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일용직 근무 사실 안 알린 경우 직업 미고지로 보험계약 해지사유 될까, 안될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청약할 때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합니다(이를 '계약 전 알릴 의무'라 하며, 상법상 '고지의무'와 같습니다). 보험사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계약 전 알릴 의무에도 불구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피보험자의 건강상태나 직업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험사가 계약 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해 알지 못했을 때'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례는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 추락사한 피보험자(김 모 씨)1)가 간헐적으로 일용직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맺었더라도 청약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직업을 확인하지 않은 보험모집인의 과실이 있었다면 보험사는 계약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최근 판결입니다. 




【사건 개요】

2019년 4월 한 달간 및 2020년 1월부터 네 달간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김 씨는 2020년 5월 삼성화재와 사이에 김 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하면서 직업을 별도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보험모집인은 김 씨의 청약서에 김 씨의 직업을 '사무직 관리자'로 입력해 놓았습니다. 보험계약의 청약서류 중 상품설명서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항목에는 '사실과 다른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으로 '직업'이 기재돼 있지만, '부업, 겸업, 계절적 종사업무에 관한 사항'은 '해지권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사실과 다른 경우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는 사항' 항목에 별도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보험 가입 이후에도 건설현장에서 간헐적으로 일용직으로 근무한 김 씨는 2021년 11월 서울 강서구의 복합건물 신축공사장 8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 비계 사이의 빈 공간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삼성화재는 '보험계약 당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근무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계약 전 알릴 사항으로서의 직업을 미고지한 경우로서 보험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유족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김 씨가 파주 오피스텔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의 일용직으로 일했던 사실과 유족(김 씨의 배우자)이 사고 관련 조사를 받으면서 '김 씨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일을 해온 지 약 10년 정도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등이 밝혀졌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김 씨가 일용직 근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이 직업 미고지로 해지사유에 해당하는지와 설령 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법원 판단】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효연 판사는 유족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화재는 유족에게 보험금 4285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습니다. 

김효연 판사는 먼저 "김 씨가 간헐적으로 부업, 겸업 내지 계절적 종사업무로서 일용직 근로를 했다고 보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삼성화재에게 해지권을 발생시키는 김 씨의 '직업 미고지'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보험모집인이 사고 관련 손해사정인과의 면담 당시 '김 씨가 신규 고객이면 청약서 작성 당시 직업을 물어보겠으나, 작성 당시에도 특별히 직업(기존에 가입했던 보험상품 청약서상의 직업인 도매사업자)에는 변동이 없는 것 같아 물어보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 등을 근거 삼아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모집인과 김 씨 사이에 직업 기재의 의미와 효력에 대한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봤습니다.

김효연 판사는 이어 "삼성화재 측 보험모집인에게는 보험계약 당시 김 씨에게 '직업'이 가지는 의미나 그 중요성 등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고 김 씨의 직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했어야 함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화재 측 보험모집인의 과실은 곧 삼성화재의 과실로 봐야 하므로, 설령 보험계약 당시 김 씨의 주된 직업이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여서 계약 해지사유로서의 알릴의무 위반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은 삼성화재가 계약 체결 당시에 알릴 의무 위반 사실을 '과실로 알지 못했던 경우'에 해당한다"며 "삼성화재는 김 씨의 알릴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보험상품과 마찬가지로 보험청약서상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에는 '직업'2) 항목과 별도로 '부업 또는 겸업,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3) 항목을 두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 항목은 모두 '외부환경'과 관련된 사항입니다.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중 '직업' 항목에 대해서는 알린 내용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보험회사는 약관에 따라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고,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등 보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부업, 겸업, 계절적 종사업무' 항목의 경우에는 그 질문에 대해 사실대로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에는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4) 이 판결에 대해서는 삼성화재 측이 불복하지 않아 판결이 2025년 3월 5일 확정됐습니다.


  • 최초 등록일 : 2025년 3월 15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망인)에 대해 원고의 성 씨를 사용합니다.
2)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중 직업 항목에서는 『귀하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1) 근무처 2) 근무지역 3) 업종 4) 취급하는 업무(구체적으로 기재)』라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3)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중 부업 등 항목에서는 『부업 또는 겸업,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가 있습니까? (예, 아니오) ("예"인 경우 자세히 기술하여 주십시오)』라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4) 표준사업방법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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