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아들을 보험수익자로 정하고 보험에 가입한 뒤 아들과 어머니가 연이어 사망했다면 그 보험금은 누가 받을 수 있을까요?
아들의 아버지(보험금 청구 소송을 낸 '이 모 씨')뿐 아니라 사망한 어머니의 친정부모까지 모두 보험수익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정된 보험수익자(아들)가 사망한 후 보험계약자(어머니 '도 모 씨')1)가 재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계약자가 사망하거나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계약자 사망 또는 보험사고 발생 당시 지정된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생존하고 있지 않은 경우 그 상속인의 상속인을 비롯한 순차 상속인으로서 보험계약자 사망 또는 보험사고 발생 당시 생존한 사람이 보험수익자가 된다는 취지입니다.
【사건 개요】
이 씨는 2005년 9월 베트남 여성 도 씨와 혼인하고 2006년 9월 도 씨와 사이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씨 부부는 2019년 6월 협의이혼 했습니다. 이에 앞서 도 씨는 2018년 11월 농협손해보험과 사이에 아들을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지정하고 피보험자인 도 씨의 사망 시에 상해사망보장 보험금 5000만 원 등을 받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도 씨는 2020년 1월 다른 남성과 재혼했다가 같은 해 6월 이혼했습니다. 그러나 이혼 일주일 뒤에 도 씨 모자는 재혼한 남성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 남성은 흉기로 아들을 먼저 죽인 뒤 도 씨의 목을 졸라 베란다 밖으로 추락시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아파트에 휘발유를 뿌려 방화도 저질렀는데, 수사 결과 아들은 화재 발생 전 먼저 사망하고 도 씨는 화재 발생 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보험수익자가 지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도 씨 모자가 사망한 뒤 이 씨는 "도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의 수익자는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아들의 법정상속인인 자신"이라며 농협손해보험을 상대로 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반면 농협손해보험은 "보험계약 약관에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은 때는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는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는 도 씨의 법정상속인이지 아들의 법정상속인인 이 씨가 아니므로 이 씨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도 씨의 친정부모(아들의 조부모)는 2심 재판 도중 자신들도 상속인 자격이 있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에 참가했습니다.
재판에선 상법 제733조 제3항, 제4항의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에 순차 상속인(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의 상속인 또는 차순위 상속인)이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순차 상속인이 포함된다고 해석해 이 씨와 참가인(도 씨의 친정부모)들을 모두 보험수익자로 판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법원의 판단】
[1] 1심 판결 : 원고승소
1심 법원인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이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농협손해보험은 이 씨에게 보험금 5000만 원 전액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2)
1심은 「상법 제733조 제3항이 '보험수익자가 보험 존속 중에 사망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고, 이 경우 보험계약자가 그 지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망한 때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된다'고 규정한다」며 「이 조항에 따라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는 아들의 상속인인 이 씨'」라고 판단했습니다.
[2] 2심 판결 : 원고일부승소
항소심(2심)인 춘천지법은 보험금을 이 씨와 도 씨의 친정부모에게 분할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3)
항소심 단계에선 도 씨의 베트남인 친정부모가 독립당사자참가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도 씨의 친정부모는 자신들이 도 씨의 상속인이므로 사망보험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은 "지정된 보험수익자 사망 후 보험수익자의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고 발생 당시 생존하고 있는 보험수익자의 법정상속인이 보험수익자로 확정되고, 여기에서 보험수익자의 법정상속인에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의 상속인 또는 차순위의 상속인도 포함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상법 제733조 제1항, 제3항, 제4항에 따르면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 변경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보험수익자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보험수익자의 지위는 불확정한 상태에 있다가 더 이상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수 없을 때 보험수익자의 지위가 확정되고, 그 전에 보험수익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의 지위를 원시취득했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사고 발생 당시에 이미 사망하고 존재하지 않는 자도 보험수익자의 지위를 원시취득할 수는 없으므로 위 때를 기준으로 생존하고 있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고, 상법의 이런 규정은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때의 의사가 보험금이 보험수익자나 그의 유족의 생활보상에 충당되어질 것을 일반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아 보험수익자로 될 수 있는 근거를 상속관계에 두고 보험수익자의 흠결을 보완하려고 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므로 지정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에는 '상속인의 상속인' 또는 '차순위 상속인'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수익자인 아들이 보험계약자이면서 피보험자인 도 씨의 사망 전에 사망함에 따라 아들의 상속인인 이 씨와 도 씨가 보험수익자가 되고, 그 후 보험수익자의 지위를 갖는 도 씨가 사망함에 따라 도 씨의 상속인인 참가인(친정부모)들이 보험수익자가 된다는 취지입니다.
항소심은 "보험수익자의 지위가 확정되는 보험사고 발생(피보험자 도 씨 사망) 내지 보험계약자 사망(보험계약자 도 씨 사망) 당시 보험수익자는 이 씨와 참가인들"이라며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가 일치하는 경우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재산이 되므로 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이 씨는 보험금 중 2분의 1에 대한 청구권, 참가인들은 도 씨에 대한 상속분 비율에 따라 보험금 중 각 4분의 1(1250만 원씩)에 대한 청구권을 각 취득하게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3] 대법원 판결 :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이 씨가 농협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보험금을 법정상속분 비율로 분할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이 씨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4)
재판부는 "지정 보험수익자인 아들이 사망하고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도 씨가 재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사망함으로써 보험계약자의 재지정권 행사 전에 보험계약자의 사망과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런 경우 지정 보험수익자인 아들의 상속인 또는 순차 상속인으로서 보험사고 발생 당시 생존하는 자가 보험수익자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들의 상속인 중 1인인 도 씨가 사망함으로써 보험계약자가 사망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했으므로 보험계약자 사망 및 보험사고 발생 당시 아들의 상속인과 순차 상속인 중 생존하고 있는 자로서 아들의 상속인인 이 씨와 아들의 상속인인 도 씨의 상속인, 즉 아들의 순차 상속인인 참가인들(도 씨의 친정부모)이 보험수익자로 확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아들과 도 씨의 순차 사망으로 인해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는 상법 제733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이 씨와 참가인들(도 씨의 친정부모)로 확정되고, 그들의 법정상속분 비율에 따라 이 씨에게 보험금청구권 중 1/2 지분, 참가인들에게 보험금청구권 중 각 1/4 지분이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사망보험(상해사망보험 포함)에서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지정·변경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5) 지정된 보험수익자(이하 '지정 보험수익자')가 보험존속 중 사망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되 보험계약자가 지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사망하거나 보험계약자가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생긴 때는 지정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합니다.6)
이런 상법 제733조 제3항, 제4항의 법 문언과 규정 취지를 고려하면, 지정 보험수익자 사망 후 보험계약자가 재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계약자가 사망하거나 보험사고가 발생하고, 보험계약자 사망 또는 보험사고 발생 당시 지정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이 생존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그 상속인의 상속인을 비롯한 순차 상속인으로서 보험계약자 사망 또는 보험사고 발생 당시 생존한 자가 보험수익자가 된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또한 보험수익자가 되는 상속인이 여럿인 경우 그 상속인들은 법정상속분 비율로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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