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심사보험 체결 당시 간경화 임상진단 사실, 고지의무 범위에 포함될까



☞ 보험 가입자는 간편심사형 보험계약(줄여서 '간편심사보험' 내지 '간편보험') 체결 당시 초음파 검진을 통해 간경화증 진단을 받았던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야 할까요? 간편심사보험이란 보험사가 가입 문턱을 낮추고 심사 절차를 간소화한 보험 상품으로 일반적인 보험계약 인수 절차를 통해서는 보험 가입이 어려운 유병자의 보험 가입을 허용하기 위해 계약 전 알릴의무(고지의무) 사항에서 보험사고의 발생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사항만을 남기고 치료, 투약 등과 같은 통상적인 의료행위 관련 사항은 대폭 삭제한 상품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반심사 상품의 청약에서 요구되는 고지사항이 대폭 축소, 완화된 간편심사 상품입니다.

간편심사보험 가입자(피보험자 윤 모 씨)1) 측이 간암 진단을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사건에서 법원은 보험사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간편심사보험 체결 당시 작성하는 청약서의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서 '간경화 진단' 여부를 묻고 있는 경우 이때의 '진단'이란 약관상 보험금 지급 요건의 '확정진단'과 같은 의미로 한정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보험계약 체결 전의 간경화(간경변) 임상 소견 내지 임상 진단은 고지의무 사항에 해당하는 진단이라고 할 수 없어 고지의무위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윤 씨는 2023년 4월 롯데손해보험과 사이에 피보험자인 자신이 암으로 진단이 확정되고 수술, 치료 등을 할 때 롯데손해보험이 윤 씨에게 암 진단비, 치료비 등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윤 씨는 보험계약 체결 5년 내인 2019년 3월 병원에서 초음파 검진을 통해 간경화증 진단을 받았고, 그 이후 2020년 10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상세불명의 경변증(K74.69)으로 진단받아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보험계약 체결 당시 '최근 5년 이내 3대질병[암, 간경화, 심장판막증]으로 진단받거나 입원 또는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표기했습니다. 이후 윤 씨는 2023년 8월 간암 확정진단을 받았고 2개월 뒤에 사망했습니다.

윤 씨가 확정진단 받은 '간암'은 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로 규정하고 있는 '암' 및 '9대 특정암'에 해당하고, 보험계약의 보장 내역에 따른 보험금은 일반암 진단비(1년 미만 50%) 1500만 원, 9대 특정암 진단비(1년 미만 50%) 500만 원, 항암방사선 약물치료비(1년 미만 50%) 50만 원,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 (180일 미만 25%) 750만 원 등 합계 2800만 원이었습니다.

윤 씨가 2023년 8월 롯데손해보험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롯데손해보험은 2023년 11월 보험계약 당시 윤 씨가 '간경화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윤 씨가 간암 진단을 받고 2개월 뒤에 사망하자 유족이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판단】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이재욱 판사는 윤 씨의 유족이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롯데손해보험은 유족에게 28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이재욱 판사는 "간편심사형의 특성상 치료, 투약 등과 같은 통상적으로 진료에 수반되는 사항 등은 고지의무 대상에서 제외했고,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가 있는 의사의 '진단'이 '입원'과 '수술'이라는 중요 의료행위와 동등한 위치로 열거돼 있다"며 "따라서 '진단' 역시 이미 계약 전 고지의무를 대폭 감축한 보험계약에서도 고지의무를 부담시켜야 할 만한 중요한 내용인 '확정진단'으로 한정해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간경화와 간경변은 같은 의미의 용어로서 그 확정진단은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롯데손해보험이 주장하는 진료기록은 조직검사를 통하지 않고 초음파 검진 등을 통해 내린 '임상 소견' 내지 '임상 진단'에 불과하므로 이 보험계약상 고지의무 사항에 해당하는 '진단'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했거나 이에 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롯데손해보험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이 사례에서 주된 쟁점은 간편심사보험 가입 이전 고지의무 사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질병의 '확정진단' 여부입니다. 간편심사(유병자)보험 가입 당시 확정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 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 즉 고지의무가 있지만,2) 확정진단이 아니라 초음파 검사나 CT 검사 등을 통한 의증 진단이나 임상 진단인 경우에는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3)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사례입니다.

롯데손해보험은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단계에서의 '진단'과 암보험금 지급 요건의 '확정진단'은 다른 의미라고 주장했지만, 이재욱 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윤 씨에게 그런 주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거니와, 롯데손해보험의 주장과 같이 같은 보험계약에서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보험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규정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보험소송닷컴
  • 최초 등록일 : 2025년 2월 13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의 성 씨를 원고와 같은 '윤 씨', 원고를 유족이라고 합니다.
2) 같은 취지 : 창원지방법원 2022. 10. 28. 선고 2021나67531 판결.
3) 같은 취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23. 선고 2021가단5060096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0가단296621, 2020가단307323 판결 등 참조.
다음 이전

نموذج الاتصال