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 변경권이 있습니다.1) 보험수익자 변경권은 형성권으로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사나 보험수익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고 그 행사에 의해 변경의 효력이 즉시 발생합니다. 다만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후 보험사에 대해 이를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사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2)
이 같은 보험수익자 변경권의 법정 성질과 상법 규정의 해석에 비춰 보면, 보험수익자 변경은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라고 할 수 있으므로, 보험수익자 변경의 의사표시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이상 그러한 의사표시가 보험사나 보험수익자에게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수익자 변경의 효과는 발생합니다. 따라서 변경된 보험수익자는 보험사에 보험수익자가 자신으로 변경된 사실을 통지하면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3)
이러한 보험수익자 변경은 앞서 말한 상법 제733조 제1항에 따른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뿐 아니라,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의 합의 변경 혹은 변경 계약도 가능할까요? 보험수익자를 변경하기로 하는 계약당자자간의 합의 내지 계약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4)
하지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수익자의 권리(보험금 청구권 내지 보험금 수령권)가 확정되기 때문에 단독행위 방식이든 합의 방식이든 보험사고 발생 이후의 보험수익자 변경은 불가능합니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 청구권 내지 보험금 수령권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보험사고 발생 이후에는 확정된 보험금 청구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위임 등을 할 수는 있지만 '보험수익자(보험사에게 보험금 청구권을 갖는 자)'를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례는 '계약당사자들'의 합의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 보험금 청구권의 양도나 위임과 관련해 보험계약 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었으므로 이 씨(원고)에게 보험금 수령권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보험계약의 주요 관계자들(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를 포함한 보험계약 당사자들 전원)의 합의가 있었으므로 이 씨(원고)에게 보험금 수령권이 귀속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계약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었으므로 이 씨(원고)에게 보험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사건 개요】
이○○(다음부터 이 씨)의 아들은 2014년 3월 D보험사와 사이에 이 씨의 일반상해후유장해(80%이상 후유장해) 시에 5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씨는 2024년 8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밭고랑에 추락해 자전거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고, 이 사고로 인해 경부척수의 손상, 제4경추 골절 및 제3-4 경추 탈구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 씨는 2025년 2월 D보험사에게 아들의 본인서명사실확인원,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 등을 제출함과 더불어 '사고로 인한 상해로 장해율 100%의 후유장해를 갖게 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D보험사는 2025년 3월 '보험수익자는 이 씨의 아들이고 피보험자인 이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이 씨가 D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단】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김승곤 부장판사는 이 씨가 D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D보험사는 이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5)
김승곤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에 따르면 수익자는 보험계약자인 이 씨의 아들이므로 보험금 수령권한도 이 씨의 아들에게 있다"면서도 "이 씨의 아들이 사고 발생 이후 본인서명사실확인원,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 등을 제출해 D보험사에게 피보험자인 이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D보험사가 2025년 3월 이 씨에게 보험금부지급안내문을 보냈고 이때 '이○○(수익자) 고객님'을 수신자로 해서 안내문을 발송했고, D보험사 보상담당자가 2025년 5월 이 씨의 아들에게 이 씨로 지급요청한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송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수익자인 이 씨의 아들은 사고로 인한 보험금의 수령권을 이 씨에게 줬고, D보험사도 이를 확인한 후 이 씨를 보험금 수령권자로 인식하고 그 지급 여부를 심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씨의 아들에서 이 씨로 수익자를 변경하는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당사자들의 합치된 의사에 따라 이 씨에게도 자신의 이름으로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보험금 수령 위임장은 보험수익자가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수령할 수 없는 경우, 제3자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입니다. 보험사마다 절차와 요구하는 구비서류가 다를 수 있지만, 이 문서는 본인 확인 서류(본인서명사실확인원) 등과 함께 보험사에 제출하는 서류입니다.
민사소송 시에도 보험금 수령 위임을 받은 제3자가 원고로서 보험금을 청구하고 소송 수행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판시 내용이나 그 취지가 불분명하므로 추가적인 해설을 덧붙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3)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04869 판결.
4) 상호 합의로 보험수익자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법의 보험수익자 변경에 관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8. 선고 2025가단77941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