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의무위반 해지권 제척기간, '법률자문 회신일'과 '중간보고서 제출일' 중 언제부터 진행될까



보험회사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해지권 행사를 위한 1월의 제척기간 기산점인 '보험사가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안 날'은 단순히 고지의무위반 사실의 존재에 대해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은 때가 아니라 고지의무위반의 요건을 확인한 때 즉 고지의무위반 사실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날을 말합니다.1) 

최근 판결 중에 보험회사가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 회신을 받은 날 또는 법률자문 회신 내용이 반영된 종국보고서를 손해사정회사로부터 제출받은 무렵이 아니라 손해사정회사로부터 2차 중간보고서를 제출받은 무렵부터 보험 가입자(임 모 씨)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례를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사실관계】

임 씨는 2015년 7월 현대해상과 위탁관계에 있는 법인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이하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임신 중인 자신의 태아를 위해 태아보험을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임 씨는 담당 보험설계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과거 5년 내 입원과 수술을 받거나 한 달 이상 장기간 약을 먹었거나 정밀검사를 받은 내역, 배란유도제나 유산방지 주사 등을 처방받은 내역, 산부인과 검진 결과 태아에 대한 이상 소견 여부 등에 관해 해당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고지했습니다(담당 보험설계사는 전화통화 내용을 토대로 청약서 원본에 청약 내용을 기재하고, 계약전 알릴의무 서면 원본의 답변 부분에 체크표시를 했습니다).

이에 담당 보험설계사로부터 '건강하셔서 병력 건이 없으면 자동 심사해서 승인될 것 같고, 그러면 오늘 날짜로 계약 완료가 되실 거다', '고객님(임 씨)께서 서명하시는 서류는 따로 빼서 사인할 부분을 형광색으로 칠해놨으니, 청약서, 상품설명서, 약관 등을 택배로 보내면 형광색으로 칠해진 부분에 서명해 회송용 봉투에 넣어 보내달라', '현대해상 본사에서 일주일 뒤에 계약 내용 확인하는 모니터링 전화를 걸었을 때 임 씨가 서류를 받아 서명했는지 여부에 대해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계약이 취소되므로 "예"라고 대답해 달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은 후 전화통화를 마쳤습니다.

임 씨는 같은 날(태아보험 청약일) 오후 7시경 산부인과병원에서 산전 정기검진을 위한 진료 접수를 한 후, 초음파 검사 등을 마치고 나서 '태아의 심장에 이상 소견이 보이니, 상급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진단 결과를 받았고, 이에 따라 2015년 7월 말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태아 심장에 대한 초음파검사 등을 받았는데, 검사 결과 태아의 심신중격결손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담당 보험설계사는 다음날 임 씨에게, 자필서명을 제외한 나머지 계약 내용이 기재돼 있는 '청약서' 원본 및 이에 첨부된 서류로서 질문 사항의 대답란에 표시가 돼 있는 '계약전 알릴의무' 서면의 원본을 우편으로 발송했는데, '최근 3개월 이내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오' 부분에 표시돼 있었습니다. 임 씨는 보험청약서와 계약전 알릴의무 서면 등을 검토한 후 계약전 알릴의무 서면 상단의 밑줄 부분인 '보험 가입이 거절',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장이 제한' 부분을 직접 수기로 기재하고, 각 서명란에 자필서명을 한 다음(피보험자란에는 남편이 태아의 대리인으로 자필서명함)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보험청약서 등을 우편으로 재발송했습니다.

담당 보험설계사는 2015년 8월 임 씨가 재발송한 보험청약서 등을 수령해 이를 모두 스캔한 다음 현대해상 측 전산에 입력했고, 현대해상은 임 씨의 청약 내용을 승인했습니다.

현대해상의 직원은 임 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계약을 진의로 체결했는지, 고지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완전판매모니터링'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임 씨는 2015년 8월 24일 병원에서 태아에 대해 팔로네징후 진단, 초음파상 심실중격결손 4mm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19일에는 심장초음파상 심실중격결손 5.3mm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임 씨는 자연분만으로 유아(이하 '피보험자')를 출산했는데, 피보험자는 선천심기형 이외에 맥락막의 상세불명 장애, 양쪽 전음성 청력소실, 포도구균에 의한 폐렴, 후두협착, 팔로네징후, 후비공폐쇄, 달리 분류되지 않은 선천기형증후, 폐동맥누두부협착 등의 진단을 받은 후 2015년 12월 29일 도관삽입술 및 좌폐동맥 성형술을, 같은 달 30일 도관교정술 등을 받았고, 그 이후 현재까지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임 씨는 그 무렵 현대해상에게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현대해상은 2016년 2월 4일 손해사정회사에 손해사정업무를 위임했습니다. 현대해상으로부터 위임받은 손해사정회사는 2016년 2월 26일까지 임 씨 및 담당 보험설계사와 면담하고 산부인과 병원을 비롯한 각 병원에서 발급받은 의무기록 사본을 검토한 후, 2016년 3월 3일 현대해상에게 1차 중간보고서를 제출했고, 2016년 3월 9일 담당 보험설계사를 재면담하면서 메일 및 통화이력을 확인한 후 2016년 3월 14일 현대해상에게 2차 중간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2차 중간보고서에는, 임 씨가 2015년 7월 29일 오후 6시30분쯤 담당 보험설계사와 보험 가입을 위해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난 후 같은 날 저녁 산부인과 병원에서 산전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태아의 심실중격결손 소견으로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받았고, 다음날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태아 심장에 대한 초음파검사 결과 태아의 심실중격결손 진단이 내려진 사실, 담당 보험설계사는 2015년 7월 31일 임 씨에게 임 씨의 자필서명이 돼 있지 않은 보험계약 청약서 및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 서면을 우편으로 발송한 사실, 임 씨는 청약서 등에 자필서명을 한 후 이를 다시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우편으로 발송했고 담당 보험설계사는 2015년 8월 10일 이를 수령했으며, 임 씨는 같은 날 보험에 가입된 사실이 기재돼 있습니다. 

