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법원이 보증금을 편취한 공인중개사에게 공평의 관점 등에서 책임을 강력하게 묻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임차인(박 모 씨)이 임대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공인중개사(김 모 씨)의 거짓말에 속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부동산 중개업자 측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사건 개요】
공인중개사인 김 씨는 서울보증보험과 사이에 김 씨가 중개행위와 관련해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거래당사자의 손해를 보험가입금액 1억 원을 한도로 보상 받는 내용의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박 씨는 2021년 4월 김 씨의 중개로 군포시의 한 건물 중 일부(이하 '임차 목적물')를 보증금 3500만 원에 2년간 임차했습니다. 당시 김 씨는 박 씨에게 자신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 권한을 위임 받았고 김 씨의 처가 임대인의 딸이라고 거짓말했습니다. 이에 속은 박 씨는 '임대보증금, 임대료 및 관리비 등은 SC제일은행의 (김 씨의 처) 계좌로 입금한다'는 내용의 임대차계약 특약사항에 따라 김 씨의 처 계좌로 임차보증금을 입금한 후 임차 목적물에 입주했습니다.
그 후 박 씨가 임대인에게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임대인은 공인중개사인 김 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임의로 박 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면서 임차보증금 반환을 거절했고, 이에 박 씨가 임대인을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한편, 임대인이 공인중개사 김 씨를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형사고소했고, 수사 결과 김 씨가 기소돼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와 검사가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계속 중입니다.
그러던 중 임차인 박 씨는 김 씨와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3500만 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서울보증보험은 "박 씨가 부동산의 소유자(임대인)에게 임대 대리권 수여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해 보지 않고 김 씨의 처 계좌로 임대보증금을 입금한 과실이 있으므로 김 씨와 서울보증보험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법원 판결】
서울동부지법 민사2단독 백웅철 판사는 임차인 박 씨가 공인중개사 김 씨와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백웅철 판사는 "공인중개사 김 씨와 서울보증보험은 공동으로 박 씨에게 3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박 씨가 임대인으로부터 반환받지 못한 보증금 3500만 원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백웅철 판사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고의적 불법행위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과실상계와 같은 책임의 제한을 인정하더라도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다면 과실상계와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1)
그러면서 "임대차계약 당시 공인중개사 김 씨가 임차인 박 씨에게 임대인의 전화번호를 알려줘 박 씨가 그 번호로 전화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다시 김 씨가 박 씨에게 임대인의 딸 전화번호라고 하면서 김 씨의 처 전화번호를 알려줘 박 씨가 임대인의 딸인 줄 알고 김 씨의 처와 전화통화를 해서 대리권 위임 여부를 확인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서울보증보험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데 공평의 관점 등에서 고의의 불법행위 피해자인 박 씨의 과실을 고려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 사례는 건물의 소유자(임대인)가 '공인중개사에게 건물 임대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며 공인중개사를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형사고소했고, 수사 결과 공인중개사가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경우입니다. 만약 임대인이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인에게 임대차계약의 체결, 월 임료와 보증금의 수령, 수선의무 이행, 보증금 반환 등의 업무를 비롯한 건물 임대에 관한 권한을 맡겨 계속 운영하던 중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인이 보증금을 편취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례에 해당한다면 임대인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2)
2) 같은 취지 : 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다28383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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