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계약 체결 이전 단백뇨 증상이 발견됐고 그 당시 만성신장병 상태에 있었던 사실이 있었거나 또는 고혈압 진단을 받고 고혈압 약을 투약 중이었던 사실이 있었다면 그런 사실들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보험계약 당시 그런 사실들 중 어느 하나라도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 가입자는 적어도 중대한 과실로 이를 보험사에게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상법 및 보험약관에서 정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 체결 이전 교통사고를 당해 상해를 치료받는 과정에서 시행된 소변검사 결과 단백뇨 증상이 나왔고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라면 고지의무위반이 성립될까요?
실제 사례에서는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 가입자(최 모 씨)가 보험계약 당시 단백뇨 존재 사실과 고혈압 등의 치료제로 알려진 인데놀 복용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위반으로 볼 수 없고, 만약 해당 사실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보험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보험금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사건 개요】
최 씨는 2010년 6월 흥국화재와 사이에 질병일반후유장해 특별약관 등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보험의 장해분류표에서는 '흉복부장기 또는 비뇨생식기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의 장해지급률을 75%로 정하면서 '흉복부장기 또는 비뇨생식기 기능에 심한 장해를 남긴 때'를 '장기이식을 하지 않고서는 생명유지가 불가능해 혈액투석 등 의료처치를 평생토록 받아야 할 때'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최 씨는 2011년 10월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만성신장질환 3기 진단을 받고 2021년 1월 혈액투서 등 각종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최 씨는 2009년, 2010년경 교통사고로 인한 타박상, 염좌 등을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시행된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증상이 있다는 검사결과(protein +, 1+, 2+)가 나왔고, 같은 병원 입원 기간인 2010년 6월에 총 5일 동안 매일 인데놀정 10~20mg을 처방받았는데 이는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기도 합니다. 한편 최 씨에 대한 부산대학교병원의 2011월 11월 신장내과 입원기록(공통) [현병력]에는 '2010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시행한 소변검사상 단백뇨 나와 다른 병원 방문해 고혈압 진단받고 투약 권유받았으나 본인 거부함. 최근 체중조절을 앞두고 시행한 검진상 단백뇨 많이 나와 본원 신장내과 외래 방문'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후 최 씨가 흥국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고, 흥국화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최 씨와 흥국화재가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의료자문을 실시한 결과 2021년 2월 23일 '보험계약 체결 전 최 씨의 고혈압, 단백뇨 병력이 확인되고, 단백뇨 및 만성 신장병 모두 고혈압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이상, 보험 가입 전 상태와 보험사고 간 인과관계의 가능성이 있다'라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흥국화재는 2021년 2월 26일 '보험계약 전일 2010년 6월 교통사고로 병원 입원치료 중 뇨검사 결과 단백뇨 진단이 된 것으로 확인되며, 청약서상 질문표에 기재된 「최근 1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추가검사[재검사]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최 씨가 가입 당시 「아니오」라고 체크해 가입한 것으로 확인되므로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내 보험금 지급 거절을 통보했습니다.
그러자 최 씨는 2021년 6월 및 2021년 7월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2021월 11월 '보험금 부지급을 결정한 흥국화재의 업무처리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워 흥국화재에게 최 씨의 주장을 수용하라고 권고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회신했습니다.
흥국화재의 주장과 금융감독원 회신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고 판단한 최 씨는 2022년 4월 흥국화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단】
부산지법 민사1단독 최용호 판사는 보험계약자 최 씨가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6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최용호 판사는 먼저 "최 씨는 2009년, 2010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할 당시 의사로부터 고혈압 내지는 단백뇨에 대한 확정적인 소견서 내지는 진단서를 받급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이는 당시 단백뇨 내지는 고혈압이 의심되는 정황에 불과하고, 설사 이를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에 최 씨의 고의 내지는 중과실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인데놀은 고혈압,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되며, 보통 20~40mg을 하루 세 번 사용하며 필요한 경우 하루 최대 320mg까지 사용할 수 있으나 최 씨는 2010년경 병원에 11일간 입원할 당시 인데놀을 불과 5일간 하루 10~20mg의 소량씩 복용했으며 그 처방 이유 또한 알 수 없다"며 "인데놀 복용 내역만으로 최 씨가 보험계약 청약 당시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특히 단백뇨의 경우 질문표상의 '10대 질병'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 등 스트레스 상황으로 일시적으로 발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백뇨 발현만으로 최 씨가 보험계약 당시 만성신장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거나, 만약 보유했더라도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없는 사회평균인인 최 씨의 입장에서 단순히 '단백뇨 존재 사실'을 청약서 질문사항과 별도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 단백뇨(albuminuria)란 소변에서 단백질이 배설되는 것을 말합니다. 정상 소변에서도 어느 정도 단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성인의 경우 하루 500mg 이상, 소아의 경우 1시간 동안 체표면적 1제곱미터당 4mg 이상의 단백이 섞여 나오면 이를 단백뇨라고 합니다. 혈액 중 단백질은 신장의 사구체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격렬한 운동을 한 직후, 발열을 동반한 경우, 요로 감염을 동반한 경우 등 소량의 단백이 나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소변에는 포함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신장의 사구체 손상이 있을 경우 단백이 다 걸러지지 못해 소변으로 섞여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최용호 판사는 "교통사고 등 스트레스 상황으로 일시적으로 단백뇨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교통사고로 인해 신장에 충격을 받으면 소량의 단백이 생길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단백뇨가 발현될 정도라면 신장에 손상(가령 허혈성 손상 등)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단백뇨가 발현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 판결의 판단 내용과 마찬가지로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단백뇨 존재 사실'을 청약서 질문 사항과 별도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듯 싶습니다.
이 판결은 '고지의무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간의 인과관계 유무'에 관한 가정적 판단도 덧붙였습니다. 만약 "최 씨가 보험계약 당시 고혈압, 단백뇨를 앓고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대한의료감정원이 고혈압, 단백뇨가 없었다고 보더라도 최 씨의 질환이 보험사고에 미치는 기여도가 낮을 것이라고 회신했다"며 "최 씨의 질환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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