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들의 현행 약관에는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후유장해는 피보험자의 직업, 연령, 신분 또는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해 지급액을 결정합니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둔 취지에 비춰볼 때 장해분류표에 적시된 신체장해 항목들은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른 장해 중 일부를 예시적으로 열거한 것일 뿐 한정적 열거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피보험자의 후유장해가 장해분류표의 장해판정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준이나 요건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무조건 장해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같은 취지에서 비록 피보험자(차 모 씨)의 장해상태가 장해분류표의 장해판정기준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다 못해 신체장해 항목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실제 장해 정도에 따른 지급률을 적용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해당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해설합니다.
【사건 개요】
차 씨와 삼성화재는 2020년 7월 상해 관련 특약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차 씨는 두 달 뒤 계단에서 미끄러져 '미추(꼬리뼈) 골절' 진단하에 입원 치료 등을 계속 받아 오다가 이듬해 5월 미추절제술(골편제거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2022년 1월 병원에서 "미추의 골절(불유합), 방사선 검사상 변형각도 70도, 영구장해" 진단을 받았고, 차 씨와 삼성화재의 협의하에 이뤄진 의료감정(동시감정)에서는 '미추제거술 전 각(角) 변형이 58.6도이고, (현재는) 미추제거술 후 각(角) 측정 불가능 상태'이며, '뚜렷한 기형으로 인한 장애'로 판단된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차 씨는 약관 장해분류표에 정한 '미골에 뚜렷한 기형을 남긴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후유장해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차 씨의 장해상태는 "장해분류표 장해판정기준에서 정한 '골절이나 탈구로 방사선검사로 측정한 각 변형이 70도 이상 남은 상태(미골의 기형)'에 해당해야 하는데,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 판단】
[1] 1심 판결 : 원고승소
1심[서울중앙지법 민사3단독(소액)]은 차 씨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화재는 차 씨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담당 판사는 "미추가 제거돼 변형 각 자체를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은 단순한 수치 부족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장해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실제 의료감정에서도 '뚜렷한 기형'으로 인한 장해로 평가됐다"며 "차 씨의 장해 상태가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2심(항소심) 판결 : 항소기각
삼성화재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8-1부는 삼성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2)
재판부는 "차 씨가 의료감정을 받을 당시 이미 미추제거술을 받은 상태여서 장해판정기준이 되는 '각 변형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방사선검사 측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각 변형이 70도 이상 남은 상태'라는 기준이 충족되지 못한 것만을 들어 차 씨의 보험금 청구를 원천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과연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석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상해 관련 약관에는 '장해분류표에 해당되지 않는 후유장해는 피보험자의 직업, 연령, 신분 또는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해 지급액을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와 관련해 의료감정 담당 의사는 '차 씨처럼 미추제거술을 받은 경우 장해 판정에 있어 준용이 가능하고, 장해분류표에 정한 뚜렷한 기형으로 인한 장애로 판단된다'고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앞서 본 바와 같이 차 씨가 미추제거술을 받아 미골이 '결손'된 상태"라며 "결손을 장해분류표에 정한 '각 변형'보다 심한 장해상태로 봐서 '미골에 뚜렷한 기형을 남긴 때'(지급률 15%)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약관의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차 씨의 장해상태가 보험계약 약관에 정한 후유장해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꼬리뼈(coccyx, 미골)는 척주의 가장 마지막 척추뼈이며, 미추(尾椎)라고도 불립니다. 이것은 엉치뼈(sacrum) 밑에 위치하는 3~5개의 작은 척추뼈들이 모여 형성되며, 여러 근육과 힘줄, 인대가 연결돼 있는 부위입니다. 꼬리뼈에는 신경이 지나가는 신경궁이 없습니다.
약관 장해분류표에 열거된 장해 항목들은 신체의 장해에 관한 한정적 열거가 아니라 예시적 열거로 봐야 하므로(이것이 약관의 합리적인 해석입니다), 장해분류표에 해당되지 않는 후유장해라고 하더라도 피보험자(보험대상자)의 직업, 연령, 신분 또는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한 지급률을 적용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도 장해분류표상의 신체장해 항목들을 예시적인 것으로 해석해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미골 결손이더라도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해 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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