이후 현대해상은 2016년 4월 22일 손해사정회사로부터 종결보고서를 각 제출받았고, 2016년 5월 3일 임 씨에게, '2015년 7월 29일 산부인과병원에서 태아 검진 초음파상 심장이상 소견을 받고 상급병원 전원 권유를 받은 사실은 계약전 알릴의무에 해당함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약관 및 상법 제651조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에 따라 부득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 및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에 따라 부득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각 발송했고, 각 내용증명우편은 2016년 5월 4일 임 씨에게 송달됐습니다. 이에 임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여러 쟁점이 있었지만, 이중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도과했는지' 여부가 가장 주요한 쟁점이 됐습니다. 




【법원 판단】

[1] 1심 판결 : 원고패소

1심 법원은 「임 씨가 산부인과병원에서 태아 검진 초음파상 심장이상 소견을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질병의심소견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계약전 알릴의무 서면을 작성해 고지한 것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며 「현대해상은 임 씨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대해상이 변호사로부터 직접 법률자문 회신을 받은 2016년 4월 20일 혹은 법률자문 회신 내용까지 반영돼 임 씨의 청약시점 및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가 최종 확정된 종국보고서를 손해사정회사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4월 22일에야 비로소 임 씨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봐야 하고, 보험계약 해지는 그로부터 제척기간 1개월 이내 이뤄졌으므로 적법하다」며 보험계약은 2016년 5월 4일경 확정적으로 해지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1심 법원의 판단은 '현대해상이 사실관계가 모두 기재된 손해사정회사의 2차 중간보고서를 받은 날(2016년 3월 14일)에 임 씨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알게 됐고, 그로부터 1개월이 경과된 이후에 이뤄진 해지의 의사표시는 무효'라는 취지의 임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2] 2심 판결[환송전 판결] : 항소기각

2심 법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임 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해상이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 회신을 받은 2016년 4월 20일 또는 법률자문 회신 내용이 반영된 종국보고서를 손해사정회사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4월 22일 무렵에야 비로소 임 씨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봐야 하고, 그로부터 1개월 이내인 2016년 5월 4일 이뤄진 현대해상의 해지 의사표시에 의해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며 「따라서 손해사정회사의 2차 중간보고서가 제출된 2016년 3월 14일 현대해상이 임 씨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1개월이 지난 보험계약 해지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는 임 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대법원 판결 : 파기환송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원심이 「임 씨의 제척기간 도과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에는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해지권 행사의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사실관계에 비춰 「현대해상은 손해사정회사의 2차 중간보고서에 의해 이미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임 씨가 담당 보험설계사와의 전화를 마치고 산부인과병원 및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태아의 심실중격결손 진단을 받았음에도 담당 보험설계사와의 전화 통화 당시 고지된 내용에 따라 '최근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질병의심소견 등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아니오'로 표시된 계약 전 알릴의무 서면의 기재 내용을 수정하지 않은 채 보험계약의 청약서 등에 자필서명을 해서 제출한 사실'을 알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대해상은 2차 중간보고서가 제출된 2016년 3월 14일 이미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인 임 씨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인 해당 질문에 대해 부실의 고지를 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임 씨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현대해상의 해지권 행사의 제척기간은 2016년 3월 14일부터 진행되므로,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2016년 5월 4일에 이뤄진 현대해상의 해지 의사표시는 제척기간 도과 후의 해지권 행사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전 알릴의무(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는 상법에 규정된 제척기간 이내에서만 가능하므로 보험회사는 고지의무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만 가능합니다. 또한 제척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단축도 가능하므로 약관에서는 책임개시일로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 (진단계약인 경우 질병에 대해서는 1년)이 경과한 때는 해지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한편,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보험회사가 안 날'란 보험 가입자의 불고지 내지 부실 고지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된 때, 즉 해지권 행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고지의무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때를 의미합니다. 이 사례는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해지권 행사의 제척기간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위반 사실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때를 보험사가 외부의 손해사정회사로부터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가 모두 기재된 '중간보고서를 제출받은 날'(2016년 3월 14일)로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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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5년 5월 3일

1) 같은 취지: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2다7589(본소), 2002다7596(반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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