와 심정지가 일어난 것이 명백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심태규 부장판사는 현대해상이 주장하는 조 씨에 대한 사망진단서상의 '병사'라는 기재 내용에 대해서는 뇌경색증이 기도 흡입을 발생시킬 위험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기재된 것이라고 봤습니다.
☞ 이번 사례는 일부 보험사에서 피보험자의 사망이 상해가 아닌 원래부터 앓던 질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우기며 보험금 지급을 회피해왔고, 이에 정당히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가입자들이 향후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의 판단대로 사고의 원인이 입안의 음식물로 인한 호흡 위협과 같이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신체의 손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대해상의 사례는 상해로 사망한 피보험자 측의 주장을 믿지 않고 소송까지 끌고 갔던 점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현대해상이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3)
Tags
로피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