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 누구나 한 번쯤은 예기치 않은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상해보험은 이런 사고로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 상품입니다.
그런데 만약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치료 과정에서 발병한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면 상해 보장을 받을 수 있을까요?
보험사가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피보험자의 직접 사인이 질병이라는 이유로 피보험자의 사망이 '상해'의 결과가 아닌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며 보험금지급을 거절한 사안에서, 법원은 사고와 사망 원인의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사회적·법적 관점에서 사고가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사건 개요】
경비용역업체 소속 남자 경비원(피보험자)이 경비업무를 수행하던 중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얼굴을 바닥에 부딪쳐 외상을 입고 의식저하 및 왼쪽 편마비가 발생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외상성 뇌내출혈' 등의 진단을 받고 뇌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이후 입원 치료 중 '흡인성 폐렴'의 증세를 보였으나 치료를 통해 폐렴 증세가 호전되자, 요양병원으로 퇴원을 해도 좋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요양병원으로 전원해 계속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에 이르게 됐습니다. 사망진단서에 나타난 피보험자의 직접 사인은 폐렴이었습니다.
단체보험에 가입한 원고 측(사망보험금 수익자인 경비용역업체)은 '낙상 사고가 사망의 원인'이라며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약관에는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피보험자의 직접 사인이 '폐렴'이라는 점을 들어 보험금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사고(상해)가 아닌 질병이므로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반발한 원고 측은 보험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피보험자가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혹시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지정된 감정인은 "피감정인(피보험자)은 입원 당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좌측 편마비로 와상 상태였으며 연하곤란 상태에 있었던바, 이는 흡인성 폐렴의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고혈압 이외에 특이병력이 없는 분으로 낙상 상해와 그 상해의 치료 과정에서 발병한 흡인성 폐렴의 악화가 공동 원인이 되어 피감정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라는 감정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법원 판단】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방창현 부장판사는 사망보험금 수익자인 경비용역업체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방창현 부장판사는 「낙상 사고 후 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경비업무 수행 중 넘어지면서 얼굴을 바닥에 부딪침 → 외상성 뇌내출혈 등의 진단을 받고 신경외과에 입원해 '두개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받음 → 입원 중 치료 과정에서 '흡인성 폐렴'의 증세를 보임 → 폐렴 증세가 호전되자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요양병원으로 전원 → 그 후 요양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임을 알 수 있다」며 「낙상 사고 발생일로부터 불과 1개월 24일 만에 피보험자가 사망했던 점에 비춰 보면, 낙상 사고와 피보험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의 사망은 낙상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의 직접 결과에 해당하고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 판결은 상해보험에서 보험사고(신체의 상해)에 해당하기 위한 3가지 요건(급격성, 우연성, 외래성) 중 '외래성' 유무가 쟁점이 된 사례입니다. 외래성이란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말합니다.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약관에서 정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의 의미도 이 같은 견지에서 이해돼야 합니다.1)
사회적·법적 관점에서 볼 때,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란 피보험자의 낙상 사고가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주요 원인이 된 경우 또는 병존하는 다른 질병 등이 공동으로 작용한 때는 그 낙상 사고가 병존하는 다른 질병 등과 대체로 같은 정도로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 같은 법리 및 감정인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낙상 사고로 입은 피보험자의 상해와 그 상해의 치료 과정에서 발병한 흡인성 폐렴의 악화가 공동원인으로 작용해 피보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낙상 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판단한 해당 판결의 결론은 타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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