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업'인데도 '플라스틱 제조업'으로 허위 고지했다면 화재 사고 때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폐기물의 "처리"란 폐기물의 '수집, 운반, 보관, 재활용, 처분'을 말하고,1) 폐기물처리업은 폐기물 수집·운반업,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폐기물 최종재활용업,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폐기물 중간처분업, 폐기물 최종처분업, 폐기물 종합처분업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폐기물"이란 쓰레기, 연소재(燃燒滓), 오니(汚泥), 폐유(廢油), 폐산(廢酸),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死體)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않게 된 물질을 말합니다. 

공장을 소유하는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와 공장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업종은 폐기물처리업인데도 플라스틱 제조·가공업이라고만 알렸을 경우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 같은 경우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보험사의 해지 통지에 의해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거나, 보험사가 가입자의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했다면, 가입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최근에 나왔습니다.




【사건 개요】

김포시에 있는 공장에서 '폐합성수지 펠릿(pellet) 제조'와 '중간재활용폐기물처리'를 하는 H회사(원고)는 2019년 11월 29일 삼성화재보험 및 디비손해보험과 사이에 2건의 화재보험계약을 맺었습니다. 

H회사는 공장 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실제 업종은 '폐합성수지 제조', '중간재활용폐기물처리업'이었으나, 보험계약 청약서에는 업종을 '플라스틱(합성수지) 그 외 위험품을 사용하는 제조·가공'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알렸습니다. 

2021년 3월 H회사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에 H회사가 두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2021년 5월 13일 H회사에게 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 또는 취소한다고 통지했습니다. 같은 날 H회사와 화재보험을 체결했던 디비손해보험은 2021년 5월 28일 H회사를 상대로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보험금 지급의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인 부천지원은 'H회사와 디비손해보험 사이에 체결된 보험계약이 H회사의 고지의무 위반 등으로 해지됐거나 디비손해보험의 착오로 취소돼 그 효력이 없다'며 디비손해보험의 청구를 인용했으며, 1심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됐습니다. 삼성화재로부터 계약 해지 및 취소 통지를 받은 H회사는 디비손해보험과의 소송 진행 중인 2021년 9월 1일 삼성화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판단】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김성원 부장판사]는 H회사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2) H회사가 공장 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플라스틱 제조·가공업'보다 위험성이 높은 '중간재활용폐기물처리업'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위반에 해당하고, 민법상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취소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H회사의 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해 "삼성화재의 화재보험요율서에 의하면, 별종의 작업이 하나의 건물 내에서 이뤄지는 경우 그 위험이 분리된 경우에 한해 해당 요율을 각각 적용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높은 요율을 전부에 대해 적용한다"며 "그런데 H회사의 공장 내에 재활용폐기물처리 공정과 플라스틱 제조·가공 공정은 분리되지 않은 같은 공간 내에서 이뤄지고 있었고, 두 공정이 일관된 제조 또는 가공 작업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요율이 높은 폐기물재활용업에 대한 요율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H회사는 '플라스틱(합성수지) 그 외 위험품 사용하는 제조·가공'이라며 위험품 제조·가공이라는 사실까지 고지했으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그 문언에 의하더라도 플라스틱 또한 위험품의 일종임을 전제로, 플라스틱에 준하는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 위험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하고, 위험품을 제조·가공하는 일체의 업종이라고 고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H회사는 삼성화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체적 업종 및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아 자사의 업종 관련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으므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화재가 H회사로부터 고지받은 업종 및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확인·심사해 보더라도, H회사의 실제 업종인 '중간재활용폐기물처리업'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삼성화재가 이를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대법원 91다1165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며 업종에 관한 H회사의 허위 또는 부실 고지를 이유로 삼성화재가 H회사의 공장 화재보험계약을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화재가 H회사의 실제 업종이 중간재활용폐기물처리업임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그런 착오에 삼성화재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사례는, H회사가 김포시에 있는 공장에서 '중간재활용폐기물처리업'과 '플라스틱 제조·가공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었는데도 공장 화재보험에 가입할 당시에는 실제 업종을 '플라스틱 제조업·가공업'으로만 부실 또는 허위 고지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H회사의 실제 업종인 '중간재활용폐기물처리업'은 '플라스틱 제조·가공업'보다 화재 발생 가능성(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화재보험 인수 제한 업종이거나 그 가입금액이 제한되고 보험요율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재보험에서 건물의 급수(1급건물 ~ 4급건물)는 보상 범위와 보험료 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건물의 구조적 특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건물의 구조 급수는 주요구조부 중 기둥, 보, 바닥, 지붕(틀), 외벽에 따라 판정합니다.

○ 순서 : 기등·보·바닥  / 지붕[틀]   /  외벽
┕ 1급  :   내화구조     /  내화구조  /  내화구조
┕ 2급  :   내화구조     /  불연재료  /  내화구조
┕ 3급  :   불연재료     /  불연재료  /  불연재료
┕ 4급  :  상기 이외의 것

화재보험요율서에 의하면, 하나의 건물이란 건물의 외벽, 기둥, 보, 지붕(지붕틀 포함)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다른 건물과 이어지지 않고 모두 독립된 건물을 말하고, 하나의 건물이 구조급수를 달리하는 둘 이상의 부분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그중 가장 높은 급수('최열급의 급수' 혹은 '열급수')를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열급'이란 위험성이 높은 상황을 뜻함]. 따라서 H회사의 공장과 외벽을 공유하고 있는 천막구조물은 하나의 건물로 봐야 합니다.

H회사는 해당 공장에 천막구조물이 포함돼 있어 건물구조가 삼성화재의 인수심사 대상인 '4급: 철골조/천막구조'임에도 '3급: 철골조/판넬즙/판넬외벽'으로 건물구조를 사실과 다르게 알리고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관계는 조금 다르지만 이 사례와는 상반된 결론을 내린 판결도 있습니다. 이 판결의 피보험자 회사처럼 실제 업종이 인수거절 대상이자 사전실사 대상인 '폐기물 처리업'인데도 사전실사 대상이 아닌 '플라스틱 제조가공업'으로 사실과 다르게 업종을 알렸던 사례에서는 "자신의 업종이 인수거절 대상이라거나 보험사들이 폐기물처리, 재활용업과 플라스틱 제조·가공업을 엄격히 구분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고 증거를 조작해 허위의 자료를 보험사들에게 제출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고, 오히려 사업자등록증이나 법인등기부등본, 공장 건축물대장에 '폐기물 처리업, 재활용 폐기물 제조업'을 한다는 점과 '폐기물 처리시설'이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며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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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5년 3월 29일

1) 폐기물관리법 제2조 5의3호 참조.
2) H회사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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