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공사현장 구내에서 포크레인 부속품을 트럭에 싣기 위해 기다리던 중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진 트럭에 깔려 숨진 사고는 교통재해사망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인 직무상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도로건설공사 구간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른 데 불과한 운반 트럭은 사고 현장에 상존하는 토목공사로 인한 위험이 발현되는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보험자(한 모 씨) 또한 '사업장의 위험에 일반적으로 노출돼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사건 개요】
한 씨는 2004년 11월 아이엠라이프생명과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아이엠라이프생명은 한 씨가 교통재해로 사망할 경우 6000만 원, 일반재해로 사망할 경우 3000만 원의 보험금을 한 씨의 법정상속인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 씨는 3.5톤 트럭(이하 '사고 차량')을 운행하는 사업자였는데, 2022년 5월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한 국도 건설공사 구간에서, 포크레인 부속품(브레카, 바가지 등)을 사고 차량 화물칸에 싣던 중 사고 차량이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씨가 사고 차량을 세우기 위해 조수석 앞으로 뛰어가 잡았으나 계속 미끄러졌고, 사고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해 브레이크를 잡으려고 이동하다가 조수석 쪽 앞바퀴에 몸이 깔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한 씨는 사고 당일 포크레인 기사의 신고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응급실 진료 후 바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한 씨는 사고 이후 2023년 5월까지 병원에서 계속 입원 치료 등을 받았으나 끝내 합병증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이 2023년 7월 아이엠라이프생명에게 한 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음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2023년 9월 사망보험금만을 지급받고 교통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아이엠라이프생명이 유족들에게 교통재해사망보험금 6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만일 교통재해사망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재해사망보험금 3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단】
춘천지법 민사5단독 유성희 부장판사는 한 씨의 유족들(아내와 자녀 2명)이 아이엠라이프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아이엠라이프생명은 유족들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유성희 부장판사는 먼저 「이 사고는 약관 별지 [교통재해분류표](이하 '약관 별지 표')에서 정한 교통재해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이엠라이프생명은 유족들에게 보험계약 약관에 따라 교통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사고가 교통재해사망보험금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서는 「약관 별지 표에서 교통재해사망보험금 면책사유를 규정한 취지는 토목 작업장 등의 사업장들이 일반도로에 비해 위험도가 높고 또 그 현장 내부에서 사용하는 교통기관에 대해서는 일반도로를 통행하는 교통 기관과 보험사고의 성질이 다르며, 그 교통 기관에 직무상 관계하는 자의 직무상 사고는 산재보험 등 그 사업장과 교통 기관의 특성에 맞는 다른 보험에 의해 위험을 담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고 현장이 도로건설공사 구간이긴 하나 한 씨가 도로건설 등 토목공사 작업에 투입된 것이 아닌 점, 한 씨가 사고 당시 도로건설 공사가 종료된 후 사고 차량을 이용해 포크레인 부속품을 운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고 현장에 머무른 점, 포크레인 기사가 사고 차량에 포크레인 부속품을 싣기를 기다리던 중 사고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사고 차량은 운반을 위해 사고 현장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데 불과한데, 앞서 말한 면책사유의 규정 취지에 비춰 보면, 사고 차량이 토목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한 씨는 사고 현장에서 상시 근무한 것이 아니라, 화물자동차 운송업을 영위하면서 포크레인 부품을 상차하는 과정에서 사고 현장에 일시적으로 머무른 것이어서, 사업장의 위험에 일반적으로 노출돼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고, 한편 이 사고는 그 경위에 비춰 사고 현장에 상존하는 토목공사로 인한 위험이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약관 별지 표의 제4호에서 정한 교통재해사망보험금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아이엠라이프생명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결국 아이엠라이프생명은 유족들에게 교통재해사망보험금 6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통상적으로 약관 [별표] 교통재해분류표는 교통사고일지라도 공장, 토목공사장(토목작업장), 채석장, 탄광 또는 광산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에 직무상 관계하는 피보험자의 그 교통기관으로 인한 직무상의 사고는 교통사고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① 공장 등 특정한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일 것, ② 특정한 사업장의 구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교통기관에 의한 사고일 것, ③ 그 교통기관의 직무상 관계하는 자의 직무상 사고를 요건으로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이 같은 면책사유를 정한 이유는 대체로 이런 사업장들이 일반적인 도로에 비해 위험도가 높고 또 구내에서 사용하는 교통기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도로를 통행하는 교통기관과는 보험사고의 성질이 다를 뿐 아니라 그 교통기관에 직무상 관계하는 자의 직무상 사고는 산재보험 등 그 사업장과 교통기관의 특성에 맞는 다른 보험에 의해 위험을 담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판결의 사실관계대로라면, 한 씨의 사고 차량은 도로건설공사 구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교통기관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한 씨는 그 직무상 사고 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항소심에서 사실관계가 1심과는 다른 내용으로 밝혀진다면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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