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사 진단 소견보다 병리 전문의 조직검사 결과가 우선 적용되나?


  • 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보험금 청구 관련 소송에서 암 진단확정은 임상의사 진단보다 병리 전문의의 조직검사 결과를 우선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상의사가 병리의학과 전문의의 조직검사 결과와 다르게 암으로 진단한 경우 보험약관상 '암의 진단 확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신미진 판사는 최근 김 모 씨가 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김 씨는 지난 2018년 8월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를 김 씨 자신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 특약 약관은 암의 진단확정에 대해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가 조직검사·미세침흡인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22년 9월 한 병원에서 경요도적 방광종양절제술을 받았고, 병리 전문의로부터 '비침윤성 유두상 요로세포암종, 고등급'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3일 뒤 같은 병원 소속의 비뇨기과 전문의로부터 주 상병을 '방광암', 질병분류기호를 'C67.9'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뇨기과 전문의가 발급한 진단서에는 "수술 후 조직병리검사 결과 점막내 요로상피세포암(Ta, high grade)으로 확진됐으며, 이는 형태학적 분류코드상 '제자리암(상피내암, D09)'에 해당한다"면서도 "재발의 가능성과 진행의 빈도가 높아 임상적인 치료와 추적관찰이 T1 병기와 동일해, 임상적으로 'C67' 코드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소견"이 기재됐습니다.  

김 씨는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단을 근거로 암 치료보험금 3000만 원 중 이미 지급받은 300만 원을 제외한 27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나생명은 김 씨의 질병이 제자리암에 해당한다며 상피내암에 대한 보험금 300만 원만 지급하고 방광암에 대한 보험금의 지급은 거절했습니다.  


이 재판을 맡은 신미진 판사는 먼저 "암의 진단확정은 원칙적으로 병리 등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단 및 치료를 하는 임상의사가 병리 등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의 병리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진단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관련 법리를 밝혔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례를 들며 "임상의사가 병리 등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의 병리검사 결과 없이, 또는 병리검사 결과와 다르게 진단을 하는 것은 보험약관의 해석에 비춰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미진 판사는 이어 "임상의사가 병리의학과 전문의의 조직검사 결과와 다르게 김 씨를 방광암(C67.9)으로 진단했으나, 이는 약관에서 정한 병리 전문의의 조직검사 결과와 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임상의사가 병리과 전문의 검사 결과와 다르게 암으로 진단한 것은 약관에서 정한 '암의 진단확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약관상 암의 진단확정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김 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례는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단 및 치료를 하는 임상의사가 병리 등 전문의사의 병리검사결과와 다르게 진단을 한 경우, '암 진단 확정'은 임상의사의 소견보다 병리 등 전문의사의 검사 소견이 더 중요하다(우선한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결2)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최근 유사 사안에서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3) 피보험자가 2019년 7월 경요도방광종양절제술을 시행 받았고, 병리전문의로부터 조직 검사 결과 'UROTHELIAL NEOPLASM of low malignant potential(LMP, WHO grade I/Ⅲ)임을 확인 받은 뒤 같은 병원 소속의 비뇨기과 전문의로부터 피보험자의 질병을 '방광 측벽의 악성 신생물, 진단코드 C67.2'로 진단받았던 사안에서, 1심 법원은 "보험사가 제시하는 의료자문서는 보험사의 사적 의뢰로 이뤄진 것으로 피보험자를 직접 진찰 또는 진료하지 않고, 조직검사결과만을 가지고 검토한 것이므로 피보험자의 조직검사결과를 토대로 진료기록까지 포함해 한 피보험자의 주치의 진단보다 우월한 증명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암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으나,4)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 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며 "병리 전문의가 시행한 조직 검사 결과에는 피보험자의 질병이 형태 분류번호 'M8130/1'에 해당한다는 내용만 있고 질병 분류코드에 대한 기재나 표시는 없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병리 전문의가 피보험자에 대해 형태 분류부호에 상응하는 질병 분류코드인 'D41'로도 진단을 했다고 봐야 한다"며 "병리 전문의가 피보험자의 질병이 '경계성종양'으로 분류되는 질병을 규정한 별표상의 'D41(비뇨기관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에 해당된다고 진단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보험자의 질병은 보험약관상의 '일반암'이 아닌 '경계성종양'으로 진단확정됐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병리 전문의가 아닌 비뇨기과 전문의가 병리 전문의의 병리검사결과를 기초로 한다는 판단 하에 피보험자에 대해 '방광의 측벽의 악성 신생물, 진단코드 C67.2'라는 진단을 했고, 이를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적용하면 보험약관상의 '일반암'에 해당하는 '요로의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상의사가 병리 전문의의 병리검사결과와 다르게 진단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달리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단만으로 피보험자가 보험약관에서 요구하는 '일반암' 진단확정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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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5년 9월 30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8. 22. 선고 2023가단5205176 판결.
2)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34538, 2020다234545 판결.
3) 수원고등법원 2024. 11. 15. 선고 2024나12299 판결.
4)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3. 12. 20. 선고 2022가합1127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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