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도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 사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줄이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며 호르몬 불균형을 교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약물이기 때문에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 피부 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됩니다(의학적 치료 목적의 사용). 한편 이 약물은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의학적 용도로도 사용되는데, 특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피트니스와 보디빌딩 분야에서 근육 성장과 체지방 감소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약물이기 때문에 이를 장기간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호르몬 불균형(변화), 뼈 관련 부작용(골절 위험 증가, 골다공증, 골괴사 등), 면역력 저하(감염 위험 증가), 심혈관 질환(심장질환, 고혈압 등), 당뇨, 소화기 문제(소화불량 및 궤양 등 위장 장애), 체중 증가, 피부 이상 반응, 간 손상, 정신적 부작용(기분 변화, 우울증, 불면증 등), 안과적 부작용(백내장 및 녹내장 유발 등), 불임, 근골격계 문제(근육통, 관절통, 근육 약화, 근육 마비)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해보험의 보험사고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은 경우'를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은 상해보험의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피보험자(이 모 씨)에게 생긴 스테로이드 약물의 부작용도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된다며 상해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판단한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건 개요】

2012년 9월 혈액암인 '버킷림프종' 진단을 받은 이 씨는 이듬해 7월까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물인 고용량의 덱사메타손 등을 처방받았습니다.  

이 씨는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2019년 혈액순환의 장애로 생기는 '양쪽 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및 '골괴사' 진단을 받았으며 같은 해 양쪽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고 양쪽 고관절의 기능을 영구히 상실하게 됐습니다.

이에 이 씨가 2019년 11월 케이비손해보험에게 골괴사로 인해 양쪽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음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법원 판단】

[1] 1심 법원 : 원고일부승소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정우정 부장판사는 이 씨가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4237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정우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씨가 혈액암의 치료를 위해 받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는 골괴사의 원인 중 하나이고, 이 씨에게 골괴사를 발현시킬만한 다른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이 씨의 골괴사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로 인한 것이고 이는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씨가 항암치료 당시 의사로부터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의 부작용으로 골괴사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지받거나 그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고, 또한 일반인인 이 씨가 이런 사정을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 씨의 골괴사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 씨가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의 부작용으로 골괴사가 발병할 것이라는 사정을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골괴사는 스테로이드 약물 투여의 효과가 누적되다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그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서 통상적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이므로 '급격한 사고'에도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는 그 상해로 인해 생긴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고 있다」며 「이 씨의 골괴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2심 법원 : 원고일부승소 

2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1부[재판장 양형권 부장판사]는 1심판결을 변경하며 이 씨가 항소심에서 확장한 청구를 포함, "케이비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6354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 재판 과정에서는 이 씨의 골괴사가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혈액암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투여를 시작한 2012년 9월부터 약 6년여가 지난 2019년 1월에서야 '양측 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진단을 받은 사실, 치료 병원은 이 씨의 골괴사에 관해 '스테로이드 및 항암치료의 마지막 투여 후 6년 정도가 지난 다음 발병한 골괴사와 스테로이드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답변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씨가 2012년 9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약 11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덱사메타손 등의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았는데 그 용량은 총 13,541mg으로 상당한 고용량에 해당하고, 관련 연구에 의하면 골괴사가 진단된 기간은 평균 36.8개월(범위 5~92개월)로, 스테로이드 치료로 인한 골괴사 발생이 반드시 스테로이드 치료 도중 또는 치료 직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며,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외에 특별히 이 씨에게 골괴사 발병에 관한 다른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들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본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이 씨의 골괴사는 이 씨가 혈액암 치료를 위해 받은 고용량 스테로이드로 인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이는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며 「이 씨의 골괴사 진단과 스테로이드 치료 사이에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케이비손해보험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약물 치료의 부작용에 따른 신체의 손상은 약물 복용의 효과가 계속 누적됨으로써 어느 시점에 나타나는 것으로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이므로, 상해보험 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1)  
 
이 사례에서 이 씨에게 발생한 골괴사의 원인이 된 약물 부작용의 경우 ① 치료 효과가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약물 치료의 부작용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급격성), ② 피보험자가 의도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우연성), ③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이나 질병 같은 내부적 원인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외래성)에서 상해보험의 보험사고로 인정됐습니다. 

또한 이 씨가 혈액암의 치료를 위해 받은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이 골괴사의 원인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인과관계도 인정됐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단기간에 과다한 양을 사용할 경우 골괴사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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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5년 4월 19일

1) 같은 취지: 서울고등법원 2004. 7. 9. 선고 2003나3718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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